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드 오라토리아 14 (한정판) -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외전, S Novel
오모리 후지노 지음, 하이무라 키요타카 외 그림, 김민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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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번 14권은 [로키 파밀리아]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과거는 맞는데, 시작점이라고 해야 할까요. 지금은 오라리오를 떠받치는 굴지의 파밀리아지만, 그들도 처음은 있었겠죠. 주신 로키도 처음부터 단원들을 대려오진 않았을 테고요. 그러니까 지상으로 내려오긴 했는데, 지금은 상상도 못할 세일즈를 해야만 하죠. 문제는 로키의 정신세계가 귀여운 여자애들을 좋아하는 중년 아저씨라는 것이고, 그에 따라 지나가는 여자애들에게 치근덕 거리는 게 예술입니다. 당연하게도 아무도 상대 안 해주죠. 그리고 대망의 첫 번째 단원은 다들 아시다시피 파밀리아 단장 '핀'이 됩니다. 이때 핀의 나이 14세. 로키 입장에서는 트럭째로 줘도 안 할 사태지만 개시(開市)는 해야겠기에 받아들입니다. 이때 핀의 요구가 압권이죠. 스포일러라서 자세히 언급은 힘들지만, 핀은 그의 종족 파룸의 희망과 영웅이 되고 싶어 합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대성이지만, 이때만 해도 주신이 천방지축이다 보니 정신을 단디 챙겨야 했을 겁니다. 10살에 망해가는 고향을 뛰쳐나와 어느 스승 밑에서 갈고닦아 실력을 키워 왔던 그는 파밀리아에 가입하지 마자 단장의 싹수를 보여줍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의 종족은 비굴함의 끝을 달리고 그냥 불가침 천민 취급을 당하고 있었으니 그 반발은 엄청났을 것입니다.



참고로 이때 로키가 지상으로 내려온 곳은 오라리오가 아니라 지방 어딘가 소도시로서 파밀리아 홈(거점)은 당연히 없던 시절입니다. 여기서 맨땅에 헤딩 하듯이 세일즈를 펼쳐 가는 게 눈물겹죠. 후에 '헤스티아'를 놀려도 선을 넘지 않는 모습들을 보이는 것도(오히려 져주기도 했으니) 다 자신도 겪어 봤기에 그랬던 게 아닐까 싶더군요. 여행이라 칭하고 몇 년을 유랑했으니 고생도 많이 했을 듯한데, 항상 밝은 로키의 모습이 인상적이기도 하죠. 아무튼 두 번째 단원은 마도사 '리베리아'입니다. 그녀는 하이엘프로서 왕족이죠. 이때의 그녀는 왕족답게 높은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타종족을 은근히 밑으로 보는 고고한 뭐 그런 인물로 묘사됩니다. 그런 한편으로는 엘프의 숲을 벗어나 세계를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요. 이게 쌓이고 쌓여 결국 시종 아이나(벨과 인연이 깊은 인물)를 꼬드겨서 야반도주를 시도해버립니다. 하지만 왕(아버지)이 가만히 있을 리 만무하고, 뒤쫓아와서 한다는 말이 가관입니다. 아버지를 줘팰 수도 없고, 공주(왕녀)가 사면초가일 때 필요한 건 백마 탄 왕자님. 리베리아에게 있어서 백마 탄 왕자님은 누구일까. 핀이 될까? 이게 또 가관입니다. 이때 리베리아는 쌈닭 같은 성격으로 시종 제외 니 편 내 편 없이 사람들을 막 쪼아버립니다. 핀도 예외는 아니었죠.



세 번째 단원은 드워프 가레스입니다. 여망이 있는 핀과, 세상 밖을 보고 싶은 어린애 같은 리베리아에 비해 처음부터 상당히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근데 판타지에서 엘프와 드워프는 앙숙이죠. 이 작품이라고 다르겠습니까. 가레스를 만난 리베리아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가 이번 14권에서 최대의 흥미 포인트가 됩니다. 핀도 땅바닥에 기어다니는 지렁이만도 못한 취급을 했었는데, 앙숙인 드워프인 가레스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 물론 현재에는 둘도 없는 동료지만 이때의 리베리아는 쌈닭 그 자체. 그 중간에 끼여 핀은 개고생. 말려야 될 주신 로키는 강 건너 불구경. 원래 신(神)은 유희를 바라고 있느니 현 상황은 최고의 이벤트. 흥미로운 건 여길 기점으로 쌈닭 최고점을 찍은 리베리아가 점점 사람이 되어가는 장면들이군요. 언제까지고 애들처럼 있을 순 없다는 듯이, 여행을 하고 타종족을 만나 교류를 해가며 점점 인식을 키워가는 그녀가 어른으로서 성장해가는 장면들이 인상적인데요. 어느 순간부터 동료애가 생겼고, 드워프 마을에서 지내며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그토록 괄시했던 가레스가 위기에 빠지자 마인드가 고갈되는 걸 마다하지 않고 마법을 쓰며 쓰러지기 직전이 되도록 그를 구하려 하는 장면들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물론 여기엔 어떤 사연이 있지만 스포일러라서 설명은 패스.



맺으며: 이번 14권에서는 [로키 파밀리아]의 수뇌부 3인방이 어떤 삶을 살았고, 이들이 어떻게 만나 인연을 키우게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서로 다투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하고, 여행을 하며 세상을 배워 가죠. 그리고 저마다 가슴에 품고 있는 포부도 보여줍니다. 부록 소책자에서는 길드 접수원 에이나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습니다. 사실 외전에서 큰 비중이 있는 캐릭터는 아닌 데다 본편에서도 거의 공기가 되어 버린 에이나지만, 벨에게 인생의 길라잡이가 되어준 그녀의 출생이 궁금하다면 추천. 전투씬은 이전에 비해 그렇게 화려하지 않으니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고요. 역시 고정 포대 레피야가 없으니 팥 없는 찐빵 같은 느낌. 현재의 과묵한 리베리아와 쌈닭 시절의 리베리아와의 괴리감이 꽤 커서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핀은 벌써부터 단장의 자질과 사람을 이끄는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일족의 부흥을 위해 후계자가 필요하다며 신부 찾아 삼만리지만, 아시다시피 현재도 노총각 신세를 못 면하고 있죠. 첫사랑은 개같이 망해버렸습니다. 앞으로 그의 연애 운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지는 14권이었군요. 가레스는 이 중에서 제일 정상인입니다. 쇠락하는 일족을 위해 분골쇄신 중인 게 인상적입니다. 같은 일족을 위한다는 방향성만 놓고 보면 핀 보다 더 이성적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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