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게임 속으로 전생, 하고 보니 악역 캐릭터, 종말엔 마왕 앞잡이가 되어 고기 방패로 승화될 예정의 시나리오. 고기 방패는 당연히 싫죠. 그래서 파멸을 피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내용. 집은 엄청난 부자, 예쁜 약혼녀가 있고, 예쁜 메이드가 있습니다. 본인은 잘 생겼죠. 부모는 아들래미라고 하면 껌뻑 죽습니다. 나라에서 내로라하는 마법 학교에 재학 중이죠. 이 이상 꽃길이 또 있을까? 그런데 뭐가 아쉬워서 악역으로 빠지는데?라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 작품입니다. 미운 7살처럼 온갖 저지래 하고 다녔더니 만인에게서 욕을 먹고 있습니다. 용사 때문이었나. 주목받고 싶었는데 못 받아서? 1권 내용이 잘 생각 안 나네. 아무튼 주인공은 게임 속으로 전생하기 전부터 시나리오를 알고 있었습니다. 게임 폐인처럼 심취했었거든요. 그래서 잘 알죠. 지금 깃든 몸뚱어리가 종국엔 마왕 편에 붙어 고기 방패로 전락한다는 것을요. 그것을 피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동안의 악역을 벗어던지고 선한 행동을 하면 되지 않을까?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다거나 집안 부(富)를 이용해 자선 행사를 한다거나, 자세를 낮추고 사람들과 원만하게 지낸다거나.
그렇게 흘러간다면 재미있을 리가 없겠죠. 독자들은 주인공이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 미화를 바라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뭘 보여줘야 할까? 뭐긴 뭐겠어요.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다 넣으면 되겠지요. 예쁜 약혼녀와 메이드와 해변에서 인싸들이나 한다는 선탠 크림을 바르는 장면을 넣는다든지, 잘 놀다가 악당이 보이네? 악당을 혼내준다든지, 학원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각종 행사를 하고, 학교 선배(히로인)와 썸을 타고, 선생님(히로인)과 썸을 타고, 어쩌고저쩌고. 이번 2권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검마배라는 시합을 하고, 그에 따른 아군 포섭으로 선배(히로인)를 만납니다. 시합에서 주인공을 깔보는 빌런 클리셰도 빠지면 섭섭하죠. 그러다 마족 침공이라는 재앙이 시작된다는 뭔가 두서가 없는 이야기도 보여줍니다. 무도회 한다고 또 새로운 선배(히로인)를 만나 포섭하고, 아주 그냥 인싸 생활을 만끽합니다. 그렇게 문어발처럼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어느새 히로인만 한 트럭이 되었습니다.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지, 뭘 쓰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뭐 작품이 재미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요소가 잔뜩 있죠.
맺으며: 그냥 필자가 이상보다 현실을 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주인공은 잘 생기고, 히로인도 많이 있지만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노력파죠. 시련이라는 재미 요소로 마족 침공을 첨부했고, 제일선에 서서 물리친다는 카타르시스(완전히 물리친 건 아님, 이제 시작), 그로 인해 모두에게 주목받는다는 카타르시스, 학교에서 인싸 생활이라는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꿈꿔볼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그냥 필자와는 맞지 않는 이야기죠. 재미없다기 보다 소꿉놀이 보는 듯한? 1권은 이렇지 않았던 거 같은데, 2권은 좀 곤혹스러웠습니다. 남의 여자까지 호감도 올려서 만드는 하렘, 억지 같은 선배들(히로인)과의 만남과 저렴한 가격의 관련 에피소드(쉽게 말해서 클리셰). 마족 침공이라는 재앙이 시작되었는데 무도회를 여는 등 위기감이 전혀 없는 플레이들. 주인공 자신이 시나리오를 박살 내놓고 바뀐 내용(시나리오)에 당황하는 모습. 그게 시련이라는 듯 넘어서겠다는 영문 모를 일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현실을 보게 되니까, 허구인 줄 알면서도 감정이입하다 보면 현실은 이렇지 않는 데를 되뇌게 되더라고요. 이제 라노벨 보는 걸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한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