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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의 혼잣말 16 - 카니발 플러스
휴우가 나츠 지음, 시노 토우코 그림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26년 1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황제의 수술도 무사히 끝나고 계절은 겨울에 다가 서고 있습니다. 마오마오는 여전히 진료소에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진시와 만난 지는 좀 된 듯합니다. 이들의 연애 전선은 이상무라고 전해드리고 싶지만 오히려 예전보다 만나기 더 힘들어졌습니다. 그동안 진시는 환관으로서 남의 눈을 크게 신경 안 써도 되었으나 정식으로 왕제(王弟)라고 발표(아마도?)를 해버리는 바람에 도성에 얼굴이 팔려 버렸거든요. 당연히 차기 왕좌에도 도전 가능한 왕족이 누구와 사귄다느니 만나는 여자가 있다느니 했다간 정치권이 요동칠 것입니다. 본 작품에서는 독살이 횡행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마오마오는 진시와 못 만나서 애달픈가? 진시가 끈덕지게 굴어서 사귀어볼까? 중이긴 한데, 모든 일을 제쳐두고 만나고 싶다는 마음은 털끝만큼도 없다는 거죠. 둘이 있을 때는 원래 왕족과 겸삼은 꿈도 못 꿀 일이지만, 겸상도 하고 속내도 털어놓고 마음에 있는 소리도 하곤 하는데. 이번 16권에서는 좀 진전이 있나? 있을 리가요. 겉몸 달아가는 건 진시뿐, 마오마오가 일 관련으로 여러 남자들 만나자 안절부절못하는 게 굉장히 인상적이죠.
어쨌거나 황제의 수술이 무사히 끝나고 이제 좀 편히 쉬려나 했는데 또 다른 사건이 얼굴을 들이밉니다. 포창이라고 사망률이 굉장히 높은 전염병이 돌기 시작합니다. 작중에서 표현되기로는 천연두와 비슷하고, 한번 걸려서 살아남으면 면역이 생기는 홍역과도 비슷합니다. 비슷하지만 셋 다 별개의 병이기도 하죠. 도성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산간벽지에서 포창이 창궐하자 진료소엔 불이 떨어집니다. 이거 또 무슨 사건인가 싶죠. 하지만 지금은 마오마오가 파견 나갈 일은 없습니다. 아직 포창에 걸려본 적이 없어서(한번 걸려 살아남으면 면역 생김),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면역이 없어서 갈 수가 없어요. 지금은 많이 온순해졌는데 작중 시간으로 1년 전만 해도 독이나 병(病)에 환장했었습니다만. 그것도 살아 있을 때나 가능한 거죠. 마을 하나가 그냥 멸망할 정도로 전염성도 강하고 사망률도 높거든요. 그래서 황제의 엄마 황태후의 의뢰를 받은 진시를 따라 어느 집에 가게 됩니다. 거기서 마오마오가 본 것은 인간의 탐욕이었죠. 그 집은 몰락해가는 상인 집안이었습니다. 무려 황태후의 이복 오빠임에도요. 상인에게는 첩이 있습니다. 다 죽어가는 딸이 있고요.
첩과 딸은 황태후의 의뢰 대상자들입니다. 이들에게 뭔 문제가 있어서 황태후가 진시에게 직접 가보라 했을까. 여기서 포인트는 다 죽어가는 딸에게 있습니다. 마오마오와 진시는 왜 딸이 다 죽어가는지 조사를 해나가면서 마주하게 됩니다. 첩의 광기를요. 엄마(첩)가 보여주는 광기는 마오마오의 엄마(기녀)와 일맥상통하는 게 있습니다. 딸에게 모정을 쏟지 않는다는 것. 딸을 물건 취급한다는 것. 물론 산후 우울증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 않을까 싶지만 첩의 행동은 자기를 빛내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오마오의 엄마는 남편(괴짜 군사)이 자기들을 버렸다는 오해로 마오마오를 학대했죠. 이게 일맥상통하나?라고 할 수 있겠는데 워 아무렴 어때요. 초점은 딸을 구하는 데 있습니다. 조사해 보니 파도 파도 미담이 나오는 게 아니라 인간의 추악함이었습니다.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못하지만, 사건의 개요를 파악한 마오마오의 딸 구하기가 시작됩니다. 거기서 동반되는 게 진시의 첩으로 삼자는 것. 진짜 방심할 수가 없습니다. 진시는 왕이 되기 싫어 옆구리를 지졌고, 첩을 두지 않겠다 선언한 상태입니다. 그는 마오마오 일직선이거든요.
맺으며: 물론 딸 구하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포창이 왜 퍼지게 되었나 하는 사건도 파헤치죠. 범인도 잡히지만 이 또한 스포일러라서 누가 엮여 있는지는 언급 불가군요. 한 가지 확실한 건 양아버지 뤄먼 빼고 마오마오 주변엔 멀쩡한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진시도 사실 멀쩡해 보이지만 마오마오만 걸리면 안 멀쩡해집니다. 일 관련으로 다른 남자들과 이야기하고 있으면 안절부절, 마오마오는 알아채주지 않는 무심함. 소외감 장난 아닙니다. 마오마오는 궁에서 일하고 도성에 진료 관련으로 싸돌아다니면서 많은 인간관계를 만들었지만 멀쩡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뭐 사실 마오마오도 손목 그어 독 바르고, 기미 상궁이 되어 독 시식하는 등 얘도 안 멀쩡한 건 매한가지지만요. 진시가 진심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이런 일은 자중 중이지만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그 성격이 나올 때는 재미있습니다. 여전히 아빠(괴짜 군사)를 무슨 바퀴벌레 보듯이 하고, 아빠는 황태후 의뢰 수행 중인 딸(마오마오)이 납치될 줄 알고 군사를 동원해 탈환 작전을 짜는 딸 바보죠. 어쨌거나 진시와 마오마오의 관계는 진전을 보이고 있나. 둘이 있을 때는 마음을 터놓긴 합니다. 이번엔 진시에게 어떤 요구를 하죠. 만약 그게 된다면 마오마오로서도 진시와 맺어지는데 큰 부담이 없을 테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마음 아프게 합니다. 한 가지 불만인 것은 둘의 이야기 분량이 적다는 것입니다. 일 관련으로 가끔씩 만나긴 하는데, 사적으로 만나 마음을 터놓는 장면은 그리 많지가 않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더 애틋한 게 있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