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리아데일의 대지에서 01 리아데일의 대지에서 1
Ceez 지음 / 노블엔진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큰 틀에서 보면 이세게 전생물입니다. 전생의 기억을 가졌고, 먼치킨이며 현실 신문물을 퍼트립니다. 여주 '케나'는 불치병으로 어릴 때부터 병원 병석에서 지냈습니다. 삶의 유일한 낙이라면 리아데일이라는 온라인 게임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가 하던 게임 속 여주가 되어 있었습니다. 종족은 하이엘프. 능력은 마법인데 행동은 물리력을 우선하는 스타일이죠. 아마 병석에서 오랫동안 지낸 반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임 속으로 전생해서 처음으로 한 일이 마물 곰을 날아 차기로 때려잡는 거였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요. 어쨌거나 현실에서는 걷지도 못 했던 것이 게임 속으로 들어와 두 발로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녹음이 우거진 숲과 시대가 많이 뒤떨어진 농촌 마을. 감성 충만한 17세 여자 애라면 기뻐서 날뛸만한 상황이지만 아쉽게도 그런 감성 충만한 이야기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당장은 지금 처한 현실을 직시해야겠죠. 게임 속 세상이라는 것은 인지했지만 200년 후라는 것에서는 조금 놀랐습니다. 작가는 친절하게 그녀로 하여금 튜토리얼에서 시작하게는 하지 않습니다. 게임 캐릭터가 가졌던 능력을 그대로 물려받았죠.



여주는 골수 게임러입니다. 습득한 스킬만 수천 가지나 되는, 게임 내에서 십수 명 밖에 없다는 무슨 무슨 마스터 경지에 올라 있었습니다. 그걸 고스란히 물려받았죠. 거기다 하이엘프라는 장수종입니다. 축복받아도 이렇게 축복받으면 현실에선 망겜이라는 소리 듣습니다. 걸어 다니는 병기나 다름없죠. 그런 그녀가 도착한 게임 속 세계관은 200년 전 보다 쇠퇴해서 마법이라곤 기껏해야 촛불 켜는 정도? 그런 분위기입니다. 그런 세계관에서 여주는 얼마나 붕 뜰까. 얼마나 녹아들 수 있을까. 괴물이라고 손가락질 받는 건 아닐까. 현실에서 병석에 누워 사람과의 교류는 거의 단절되다시피 살아온 그녀가 이 세계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 세계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잘 정립할 수 있을까. 그런 오만가지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여주는 이질적이죠. 그래서 좀 많이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하였습니다만. 현실이고 게임 속이고 기댈 곳 없는 17세 소녀가 자신이 있을 자리를 찾아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라니, 생각만 해도 애틋하기만 하죠, 하지만 작가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본 작품의 장르는 "따뜻하게 지켜보자"류의 일본식 감성이 물씬 풍기는 개그물입니다.



촌사람들은 다정하고 상냥합니다. 외지인인 여주를 아주 쉽게 받아들이죠. 그도 그럴 것이 그들 눈에 여주는 200년 만에 세상에 나온 상식이 뒤떨어진 촌사람이거든요(마지막으로 접속했던 시간에서 200년 후임). 좋게 말하면 굉장히 순수한 사람? 여관비가 얼마인지 몰라 며칠 몇 날을 묶을 수 있는 돈을 쉽게 낸다거나, 도시 대사제나 쓸법한 마법(치료술도 포함)도 아무 거리낌 없이, 댓가도 없이 써대니까 이거 물가에 내놓은 애마냥 불안해서 못 봐주겠답니다. 우물에 모터 달아서 편하게 물 쓰게 해주고, 마물 잡아서 부속품 팔아 살림 장만하게 해주고, 울타리에 마법 걸어서 흉악한 마물 못 오게 해주고, 기타 등등. 여기에 청순가련한 하이엘프 외모이기도 하니까 아주 마을 아이돌이 되어 버립니다. 여주가 뭔가 꼬물꼬물 거리고 있으면 따뜻하게 지켜봐 주자, 뭐라도 하나 해주고 싶네 그런 알뜰살뜰 누가 누굴 보살펴 주는지 모를 그런 분위기가 되어 갑니다. 현실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비록 게임 속이지만 사람의 따뜻함을 알아가는 힐링물...인가? 마을 사람들과 지내는 장면들은 여주에게 있어서 힐링이 되는 요소이긴 한데, 그걸 표현하지 않는단 말이죠.



맺으며: 힐링물인데 힐링물을 느낌이 들지 않는 일본식 개그 만담물입니다. 유사한 작품을 꼽으라면 L노벨의 '아라포 현자의 이세계 생활 일기'를 들 수가 있겠군요. 등장인물을 뺀 분위기만 놓고 보면 거의 99% 일치? 같은 작가인가. 그래서 힐링물을 기대하고 본 작품을 접하면 많이 실망하게 될 겁니다. 먼치킨으로 무쌍을 찍고, 신문물을 전파하는 클리셰도 보여주죠. 현실에서는 걷지도 못하고(아마도?) 병석에서만 지내던 소녀가 이세계로 와서 마음껏 뛰어노는 순수함을 바랐지만 그런 건 없었습니다. 다만 병석에 오래 누워 있다 보니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있는지 대상이 누가 되었든 친절하게 굴고, 뭐라도 하나 더 주고 싶어 하는 부분은 좀 안타까웠군요. 인연을 만들고 싶어 하는? 근데 현실적으로 돌려 말하면 호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좋은 말로 하면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기도 하고요. 지금은 사장된 치료술로 대가 없이 치료해 주고, 무료로 우물에 모터 달아주고 그걸 눈여겨 본 상단 리더가 무료로 부려 먹어도 대꾸 하나 없는 답답함이 좀 있습니다. 여주는 나라의 위정자들이 이용해먹기 좋아하는 딱 그런 사람? 이야기 자체가 워낙 가볍다 보니 그런 우중충한 얘기는 없지만, 그로 인해 감동적인 장면에서 감정이입 못하게 만들고, 그럴 분위기 자체를 만들지 않는 개그 만담은 이게 한국 정서에 맞나 싶을 정도로 좀 오글 거렸군요. 그래도 일단 8권까지 정발 된 거 보면 어느 장도 인기는 있어 보이는데, 필자의 감성이 어딘가 뒤틀려 있나 싶은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