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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재악의 아발론 02 - S Novel+ ㅣ 재악의 아발론 2
나루사와 아키토 지음, KeG 그림, 박정철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10월
평점 :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사실 실제로 NTR 요소가 있기도 하죠. 돼지(주인공)의 소꿉친구이자 약혼녀인 '카오루(이하 약혼녀)'는 모험가 고등학교에 진학하자마자 돼지를 내팽개치고 이케맨 주인공(세계관의 주인공) 파티에 들어가 버렸거든요. 그 이면에는 돼지가 노골적인 성희롱에 자기중심적 사고관으로 바뀐 게 결정적이어서 사실 돼지에게는 자업자득이긴 합니다만, 주인공(본 작품의 주인공)이 돼지에게 깃들고 나서 보니 사춘기 남자의 반항과도 같은 느낌인지라 가슴이 옥죄어오는 그런 관계로 발전해 있었죠. 약혼녀의 돼지에 대한 호감도는 마이너스 일직선, 어릴 때 나눴다는 결혼 계약서(마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서 계약엔 당연히 의무가 따름)만 없으면 진즉에 차버렸을 텐데, 1권에서 그녀는 이 결혼 계약서 찾아 찢어버리려는 중이지만 정작 계약서는 법적으로는 물론이고 마법적으로도 제약이 전혀 없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죠. 그녀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요. 그런데 모험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이 종이 쪼가리 계약서 덕분에 주인공의 그늘에 있을 수 있다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돼지는 유니크 몬스터(보스 몹)를 쓰러트리면서 계획에도 없던 폭렙을 이뤘고, 약혼녀가 위기에 빠지면 언제든 보호해 줄 태세를 갖추기 시작합니다. 참고로 여동생도 이때 폭렙을 이루었죠.
사실 약혼녀고 돼지고 입학하고 보니 모험가 고등학교가 이렇게 썩어 빠졌는지 몰랐었습니다. 고등학교는 실력은 살인도 무죄라는 공식이 적용된 세계였고, 중학교 때부터 모험가 길을 걸으며 에스컬레이트로 고등학교에 올라온 상급반(A~D반)은 그 마인드가 더욱 두드러져서 일반 중학에서 진학한 E반은 그들의 노리게 되는 건 어쩌면 필연일 수밖에 없는, 낙오자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멸시와 야유를 보내고, 교내 정치화 하여 E반을 통제하는 쓰레기들의 집합소였던 것입니다. 학교는 방관으로 일관, 제약은 뒀다지만 아직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이케맨 주인공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묵사발을 내버리고 E반을 노예로 부리기 시작하죠. 사실 이케맨 주인공도 히로인 중 하나가 상급반에 의해 성회롱을 당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정의롭게 나섰지만 결과는 참담. 돼지는 이 모든 걸 직관하면서도 그때는 어쩔 도리가 없는 쪼렙이었고 이를 계기로 던전에서 폭렙을 이루지만 이번엔 섣부른 개입은 약혼녀와 기타 주인공급 캐릭터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어서 어쩌지 못하고 있죠. 그저 그들이 게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일어서는 걸 바라는 수밖에는. 약혼녀는 이런 고등학교에서 핍박받는 E반을 구제하기 위해 이케맨 주인공과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지만 결과는 신통찮습니다. 곧 반 대항전도 다가오는데.
돼지는 가족이 무사하다면 전이한 세계관에 관여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오직 자신이 가진 게임 지식이 들통났을 때를 대비해 가족들이 스스로 지킬 수 있도록(납치 협박 당할 수 있으니)만 관여를 했을 뿐이죠. 여담으로 유니크 몬스터를 쓰러트린 게 결정적이 되어 여동생은 돼지와 동렙인 19까지 올라 버렸습니다. 아직 중3인데, 여고생 3명분을 해내고 있죠(인터넷 밈). 참고로 렙 19쯤 되면 일반인은 물론이고 군대가 동원되어도 쉽게 무력화하지 못하는 수준이랍니다. 부모님도 곧 두 자릿수에 오르게 되는데, 사실 필자가 바랐던 건 이런 소소한 이벤트 같은 거였습니다만, 분량이 매우 적어 실망 중이군요. 아무튼 상급반의 횡포가 점점 심해지고 선배들도 E반 괴롭히는데 사주하면서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죠. 이에 돼지는 입학 초기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히로인들을 중심으로 버스를 태우기 시작하면서 반격의 서막을 올립니다. 쪼렙 시절의 여동생을 칼로 베고 유니크 몬스터에게 미끼로 던진 모험가 나부랭이들에게 복수도 해야 하죠(2권에서는 잊혀진 듯한데). 그런데 이 세계로 전이한 플레이어(돼지처럼 현실 게임 유저)가 돼지 혼자가 아니었고, 하필 약혼녀에게 관심을 두는 게임 감각을 가진(쉽게 말해서 준법정신 결여) 남자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NTR 요소는 갑작스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듭니다.
맺으며: 게임 속으로 전이는 이제 흔한 스토리임에도 필자가 이 작품에 묘하게 몰입할 수 있었던 건, 작가가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NTR 요소 때문이 아니었나 싶군요. 물론 19금적으로 그렇고 그런 설정에 빠져드는 변태 같은 취미는 없고요. 1권에서는 약혼녀 스스로 알아서 해라라는 느낌이 강했는데, 2권에서는 거대한 악(고등학교 자체, 차차 사회 전반이 됨)에 맞서 싸우려는 약혼녀의 용기에 감동받았는지 뒤에서 서포트를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현재 나의 감정 보다 그녀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녀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거치적 거리는 건 내가 치워줄게, 무대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보다 묵묵히 무대에 내리쬐는 스포트라이트가 끊길 일 없이 서포트하는 스텝이 되려는 주인공의 마음이 엄청 와닿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그녀가 누구와 함께 하느냐죠. 돼지는 아닙니다. 그녀는 이케맨 주인공과 파티를 맺었고, 돼지에게는 보여주지 않았던 웃음을 그에게는 보여준다는 것. 일에서 우선도는 이케맨 주인공이 된다는 것, 옥죄어오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녀를 노리고 적극적으로 대시 중인 게임 지식을 가진 남자 플레이어의 등장. 약혼녀는 어둠의 동인지에서 히로인 특징이었던, 밀어붙이는데 약하다는 속성을 가직 캐릭터. 내가(돼지) 모르는 장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두근 거림을 보여줍니다(변태 맞네). 돼지에게는 엄청나게 잘 생긴 이케맨 주인공만으로도 벅찬 상황이건만. 그럼 돼지는 뭐 하고 있나, 사실 약혼녀 없어도 됩니다. 누가 주인공 아니랄까 봐 슬슬 하렘 초기 단계에 들어섰거든요. 중요한 것은 약혼녀도 언젠가 동참하느냐죠. 아닌 게 아니라 살도 빠지고, 늠름해지는 돼지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E반 구제를 위해 무엇이든 이용해야 했고, 주인공도 이용하려 들어서 xx 이미지로 굳혀지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군요. 마지막으로 제목이기도 한 재악의 의미가 밝혀지는데 이건 3권 리뷰에서 언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