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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나이=(이퀄) 여친 없는 역사인 마법사 11 - J Novel Next
분코로리 지음, 이경인 옮김, M다 S타로 일러스트 / 서울문화사 / 2025년 5월
평점 :

왕은 자기 딸이 진성 변태라는 걸 알고 있었을까? 추남 납작 얼굴 노랑족(주인공)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었죠. 그동안의 활약으로(드래곤 시티 건설, 마왕 퇴치) 보상이랍시고 왕이 자기 딸을 대려 가라는데, 납작 얼굴은 알고 있었거든요. 왕녀가 얼마나 개변태인지를. 자기 주제도 모르는 납작이는 처음은 처음인 사람과 맺어지고 싶다는 게 불변의 소원. 당연히 처음을 어딘가에서 잃어버린 개변태 왕녀는 논외죠. 이걸 어쩐다 싶은 찰나에 부웅 하는 느낌과 함께 눈을 떠보니 눈앞에는 학생들이, 본인은 전라. 이번 11권은 어느 빈(貧)국 왕자에게 소환되어 소환수로 활약하는 납작이를 그립니다. 소환수를 소환하는 학교 시험에서 왕자도 불러냈죠. 소환수라 하면 보통 동물형을 떠올리기 쉽잖아요? 근데 왕자가 소환한 건 추남 납작 얼굴 노랑족이란 말이죠. 왕자에겐 재앙, 납작이에게는 여학생들도 있는 장소에서 전라라는 짜릿한 경험을. 몇 번을 재시도해도 납작이를 소환하는 왕자는 절망합니다. 그에겐 사명이 있거든요. 훌륭한 소환수를 소환해 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이. 근데 배 나온 납작 얼굴 평민이 소환되었으니 얼마나 상심이 크겠어요. 그 납작이는 알고 보면 이웃 대국에서 백작 지위에 전 세계적으로 큰 위기를 맞았던 마왕전에서 마왕을 무찌른 영웅인데도 말이죠. 납작이는 이 사실을 알려주지 않은 채 변태 왕녀와의 결혼에서 도피처로 활용하고자 꿍꿍이를 펼칩니다. 왕자를 주인님으로 모시기로 했죠.
한동안 납작이와 왕자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왕자의 나라는 왕조차 변변한 식사도 못하는 최빈국이고, 당연히 왕자 또한 여장 메이드 일을 해야 할 정도로 궁핍한 삶에 쫓기고 있죠. 학교에서는 못 사는 나라 출신이라고 괴롭힘에 왕따 당하는 중이고, 납작이를 소환하는 바람에 그나마 남아 있던 학교생활도 순탄치만은 않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소환수(납작이)랍시고 방에서 하나밖에 없는 시트를 내어주고 아침밥을 챙겨 주면서 자기는 원래 아침을 안 먹는다며 쫄쫄 굶고 있는 주인님의 배려. 처음 소환했을 때는 절망이었지만 그래도 책임을 지는 주인님의 따뜻한 마음. 여전히 새로운 소환수에 연연하고, 돈을 벌기 위해 여장 메이드 일에 모험가 일까지 하는 주인님을 바라보며 아무리 처음을 밝히는 납작이라도 뭔가 느끼는 게 없으면 사람이 아닐 테죠. 아무도 다가와 주지 않는 추남 납작 얼굴 노랑족이 힘을 낼 때가 이럴때입니다..만 외교적 문제 때문에 함부로 나설 수도 없는 상황. 납작이는 대국(페니 제국)에서 백작으로 지내는 귀족이거든요. 남의 나라에 함부로 간섭했다간 내정간섭으로 전쟁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으니까요. 그래도 궁지에 몰려가는 주인님을 마냥 바라보고만 있지 않습니다. 남부 국가군이라는 통합이라 쓰고 강제 합병하려는 이웃 국가에 대항해 나라를 지켜야 하는 주인님을 외교의 장에서 필사의 노력을 펼치지만 아무도 최빈국 왕자의 말은 들어주지 않습니다. 궁지에 몰린 주인님을 구하는 미션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다른 이들은 뭐 하고 있을까. 드래곤 시티에서 왕과 알현 중에 갑자기 사라졌으니 대소동이 일어나는 건 당연. 다들 납작이를 찾아서 원정을 떠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게 이들이 과연 왕자와의 접점으로 이어질까 하는 기대감을 생기게 한다는 것입니다. 그야 왕자는 뒷배 하나 없는 고립무원에서 자기 나라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거든요. 