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뭔가 좀 엉망진창입니다. 대륙을 작살낸 마인과 어둠의 마도사를 힘을 합쳐 봉인했으면서 마왕을 어쩌지 못해 마구잡이로 용사 소환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주인공도 소환 당했죠. 지구인은 아니고요. 다른 판타지 세계인인데, 그의 출신은 그리 중요한 건 아닌 듯합니다. 아마 주인공 인성(인품)이 어떻다 같은 개연성을 위해 넣어 놓은 듯하고, 그 개연성대로 좋게 말하면 다정하고 나쁘게 말하면 호구 같은 인간이죠. 아무튼 소환되어 능력치를 검증하는데 무능력이 나왔습니다. 소환 주체들의 얼굴이 똥 씹은 얼굴이 되는 건 당연지사. 이걸 어쩌나 하는데, 옆에서 새로운 사람이 소환되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이것들이 벌써 200번에 가까운 사람들을 소환하고 있었지 뭡니까. 그렇다면 앞에 190여 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주인공 다음으로 소환된, 피부는 희멀건 하지만 금태양 같은 놈팡이 놈이 글쎄 용사 적격으로 판정받죠. 순식간에 주인공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되어서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립니다. 타임 리밋은 1시간인데. 뭔 리밋?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용사가 소환되었다는 여운이 이제 좀 가셨을 때 눈에 띄는 주인공. 너 님 아직도 안 돌아가고 뭐 하세요? 황당하죠. 리밋은 진작에 종료. 나 같으면 내가 마왕이 되어 이놈들 다 없애버릴 텐데.
왕이라는 놈이 돈 몇 푼 지어주고 변방 숲에 가서 살으랍니다. 알고 봤더니 돈주머니에 시한폭탄이 들어 있네요(좀 많이 각색). 앞에 190여 명도 이렇게 비명횡사한 듯. 숲에 도착해서 주인공을 노리고 덤비는 슬라임을 처리했더니 주인공 LV 업. LV2가 되자 슈퍼 울트라 능력자로 각성. 위에서 언급한 금태양 수만 마리가 있어도 주인공에겐 쨉도 안 될 능력자가 됩니다. 아마 이 부분 때문에 평이 안 좋지 싶은데 아무렴 어때요. 아무튼 왕이라는 놈은 사람 보는 눈이 없었던 것이고, 금태양은 금태양 짓을 해대기 시작하는데. 주인공으로서는 제일 먼저 할 일은 시한폭탄을 던져준 왕을 없애야 되지 않겠나? 변장해서 시작의 마을엔 왜 돌아가냐고요. 아마 운명적인 만남을 예견한 것일까. 평생 와이프를 만나는데 1권 만에 진도 엄청 뺍니다. 리뷰가 참 저렴하게 느껴지신다면 아마 그 느낌이 맞을 겁니다. 이 작품은 마왕과 용사에서 보여줄 수 있는 온갖 클리셰가 다 들어가 있죠. 오히려 시원할 정도여서 술술 읽히는 게 장점입니다. 어쨌거나 귀찮은 일은 금태양보고 알아서 하라 하고, 주인공은 와이프 안아 들고 집으로 들어가서 원초적인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필자, 좀 많이 놀랐습니다. 19금 아닌 작품에서 이성 간 그렇고 그런 행위에 브레이크 없이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작품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군요.
물론 모자이크 처리는 합니다. 하지만 끄트머리 외전 이야기는 진짜 좀 위험하던데? 하반신에서 뭐가 쑥쑥 자라서 허리가 어쩌고저쩌고. 더 하면 블록 될 거 같아 이쯤하고, 주인공 일행은 변두리에 정착했습니다. 만난 지 10분도 되지 않아 결혼하고(에피소드가 좀 있지만 생략),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아이 만들기 삼매경에 빠져듭니다. 이쯤에서 여기사 4인조가 찾아옵니다(얘들도 에피소드가 더 있지만 생략). 와이프(메인 히로인)가 질투심이 강해서 접근은 못하고 있지만 아마 곧 공략 대상이 되지 않을까요. 주인공 변강쇠더만요. 이후 히로인 1+1(이들이 위에서 언급한 외전 이야기 장본인들)이 더 찾아오면서 집은 북적북적해집니다. 물론 여러 이야기들도 있지만 그리 중요한 건 아닙니다. 아니 중요하지만 다 언급하면 출판사에서 정해놓은 본 내용 언급 10% 가이드라인을 넘기게 되는지라 아쉽지만 생략하도록 하고요. 아무튼 변두리에서 자리 잡고 본격적으로 이세계 라이프를 즐기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을 이길 존재는 없고, 오는 손님 마다하지 않습니다. 마물은 오늘 일용할 양식이 되고, 여기사들은 저마다 집안일을 하고 밭을 갈고 말을 돌보는 등 농촌 생활에 잘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태양 용사는 쭉정이 용사로 판명되어 쫓기게 되는군요.
맺으며: 무능력해서 추방했는데 진짜 베기였다 류의 이야기입니다. 처음엔 주인공을 괄시하고 얕잡아보고 시한폭탄까지 던져주는 극악무도한 짓을 해댔으면서 진짜로 밝혀지니까 손바닥 뒤집듯 하는 사람들이 참 웃겨주죠. 주인공은 진짜로 밝혀져도 용사로서의 길보다는 와이프(+객식구들)와 시골에서 조용히(격한 레슬링으로 집 무너지겠던데) 사는 걸 선택하는 게 흥미롭습니다. 자기중심적에 난 잘못 없어 책임 회피만 일삼는 금태양 용사가 몰락해가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런데 마왕은? 이게 참 흥미롭죠.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소시민 같은 아저씨? 1권 기준으로 겉모습만 그런 게 아니라 이 아저씨 어디가 위험해서 용사를 마구잡이로 소환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평범한 사랑을 추구하는 마동석 같은 캐릭터? 그래서 뭔가 좀 엉망진창입니다. 주인공이 와이프 얻는 에피소드라든가(스포일러라서 언급 불가), 또 다른 예로서 보통 히로인, 그것도 메인 히로인을 비처녀로 만드는 행위는 이 계통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근데 1권 초반에서 과감히 사도의 길을 가는 용기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꾸만 늘어나는 히로인과 주변에서 주인공을 얕잡아보는 클리셰 등 어떻게 보면 나무야 미안해로 귀결될 수도 있는데, 그렇다고 눈살이 찌푸려지지 않는 묘한 매력이 있더군요. 필자의 경우 술술 읽혔습니다. 단순해서 그런지 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