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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고기를 먹고 있었더니 왕위에 오른 건 1 - S Novel
다켄 지음, 시바 그림, 김진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어느 작은 나라에 왕자가 있었습니다. 그의 나이 12살,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지금 한창 숲속에서 마물 고기를 먹고 있습니다. 한 나라의 왕자가 어째서 마물 고기를 먹고 있는가. 음식에 독이 들어 있기 때문이죠. 기미 상궁이 3번이나 죽을뻔한 사건 이후 살기 위해 숲에서 마물을 잡아먹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오고 있죠. 엄마(왕비)는 어릴 적에 독살 당했고, 후처로 들어온 현 왕비에게서 아들이 태어나자 재상이 대놓고 그를 없애려 드는 중입니다. 왕궁에서 내 편은 없고, 왕(아비)은 나 몰라라 중입니다. 그런 생활을 반복하다 오늘도 숲에서 마물을 뜯고 있는데 웬 여성이 접근해와서 '너, 내 제자가 되어라' 합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 근데 알고 봤더니 '검성의 적귀'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엄청난 유명인이지 뭡니까. 그리고 그녀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죠. 마물에는 독이 있어서 먹으면 죽는데? 음식 독은 경계하면서 독이 있는 마물은 잘도 먹는구나. 어느새 주인공은 독에 면역이 생긴 겁니다. 나아가서 마물을 먹으면 조금씩 능력도 향상된다는 말도 듣게 되죠. 그러고 보니 1년이나 마물 고기를 먹어온 주인공은 어쩐지 회춘한 느낌을 받습니다. 오!! 이제 재상에게 반격하는 일만 남았나? 그리고 정신 차리니 주인공은 점성의 제자가 되어 있었죠.
신작입니다. 장르는 마법과 검이 횡행하는 판타지로서 이세계 전생물은 아닙니다.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류의 착각물로서 주인공이 말 한마디 내뱉으면 와전되어 일이 부풀려지고 주변이 알아서 한 결과 대성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주인공은 스승 밑에서 3년이라는 수련을 통해 독내성을 기르고, 마물을 뜯어서 능력을 엄청 올려 갑니다. 보통은 이렇게 하면 죽는데요. 그런데 주인공은 미미한 독을 가진 마물부터 뜯어 먹으며 내성을 기른 게 주효했죠. 처음에는 스승이 반지를 주길래 독 내성을 가졌나 했더니 맹독의 반지래요. 끼면 죽는데요. 보통 반대이지 않나? 끼고 내성을 더 기르래요. 나아가 그래비티(중력) 장비도 끼래요. 그 왜 드래곤 볼의 손오공이 입었던 까만 옷처럼요. 스승이 준 건 토시지만. 이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흐릅니다. 이제 왕궁에서 내놓은 음식에 독이 들어 있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되었죠. 독이 통하지 않자 이젠 암살자를 보내옵니다. 물론 주인공 상대는 되지 않고요. 독살 주모자는 주인공이 왜 안 죽나 조사하다가 반지가 해독 기능이 있다고 오해해서 훔쳐 끼었다가 죽어 버리죠. 그쯤 주인공은 숲에서 '헌드레드'라는 양아치 집단을 만납니다. 그리고 대련하다가 조직을 흡수하고, 마물 고기를 처 멕여서 강화에 나서죠.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스승은 만날 때도 홍두깨였는데 이별할 때도 홍두깨처럼 제 갈 길을 가버렸습니다. 아마 나중에 주인공 앞을 가로막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왜냐면, 이제부터 주인공은 세계를 제패해야 하거든요. 독은 통하지 않고, 용사라도 한 큐에 죽일 수 있는 독을 가진 마물도 냠냠한 주인공을 대적할 존재는 없어요. 재상의 횡포는 날로 커져 국내 사정은 피폐해지고 이젠 대놓고 암살자 무리를 보내오는지라 강화한 헌드레드(조직)와 주인공 편으로 돌아선 기사단을 이끌고 왕궁으로 쳐들어 갑니다. 쿠데타가 일어난 것이죠. 여기서 악을 멸하고 해피엔딩으로 끝이 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주인공에게 시련은 지금부터입니다. 재상을 없애고 내정을 다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주인공 말을 오해해서 일을 키워가는 주변 때문에 골치를 썩게 되죠. 사실 주인공은 왕국이 어떻게 되든 내 알 바 아니고 헌드레드를 이끌어 세계를 돌며 용병 일을 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 말 첫마디를 내뱉자마자 이걸 어떻게 해석했는지 주변이 주인공을 모시고 왕국으로 쳐들어가 일사불란하게 왕좌에 앉혀 버렸죠. 재상은... 사실 정치적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정상참작되었습니다.