그런데 대국의 주요 요직에 있는 사람들이 편들어준다? 게다가 납작이의 정체도 밝혀진다? 이거야말로 누구나 꿈꾸는 신데렐라의 이야기죠. 아닌 게 아니라 납부 국가군이라는 통합이라 쓰고 강제 합병에 왕자의 나라는 흡수 당하게 생겼거든요. 그게 싫어 고군분투하지만 아무도 들어주지 않습니다. 사실 납작이가 실력만 발휘했어도 아무도 찍소리 못 했을 텐데. 납작이는 왕자에게 소환되었을 때부터 알고 있었거든요. 왕자의 진짜 정체를요. 떨어지기 싫었던 것이죠. 그토록 바라 마지않던 처음을 간직한... 하지만 사태는 납작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급박하게 흘러갑니다. 결국 왕자는 외교의 장에서조차 왕따 당하며 그의 나라가 큰 위기에 빠집니다. 이에 뜬금없이 납작이가 안고 있던 아기 새가 큰일을 저질러 버리죠. 이 아기 새는 납짝이가 소환되고 얼마 뒤 납짝이가 소환한 새(버드)로서 아마 12권까지 키포인트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은데, 그의(수컷) 정체는 로리곤(고대 드래곤, 크리스티나)도 피하는 흉악한 개체였지 뭡니까. 이 새에 대해선 언젠가 나올 12권 리뷰에서 다뤄보겠습니다.
맺으며: 리뷰가 두루뭉술해졌군요. 그래서 왕자는 납작이의 도움을 받나? 납작이 동료들이 합세하며 왕자는 신데렐라가 될 수 있었나? 스포일러상 많은 부분을 밝힐 수 없어서 이리 된 거니 양해 바랍니다.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분량은 조금뿐이지만 로리곤(고대 드래곤, 크리스티나)의 귀여움과 그녀를 돌보는 소피아의 훈훈함이 인상적이라는 말씀은 드릴 수 있습니다. 납작이가 안고 있는 새의 귀여움과 흉악함이라는 이중적 요소도 눈여겨볼만하죠. 아무튼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번 11권에서도 추남 납작 얼굴 노랑족,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하지 말라는 교과서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는 배려심이 넘치고, 누군가(주로 처음을 간직한 히로인)가 위기에 빠지면 전라가 되는 걸 마다 하지 않고 나서서 도와주니까 처음엔 질색해도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는 걸 알게 되어 다가오는 히로인들이 많죠. 아마 줄 세우면 연병장 두 바퀴 반은 될걸요? 문제는 납짝이가 바라는 처음을 간직한 히로인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 이번엔 왕자(주인님)도 포함되었습니다. 왕자는 참 색다른 캐릭터죠. 나라가 워낙 가난해서 지원받는 게 없다 보니 돈을 벌기 위해 여장 메이드 일을 하려 하고, 모험가 일을 나서지만 되는 게 없습니다. 소환사라는 거창한 목적은 있는데 납작이를 소환하는 바람에 절망에 휩싸이고, 학교에서는 왕따 당하고 외교의 장에서는 소외되고, 그럼에도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부분이 참 눈물겹죠.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고 있지 않는 게 납작이의 특성이라는 듯 중반부터 왕자를 서포트하며 분위기를 신데렐라로 바꿔가는 장면들이 예술입니다. 문제는 이 작품 자체가 에로스에 중점을 맞추고 있다 보니 진지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납작이 입장에서는 에로스는 넘치는데 손에 넣지 못하는 안타까움도 있죠. 즉, 납작이는 손해만 보는 타입. 지금 당장 에디타 선생님에게 부탁하면 다 들어줄 거 같긴 한데. 왕자의 입장 변화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종국에는 남자라는 입장이면서도 납작이에게 들이대고 있으니 그의 정체를 알고 있는 납작이로서는 기분이 묘해질 수밖에 없죠. 사람은 외모가 아니라 내면을 봐야 한다는 진리를 깨우치게 한 11권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