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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블레이드&바스타드 05 ㅣ 블레이드&바스타드 5
카규 쿠모 지음, so-bin 그림, 김성래 옮김 / L노벨 / 2026년 1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었어. 지금은 아니고요. 4권에서 드래곤을 무찔렀더니 나라에서 왕자가 찾아왔습니다. 어쨌거나 일반 시민에겐 왕자는 모셔야 될 상관 같은 거죠. 주인공 이알마스에겐 어찌되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내 몸소 친히 가주니 머리 조아리고 기다려라라고 한들. 이쪽은 하루 벌어 하루 먹기도 빠듯한 생활이란 말이죠. 아무튼 왕자는 왜 왔나. 드래곤을 잡았다고 치하하러 왔습니다. 참 할 일도 없으시네. 정작 주역(주인공 일행)들은 던전에 들어가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데. 왕자 성격이 좀 그래요. 던전의 생성으로 모험을 떠난 모험가들이 살아 돌아오고 경험을 쌓고 강해지니 위정자들은 걱정이 앞서서 밤에 잠이 안 옵니다. 권력자들이 제일 무서워하는 게 민초들의 반란이죠. 반란까진 아니어도 강한 자는 늘 두렵기 마련입니다. 저넘이 가진 칼날이 내게로 향한다면? 위정자들은 두려워서 밤에 잠이 안 옵니다. 판타지에서 마왕을 무서워하는 이유가 그런 맥락이죠. 그래서 고삐를 잡아야만 합니다. 왕자의 속내는 이것이죠. 우매하고 무뢰한 모험가 넘들이 마왕이 되기 전에. 사실 힘에는 책임이 따르고, 통제는 필요할 것입니다. 현실에서야 핵이나 그에 상응하는 무력 보유 같은 상호확증파괴 이론으로 균형을 맞춘다지만 판타지에서는 모험가만 강해진다면 다른 한쪽은 불안해질 수밖에 없긴 하겠죠.
하지만 모험가들이 아! 그렇습니까 하고 받아들 리 없음은 자명한 일. 모여들어 머리를 조아린 건 아이닛키(히로인)가 그러라고 해서 모인 것뿐, 아마도. 왕자 머리 스팀 게이지가 MAX로 치다를 때쯤 설렁설렁 나타나서 머리 조아리는 이알마스는 애당초 왕자를 섬길 마음을 털끝만큼도 없음이로다.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왕자는 모험가들의 고삐를 잡을 사이도 없이 납치되었습니다. 조동아리만 살아서 물에 빠지면 조동아리만 둥둥 뜰 거 같지만 뭐 왕자 나름대로 생각은 있었겠죠. 마인, 마수의 기운은 날로 늘어나고 드래곤도 설치고 어둠이 내려앉고 무슨 반지의 제왕처럼 어둠의 군세가 당장 쳐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을 나날이니 걱정이 앞섰겠죠. 오죽하면 위험이 도사리는 변방 던전 마을까지 행차하셨겠습니까. 납치된 건 평생에 남을 수치. 모험가 도움을 받아야 되는 건 평생의 굴욕이 되겠지만 생사를 모르겠습니다. 구출하러 파티가 꾸려지고 그 선봉으로 이알마스 파티가 선정되었습니다. 경사 났네. 그야 바로 앞전에 무시무시한 드래곤을 잡았으니까. 이 부조리를 어찌하리. 문제는 왕자를 납치한 범인의 실력. 왕자 호위들은 힘 한번 못 쓰고 나가리. 물리력 만땅 메이스(무기) 수녀 아이닛키와 호각. 그 정체는 무시무시한 사신 낫을 휘두르는 곰돌이. 아니 웃기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진짜 곰돌이랍니다.
신(神)은 신탁을 내렸습니다. 곧 재앙이 도래한다고. 마인, 마수들의 침공쯤 되겠죠. 그 일부가 던전의 생성이고, 던전에서 흘러나오는 것들이 마인, 마수니까요. 곰돌이는 재앙의 선봉일 수 있습니다. 왕자는 사실 신탁이 진짜인지 알아보러 왔습니다. 곰돌이가 왕자를 왜 납치했는지는 모릅니다. 모험가들의 실력, 그중에서 드래곤을 잡은 이알마스 파티를 시험하려는 것일 수 있고. 그건 방증하듯 곰돌이의 상대는 이알마스 파티가 됩니다. 그리고 머리와 몸이 분리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곰돌이 내용물은 가바지(망나니 소녀)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소녀라는 것에서 뭔가 모를 복선을 마구 뿌려 댑니다. 사실 가비지의 집안 내력은 앞서 어느 정도 밝혀져 있습니다. 이알마스와 더불어 내막이 궁금해지는 캐릭터죠. 왕자는 가비지를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가비지가 던전에 버려진 이유도 어느 정도 밝혀지고요. 늑대에게 길러진 것처럼 인간의 말은 못 하지만 인간의 감정을 가진 소녀. 드래곤을 잡고 마검인지 성검인지 아무튼 대단한 검을 손에 넣은 후 더욱 어깨에 힘이 들어가 파티의 딜러로서 톡톡히 제 역할을 하게 되었죠. 아무튼 이들은 왕자를 탈환하고 무사히 복귀할 수 있을 것인가. 다들 죽을 만큼 고생을 해서인지 오합지졸이면서 나름대로 잘 해나갑니다. 마법사가 칼을 들고, 전사가 지팡이를 드는 이상한 조합이 되었지만 뭐 안 죽으면 장땡 아니겠습니까.
맺으며: 이번 5권에서는 드래곤 보다 더 강한 적을 만나 죽을 위기에 빠지고, 도움을 받고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는 이알마스 파티를 그리고 있습니다. 왕자 탈환도 탈환이지만 지금 당면한 적(마인, 마수)을 없애는 게 더 큰일이고, 어떻게 하면 곰돌이를 없앨 수 있을지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들이 흥미진진하죠. 덩치는 산(山)만 하면서 성격은 소심한 벨카난, 길거리 부랑아에서 이제 겨우 모함가 다운 모습이 나오는 라라자, 천둥벌거숭이 가비지, 4권에서 합류한 오를레아, 무덤덤하고 이번 5권에서 가장 쓸모없었던 이알마스. 물과 기름같이 서로 섞일 수 없는 개성을 가졌지만 동료 의식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인상적인 장면들을 이번 5권에서 보여줍니다. 동료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는 용기는 아무나 못 내고, 그로 인해 유대는 더더욱 끈끈해진다는 훈훈한 장면도 있습니다. 본 작품은 고블린 슬레이어처럼 암울하고 삐끗하면 목숨을 잃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말이 있죠. 강해서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아서 강하다고. 이알마스 파티가 딱 그런 부류죠. 아포칼립스나 시리어스 상황은 아닌데, 암흑시대의 판타지라는 작가 특유의 암울함을 풀어내는 실력이 좋아서 몰입도는 상당히 높았습니다.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방식이어서 지리멸렬한 부분도 없고요. 뭔가 생각을 많이 해뒀는데 막상 본방이 되니 생각해둔 게 다 날아가 버린 리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