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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정령환상기 03 ㅣ 정령환상기 3
키타야마 유리 지음, Riv 그림 / S노벨 / 2018년 8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부모님 묘소를 만들기 위해 고향 찾아 극동으로 여행길에 오른 주인공. 뭐가 있을지 모를 미개척지를 넘어 여행하던 중 귀족이 보낸 암살자 여우 귀 소녀를 만나기도 했었죠. 알고 보니 현실에서 같은 버스에 탔고, 사고에 휘말렸던 초등학생이었습니다. 매일 같은 버스를 타고 같이 등교하며 짝사랑을 키웠던, 이세계에 전생하고 다시 만나 정령들의 마을(여우 귀 소녀 고향)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며 현실에서 못다 한 사랑을 키웠으나 주인공은 여우 귀 소녀를 남겨두고 또다시 길을 떠나야만 했죠.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은근히 주인공 로리콘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정령들의 마을에서도 꼬꼬마 히로인들에게 인기 좋았죠. 주인공이 그럴 마음이 있든 없든 업보는 참으로 깊을 것입니다. 다시 길을 떠나 드디어 극동 지방에 도착했습니다. 도착은 했는데, 부모님 고향 찾는 게 만만찮군요. 몇 달이 걸려 겨우 당도한 마을. 또다시 히로인들이 맞이해줍니다. 왕도 슬럼가에서 살 때 여자애들과 이벤트(잡혀가서 두들겨 맞음)를 벌일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습니다. 정령들의 마을에서도 히로인들이 맞이해주고, 체류할 동안 인연을 엄청 쌓더니, 부모님 고향 마을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이번 3권은 부모님 고향에 체류하며 농사일을 돕고, 사냥을 해서 고기를 나눠주고, 마을 여자애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정체를 알게 되죠. 두 분의 묘소는 이미 양지바른 곳에 잘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친할머니로부터 부모에 대한 과거를 듣습니다. 왜 머나먼 서쪽으로 여행길에 올라야 했는지. 도망치듯 나라를 떠나야 했던 부모님, 그 이면에는 이웃 나라에 팔려 갈 수도 있다는 어머니의 인생이 걸려 있었고, 외조부는 딸(주인공 어머니)을 보호하기 위해 주인공 아버지로 하여금 야반도주를 하도록 했다는 게 밝혀지죠.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도 살아 계셨습니다. 다행히도 손자(주인공)를 매우 아껴주는 상냥한 분들이었죠. 하지만 주인공에게 있어서 이 모든 상황은 낯설기만 했고, 와닿지 않았나 봅니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도 5살 때 살해당하고, 7살까지 슬럼가에서 살며 마음이 닳아버린 것인지. 가족을 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거 같았고, 정(情)을 주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사촌 여동생과 주인공에게 첫눈에 반한 '사요'라는 소녀와 2년 가까이 지내면서도 그녀들의 마음에 응답을 해주지 않습니다. 특히 사요는 길을 떠나는 주인공을 따라가기 위해 결사적이 되죠.
하지만 이웃 마을 무뢰배에게 사촌 여동생과 사요가 몹쓸 짓 당할 뻔하자 이성을 잃고 그 무뢰배를 의미 그대로 곤죽으로 만들어 버리는 거 보면 아예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닌 듯하였습니다. 물론 사촌 동생이든 아니든 여성이 그런 일을 당하는데 가만히 있으면 사람이 아니죠. 아마 지금 그럴 상황(이성이 보내는 호감에 응답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지 않나 했군요. 어머니를 살해한 범인을 찾아야 하고, 여기서 주인공은 많은 갈등을 하죠. 복수를 해서 얻는 것이 무엇인가를요. 거기에 아직도 이세계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사람을 해치는 것에 주저하며 옳은 일이 무엇인지 갈등을 하고, 무뢰배 사건을 통해 지켜야 할 대상을 위해 심리적이든 신체적이든 보다 강해져야만 하고, 그렇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다고 할까요. 그래서 이 작품은 히로인은 엄청나게 나오는데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작가는 이 많은 히로인들을 일일이 다 기억하려나요. 뭐 필기 정도는 해두겠죠. 아무튼 이번에도 10살짜리(여우 귀 소녀도 10살쯤) 히로인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인 유괴 당하기. 슬럼가에서도 10대 초반의 왕녀가 유괴 당하기도 했는데, 주인공은 굿이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싶죠. 가는 곳마다 사건이 일어나니까요.
맺으며: 그동안 복선만 잔뜩 뿌리고 회수를 하지 않아 수단(목적과 수단)에 먹혀 버린 건가 했던 이야기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하는군요. 히로인은 엄청나게 나오지만 하렘은 아니고, 철벽을 치며 오는 호감 메시가 감동 먹을 정도로 쳐내버렸던 주인공에게 있어서 첫사랑이었던 히로인의 등장은 과연 그에게 어떤 심적 변화를 이끌어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군요. 3권을 읽으며 계속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간다면 느긋하게 후속권을 읽어야지 했었습니다만, 에필로그에서 주인공의 첫사랑의 등장이라는, 깜빡이도 켜지 않고 우회전을 해버려서 4권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왜냐면 주인공은 목석이거든요. 이번 3권에서 사촌 여동생과 더불어 메인 히로인이었던 사요가 그렇게 울부짖으며 마음을 부딪혀 왔는데 끝끝내 쳐내버렸고, 그전에는 여우 귀 소녀도 내팽개치기도 했고, 학원 다닐 때는 선생도 내팽개친 상황에서 첫사랑의 등장이라. 뭐 사실 거의 일상생활 이야기만 주야장천 이어지고 있어서 좀 식상하던 차였습니다. 여행을 하고, 농사를 짓고, 농기구를 발명하고, 마을 여자애들은 꺅꺅 거리고, 가끔 무뢰배라는 클리셰나 넣어주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나마 일러스트가 잘 나와서 계속 보고 있었습니다만, 이제부터 이야기가 좀 재미있어지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