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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마왕 2099 02 - 사이버마기노 시티 아키하바라 ㅣ 마왕 2099 2
무라사키 다이고 지음, 크레타 그림, 이승원 옮김 / 노블엔진 / 2024년 10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용사는 저주받았습니다. 금발 미남을 좋아하는 여신(6명 있다는데 나중에 더 나올지도 모름)은 자기 나름대로 호의랍시고 불로장생을 하사하였죠. 사실은 좋아했습니다. 용사를. 이게 2권 포인트가 됩니다. 500년 전 마왕(주인공, 이하 마왕)과 일전을 치르며 승리한 건 좋은데, 500년간 용사는 죽지도 못하고 폐인처럼 지냈죠. 부활한 마왕과 재회 후 우동을 얻어먹었습니다. 슬럼가에서 거적때기를 걸치고 초라하게 살아가던 용사는 꼴이 말이 아니었죠. 그래도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 하는 선량한 마음씨는 변함이 없었고, 그 길이 아무리 험하고 힘들어도 자기를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달려가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500년 전 원수이자 호적수였던 용사가 마음만은 변치 않았다는 걸 알게 된 마왕은 그를 높이 평가하게 되었죠. 이후 배신한 마왕의 부하의 난동에 궁지에 몰린 마왕을 도와주기도 했고, 배신한 부하를 없앤 후 이상한 인형에 집착하는 그(배신한 부하)의 비서가 용사를 서포트 하게 되면서 더 이상 슬럼가에서는 지내지 않게 되었나 봅니다만, 앞으로 마왕의 앞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기대되는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용사는 드래곤 볼의 베지터 포지션이 아닐까 싶군요. 참고로 마왕은 배신한 부하의 으리으리한 집을 강탈해서 마키나(메인 히로인)와 알콩달콩 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술잔을 나눈 맹우(비유적), 맹우가 위기에 처하면 구해주는 건 당연한 거다. 2권 히로인과 같이 들어간 욕실에서 할 말은 아닌 거 같지만, 대놓고 복선을 투하하고 그 복선대로 히로인에게 위기가 찾아오고 구해주는 마왕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마왕은 6명 있다는 부하의 생사를 알려주는 오브젝트인가 뭔가가 있다는 아키하바라 마법 학원에 위장 전학을 합니다. 그 물건은 학원 지하 보물고에 있다는데 문제는 문을 열려면 열쇠 3개가 필요하고, 행방을 쫓다가 아키하바라(독립된 도시)의 존망이 걸린 일대 사건에 휘말리게 됩니다만, 정확히 마왕은 제3자의 입장이고 그 중심에 이번 2권 히로인이 있습니다. "히즈키" 마왕은 히지키(해산물 톳을 의미)로 불러서 매번 그녀로부터 태클을 받는 게 일이죠. 그녀는 마력이 없습니다(최대 복선이자 포인트). 마법 학원에 다니면서 마력이 없다는 건 치명적인 일. 그래서 집단 따돌림을 물론이고 괴롭힘까지 당하는 비운의 히로인입니다. 하지만 거기에 마왕을 끼얹으면 어떨까? 선두에 서서 그녀를 괴롭히던 금발 양아치를 마왕이 보기 좋게 뭉개버리자 뿅 가는 히로인. 운명의 여신은 분명 존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대사가 '내가 위기에 처하면 구해줄 거야?' 사실 여기까지 제법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설명은 생략하고, 마왕은 당연하지를 외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양아치가 여자 어떻게 해보겠다고 입에 발린 싸구려 멘트가 아니라 궁예(아주 중요함) 같이 근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대사를 날린다는 것입니다. 욕실이라는 클리셰 같은 장면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대사라니 좀 깨지만, 아주 그냥 복선은 복선대로 뿌리고 여심을 사로잡는, 굉장히 흥미로운 장면이 아닐 수 없었는데요. 이후 복선대로 그녀에게 위기가 찾아오고, 또다시 마왕은 그녀를 구해줍니다. 이거 스포일러 아니냐고요? 더 중요한 스포일러가 있어서 이 정도는 괜찮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히로인(히즈키)에게 어떤 위기가 찾아오고 그녀의 정체가 무엇이냐죠. 사실 히즈키를 매개로 해서 더 흥미로운 장면이 있습니다. 좀 더 설명해 보자면, 히즈키는 누군가에 의해 무언가를 강림 시키려는, 매개란 재물 혹은 그릇이라는 뜻이고 어떻게 보면 강림술이라는 클리셰의 한 부분이지만 그 클리셰에서 히즈키의 상황과 마왕이 어떤 말을 하느냐가 이 작품의 백미입니다. 아주 그냥 여심을 사로잡는 카리스마를 보여주는데 남자인 필자도 뿅 가겠더군요. 작가가 대사라는 표현력에 있어서 여느 작품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여서 보는 필자가 부끄러울(비하가 아닌 칭찬) 정도였군요. 그로 인해 두 명(최중요 포인트)의 히로인이 구원받는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맺으며: 여전히 근미래 고도로 발전한 과학과 그에 따른 어둠을 다루는 사이버펑크 표현력이 상당히 좋습니다. 오히려 1권보다 진화했다는 느낌이군요. 작가가 준비를 많이 했고, 작가의 필력도 받쳐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해주었습니다. 거기에 궁예같이 근엄한 카리스마와 걸맞은 대사를 하는 마왕이 상당히 인상적이죠(그렇다고 아무나 때려죽이진 않습니다). 이번 2권에서도 히즈키를 구해주면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해 줍니다. 카리스마 있고, 목소리 좋고, 키도 크고, 상냥하고, 자상하고, 배려심 있고, 효자손같이 등도 잘 긁어 주고(히로인이 바라는 대사를 콕 집어서 잘 해준다는 의미), 힘도 있고, 돈도 많고, 욕실에서 히즈키가 빤히 바라볼 정도로 근육 덩어리고, 마왕은 모든 걸 다 가졌습니다. 그런데 연애는 미연시 게임으로만 배워서(이걸 상대에게 당당히 말하는 마왕) 여심을 사로잡는 말은 잘해도 정작 자신에게 향하는 여심은 모르는 벽창호 같은 면모도 있죠. 지고지순 마키나(메인 히로인)에겐 고백에 가까운 말을 한 거 같긴 합니다만. 뭐 어쨌거나 본격적으로 암흑 조직(길드)이 대두하여 마왕과 대립하는 구조를 띄기 시작합니다. 마왕을 배신한 부하도 여기 소속인데, 그 녀석은 우리 조직에서 최약체였다는 클리셰 덩어리 대사가 나와서 놀라기도 했군요. 그런데 열쇠는 어떻게 되었냐고요? 이것도 히즈키와 연관된 핵심 스포일러라서요. 아무튼 이 작품은 필자가 적극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이때까지 필자의 리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웬만해서는 추천하지 않죠. 덧붙이자면, 리뷰에선 언급하지 않는 굉장히 충격적인 장면도 있습니다. 이것도 최대 스포일러에 속하는 히즈키와 연관이 있어서 언급은 힘들지만 필자가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고 감동적이거나 그런 건 아니고 소름이 돋았다고 할까요. 물론 필자 개인적인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