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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내 화염에 무릎 꿇어라, 세계여 02 - L Novel ㅣ 내 화염에 무릎 꿇어라, 세계여 2
스메라기 히요코 지음, 미카 피카조 외 그림, 김장준 옮김 / L노벨 / 2025년 8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왕을 무찔러 달라는 여신의 부탁을 받고 이세계로 온 5명의 여고생. 눈에서 불을 뿜는 호무라, 사무라이 암살자 진, 로봇 메이드 프로토, 메드 사이언티스트 싸이코, 독을 뿜는 츠츠미. 범상치 않은 이명을 가진 그녀들이 벌이는 이세계 모험담 제2탄입니다. 마왕을 무찌르긴 해야 하는데 아직은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위순대라는 신선조의 느낌도 나고 모험가 느낌도 나는 치안 부대에 입대를 했습니다. 1권에서 입대한다고 꽤나 고생한 거 같은데, 사실 필자는 그녀들 성격상 어디에 소속되지 못할 거라 여겼습니다. 그만큼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주었거든요. 하지만 마왕을 무찔러야 하니까 힘은 길러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안정적인 곳에서 훈련을 해야만 하죠. 당연히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고 그녀들은 주변인들 위장을 빵구내는 일을 저질러 댑니다. 얘네들 생각은 일반인과 많이 동떨어져 있거든요. 자세한 건 1권 리뷰 참조. 그런 그녀들에게 새로운 미션이 떨어집니다. 옆 나라 어느 항구 도시에 마물이 출몰하여 배들을 공격하고 있답니다. 조사하러 가보랍니다. 가는 건 좋은데 과연 얘네들이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손님 대접으로 나온 과자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하라는 의뢰는 뒷전으로 미룬 채 노점 투어 할 생각이 그득하지 않나. 거기에 이세계에서 발견한 스쿨 수영복, 그리고 바다.
마왕의 재림으로 세상이 뒤숭숭합니다. 그(그녀?)를 추종하는 세력이 불어나고, 마물들이 활발해졌죠. 이 항구도시도 그 영향을 받은 걸까? 해변에서 만난 팔다리 달린 아기 상어. 귀엽기도 하고 그로테스크 하기도 하고. 이토 준지의 공포 만화에서 나올법한 상어 같기도 하고. 그렇게 조사를 하며 도시로 돌아오니 웬 여자애가 범죄자를 잡았다며 꼬치 쇼를 펼치고 있습니다. 영주의 딸이라는데, 권력을 믿고 패악질을 일삼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아 울버린처럼 생긴 손톱 꼬치로 범죄자 배빵을 놓고 있습니다. 여고생 5인조에게 있어서 불행은 이 꼬치쇼를 본 것이겠죠. 마물 조사는 뒷전이 되고 이 꼬치녀의 눈에 띄여버린 그녀들은 꼬치녀의 말도 안 되는 의뢰를 받게 됩니다. 마물 출현으로 교역이 중단된 것은 안중에도 없는 꼬치녀. 이런 그녀를 태워버리고 해부해버리고 싶지만 지금은 힘이 없습니다. 게다가 여고생 5인조에겐 신세를 진 곳이 있어서 그곳에 피해가 갈까 크게 나가지도 못하죠. 필자가 불만은 이런 부분입니다. 자유분방하고 꼬치녀 못지않게 패악질을 일삼는 그녀들이 누군가에게 종속되고 말에 따라야 하는가. 지금은 힘이 없으니까? 그건 아닌 거 같고, 지금은 아직 미숙한 그녀들의 내면을 완성 시켜야 한다는 걸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이런 건 필요 없는데.
맺으며: 리뷰에선 언급이 없었습니다만, 이번 2권은 사무라이 암살자 진(표지 모델)의 이야기입니다. 지구에 있을 때 암살자로 길러지고 부조리한 의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할복 당했죠. 그게 트라우마가 되어 지금 자신은 무얼 위해서 칼을 들고 있나 같은 고뇌를 보여줍니다. 그저 자신은 살x을 즐긴 암살자였는가 등등. 여기서 흥미로운 건 보통 여느 작품에서는 주변 동료들이 케어해주는데 반해 이 작품에서는 나가 뒤져라는 독설이 쏟아진다는 거죠. 물론 진심으로 그러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진심으로 걱정해 주지도 않고 방관하는 그런 유쾌한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그 이면엔 믿고 있다는 동료애가 숨어 있긴 한데, 대놓고 표현은 안 하죠. 아무튼 1권에서 마왕을 무찔러 달라고 했으면서 레벨 1 뉴비부터 시키는 여신, 그런 여신을 무릎 꿇린 5인조 여고생들. 이런 요소가 이 작품이 범상치 않다는 걸 알려 주었는데요. 이번 2권에서는 그런 범상치 않은 삶을 살면서도 인간의 틀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악당은 무조건 소각이라는 호무라도 사연이 있는 악당이라면 손을 내미는 상식인이라는, 필자에게 있어서는 조금은 아쉬운 전개를 보여주죠. 1권을 읽었을 때 내키는 대로 살아가는 게 그녀들의 아이덴티티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신세 진 곳에 피해가 갈까 쎄게 나가지 못하고, 사람들을 구하는데 진심이 되어 가는 부분 등 성격만 약간 고약하지 여느 작품 주인공들과 별반 다를 게 없네 하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러다 마왕도 사연이 있다며 용서해 주는 건 아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