어릴 적에 주인공과 약혼한 히로인이 나옵니다. 마법에 소질이 있어서 3살 때 아버지를 감전 시키고 8살 때 집을 반파 시킨 전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엔 주인공과 약혼한 것에 딱히 이렇다 할 반응은 없었고, 흥미도 없었죠. 그저 주인공 손등에 어떤 마법진을 새겨 두었고, 그걸 통해 주인공의 일거수일투족을 훔쳐보는 관음증 환자일 뿐입니다. 그러다 마음에 들었는지 주인공이 쿠데타를 일으키자 요직에 앉아 있던 아버지를 실각 시키고 마법사 부대를 탈취해서 주인공 편에 서버리죠. 반대하는 자들은 통구이가 되었습니다. 일러스트는 귀엽게 나왔던데 감정은 거의 드러내지 않고, 불법적인 실험을 해댄다는 의혹이 있습니다. 대장이 그러해서 그런지 이후 등장하는 그녀의 부하들도 맛이 갔습니다. 주인공이 마물 고기 먹고 강해졌다는 걸 알자마자 드래곤을 잡아먹는 대범함을 보이죠(물론 그녀도 차곡차곡 내성을 길러 왔음). 이로 인해 드래곤은 주인공 나라를 피하는 지경에 이르고요. 주인공은 정신 차리니 그녀와 결혼해 있었습니다. 결혼 예물로 그래비티(중력) 5배 토시를 내놓은 신부는 어떨까 싶은, 그로 인해 왕좌가 부서지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집니다.
이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 하라면, 모든 길은 마물 고기로 통한다. 먹으면 죽는다는 통설을 깨고 살기 위해 먹었던 마물 고기가 사실은 독에 대한 면역을 길러주고 나아가 능력까지 올려준다는 걸 주인공이 스스로 행한 인체 실험으로 확인되자 나라 전체가 너도나도 마물 고기를 먹고 강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물론 먹으면 진짜로 죽어요. 근데도 먹어대죠. 종국에는 마물들이 주인공 나라를 피해 도망가 버리자 그렇담 마물을 양식하면 되지 않을까? 여기서도 주인공 말은 와전되어 나무가 뿌리를 뻗듯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하고요. 더욱 흥미로운 건 단순히 강해졌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신감도 얻었는지 주변인들이 이웃 나라들을 평정하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시작은 물론 주인공의 말 한마디가 와전된 것에서 비롯되었고, 어떻게 받아들이면 옆 나라 침공해서 접수한다로 이어지는지 같은 개그를 보여주죠. 주인공은 이게 아닌데를 되뇌어도 사태는 주인공 뜻과 반대로 흐르고, 휩쓸려서 진두지휘를 하며 이웃 나라에는 공포로 각인시켜가죠. 마물 고기를 먹는다는 미친 짓을 해대니 소문도 와전되어 최악의 악군으로 소문이 자자해집니다.
맺으며: 주인공을 가르쳤던 스승이라는 복선은 있어 보이는데, 그 외 이렇다 할 큰 복선 없이 시종일관 오해 개그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어둠의 실력자가 되고 싶어서' 순한 맛이라고 할까요. 무감정 히로인은 약방의 감초로 다가오고요. 보통 라이트 노벨에서 주인공과 히로인의 러브러브 코미디가 작중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나 이 작품에서는 그것을 배제하는 과감함을 보여줍니다. 정신 차리고 보니 결혼해 있더라라는 이야기로 끝내버리죠. 그렇다고 재미없는 건 아니고, 무감정 히로인이라는 특성을 잘 살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약간 얀데레끼도 있고. 중간중간 엑스트라를 이용한 개그도 소소한 재미를 선사합니다. 만악의 근원이었던 재상의 본 뜻이 밝혀지면서 약간의 반전을 보여주죠. 주인공 엄마(옛 왕비)도 반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이 터지고 수습하고 진행하는 데 있어서 이 작품만큼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작품을 없지 싶을 정도로 기승전결 면에서는 매우 높은 점수를 줄만 했습니다. 질질 끄는 거와 쓸데없는 설명이 없어서 좋았군요. 다만 주인공이 너무 먼치킨으로 그려지고 있어서 일방적인 힘의 관계를 싫어하는 분들에겐 안 맞을 수도 있습니다. 마물 고기로 강해진다는 약간의 개연성 문제도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