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여주 앨리스에게 여동생이 있습니다. 능력은 장소 불문 그 장소에서 일어났던 과거를 보는 것. 여주가 공격력에 특화되었다면 여동생은 스파이나 배신자 색출에 특화되었다 할 수 있습니다. 이번 5권에서는 그 여동생이 메인 히로인으로 나옵니다. 뭐 당연하게도 남주 이스카와 엮이게 되고, 청춘 러브 코미디를 찍습니다(정말로?). 여동생은 여왕(엄마)의 명령으로 어느 중립국에 파견 나갑니다. 호위도 없이 별 능력도 없는 시종 하나만 달랑 데리고 가죠. 그래서 필자는 상당한 불안을 느꼈습니다. 히로인이 위험에 처하는 불안이 아니라 이거 남주와 만나 되지도 않는 연애 시뮬을 찍는 거 아닐까? 싶었던 거죠. 그리고 예상대로 그렇게 흘러갑니다. 참고로 본 작품은 내청코 같이 달달한 러브 코미디가 아니라 인간과 마녀의 전쟁을 다루는 스릴러물입니다. 100년 전부터 갈라진 이들은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죠. 마녀는 성령이라는 마법을 부리고, 인간은 대마녀 병기를 만들어 대응&말살에 나서는 중입니다. 지금은 고착 상태에 빠져 있긴 합니다만, 언제 전쟁이 재발해도 이상하지 않죠. 당연히 마녀는 인간이 보이면 죽이거나 잡아 가두거나, 인간도 마녀가 보이면 잡아 가두거나 말살입니다.
여동생이 인간 측인 주인공을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미 여주가 그런 짓을 해대고 있긴 한데, 얘들은 그래도 겉으로는 싸우는 척이라도 하죠. 파견 나간 나라에서 여동생은 남주를 만납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하필이면 여주와 엄마가 대립하는 적대 세력에 들키고 말죠. 그것도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제국에서 내로라하는 남주를요(지금은 좌천돼서 말단). 이건 배신입니다. 적대 세력에 있어서 여주와 엄마(여왕)를 끌어내리기에 절호의 기회가 되죠. 여기서 진짜 문제는 여동생이 사태의 심각성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4권에서 만나는 걸 들통나서 적대 세력에게 호되게 당하다 남주가 구해 주었죠. 근데 적대 세력에 들켜놓고 여동생은 얼토당토않는 소리를 내뱉습니다. 내 부하가 되라고. 자, 여기서 카리스마 있게, 절박하게 호소함으로써 남주로 하여금 감화되게 했다면 얼마나 근사했을까요. 그게 아니니까 필자는 아주 환장을 합니다. 카리스마는 갔다 버린 저렴한 아양, 절박함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스킨십(남주 팔을 가x골에 비비기 등), 남주와 같이 있는 걸 들통나서 엄마가 최대의 위기에 빠졌는데 위기의식은 하나도 없고. 남주를 끌어들이기 위해 목숨을 거는 게 아니라 몸을 갖다 바칠 기세입니다.
본국으로 귀환하기 위해 남주를 호위꾼으로 영입하는데 성공한 여동생은 동네방네 소문 다 내고 다닙니다. 제정신 아닌 거죠. 그래놓고 적대 세력이 공격 해오면 나 좀 지켜 달랍니다. 가는 길에 식당이라는 식당에 다 들려 먹을 거 다 먹고, 쇼핑하고, 난리 부루스를 칩니다. 결국 언니인 여주에게까지 소문이 도착해버리죠. 여주는 찾아갑니다. 자매 대전이 시작되죠. 감히 내 이스카(남주)를?! 하며 화를 냅니다.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 걸까, 여긴 어디? 나는 누구? 그런 상황인 거죠. 아니 니들 엄마가 위험해졌다고. 자칫 내전이 벌이지고, 인간들과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거든? 제국(인간)은 엄마(여왕)를 없애려고 특수부대까지 보냈거든? 거기다 여동생이 극비로 파견 나간 걸 적대 세력에 알린 배신자도 있다고. 아니 애초에 삼녀(셋째)라고 해도 왕가 직계 왕녀를 호위 하나 없이 파견 보낸 거부터다 난센스인 거고, 적국 병사인 남주를 호위꾼으로 영입할 정도로 인맥이 없다는 것에서 대체 어떤 인생을 살아온 거냐고. 그런 상황에서 남주 하나 놓고 자매 대전을 벌이는 이 시추에이션을 어떻게 발아 들여야 할까. 내가 지금 뭘 읽고 있는 거지. 끊임없이 이런 의문을 불러옵니다.
맺으며: 다 못 읽었습니다. 한 절반쯤 읽었나? 좀 더 읽으면 엄마(여왕)가 위험해 처하는 얘기가 나오는 거 같은데, 남주 하나 놓고 벌이는 자매 대전 때문에 도저히 읽을 엄두가 안 났습니다. 요즘은 자재 중인데, 예전 같았으면 신랄하게 독설이라도 날렸을 겁니다. 히로인들 행동이 너무너무 저렴해서 1페이지 넘기는 데 하루가 걸렸습니다. 진짜로요. 용기를 내봤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더군요. 물론 이런 상황과 느낌은 100% 필자 주관적입니다. 정발 기준 16권이나 발매되었다면 분명 재미있다는 소리인데, 필자의 감성이 어딘가 뒤틀려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새삼 내청코의 위대함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내청코 같은 러브 코미디였다면 분명 찬사를 보냈겠죠. 물론 작가 성향이 다 똑같을 순 없으니 이해는 되는데, 본 작품(일단 5권 기준)은 만남과 인연이 너무나 작위적이고 저렴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여동생이 남주를 영입하는 부분, 여주와 여동생+남주와 만나는 장면을 들 수가 있습니다. 현실이라면 이것들 상황 판단이 안 되지? 같은 소리를 해주었을 사태죠. 이들로 인해 마녀의 나라는 내전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철없는 여동생으로 인해 엄마(여왕)가 실각되고 인간과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이들은 남의 나라 얘기인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사실 제인 문제는 우유부단한 남주라 할 수 있습니다. 시종일관 여동생에게 말 한마디 못하고 끌려다니니까요. 이래서 초식남은. 정말로 내가 이걸 왜 읽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은 두 번째 작품입니다. 마지막으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100% 필자 주관적인 느낌이라는 걸 밝혀둡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