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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레이드&바스타드 3 - L Book
카규 쿠모 지음, so-bin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4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고블린 슬레이어에서는 인간의 적은 고블린이었으나 이 작품에서는 인간이 적으로 나옵니다. 이제 막 모험가에 들어서는 신참들은 못난 어른들에 의해 뒷골목에 끌려가 가진 거 다 빼앗기고 죽임을 당하고, 미궁에서 고기 방패로 쓰이는 것도 다반사, 강제 당한 채 보물 상자 열다가 트랩에 당하여 죽고, 운 좋게도 악독한 어른들의 마수에서 벗어나 간신히 모험가가 되었다고 해도 이번엔 미궁에 잡아먹힙니다. 사실 그렇게 죽으면 차라리 행복한 게, 이 세계는 부활이라는 게 있어서 신전에 일정 금액을 내면 확률적으로 소생이 가능하죠. 그렇게 살려지고 이번엔 빚이 지워져 노예나 다름없이 부려 먹입니다. 주인공이 두 번째로 거둬들인 '라라자'라는 소년이 있습니다. 그는 어느 클랜에서 어느 소녀와 이렇게 노예나 다름없이 부려 먹히다 소녀는 미궁에서 객사, 소년은 도망친 끝에 주인공에게 거둬진 후 죽은 소녀의 시체를 찾아 매일 미궁에 드나들었습니다(부활 시키기 위해). 소년이 몸담았던 클랜의 두목은 인간의 형상을 한 오니(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였죠. 소녀는 그에게 강제 당해 죽은 거나 마찬가지. 주인공이 첫 번째로 거둔 '가바지(메인 히로인)'도 그 클랜에서 고기 방패로 쓰이다 가까스로 주인공이 구해줬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그 오니 두목을 어떻게 하는 게 이번 3권의 이야기입니다.
먼치킨이 판치는 이세계 물이 아닌 정통 판타지를 기반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드래곤의 비중은 상당히 크죠. 그야말로 재앙입니다. 그러니 퇴치했을 때 부와 명예는 따놓은 당상이어야만 합니다. 그런데 2권에서 주인공 일행은 어쩌다 잡았지만 명예만 조금 얻고 삶은 나아지지 않았죠. 보리죽을 먹고 마구간에서 볏짚을 이불 삼아 잠을 청하는 궁상맞은 삶은 여전합니다. 이 작품의 세계관은 작가의 또 다른 작품 고블린 슬레이어보다도 더 비참함을 보이죠. 소년의 동료 소녀는 부활에 성공했었습니다. 그리고 소년은 미궁에서 두목에게 부려 먹히고 있는 소녀를 보았죠. 피죽도 못 먹었는지 앙상하고 미궁에서 보물 상자를 열다가 저주를 받았는지 한쪽 눈을 붕대로 감고 거동이 불편해 보이는 소녀. 거적때기 움막집에서 물건을 감정해 주고 푼돈을 받아 겨우 연명해가고, 그마저도 두목에게 빼앗기는 삶. 처음 도시로 왔을 때 돈을 벌어 부모님을 편하게 모시고 싶다며 순진하게 웃던 소녀. 지금은 노예가 되어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 소녀. 가볍게 생각한 걸까, 소년은 기쁜 마음에 소녀에게 달려가나 오니 두목이 가로막습니다. 두목은 철저하게 사람 부려 먹는데 도가 텄고, 인권은 개나 줘버린. 이거 이용할 수 있겠다고 계산을 마친 두목은 비열한 미소를 짓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충격적이게도 소녀는 소년을 거부하는데...
한편 주인공이 첫 번째로 거둬들인 '가비지(메인 히로인)'는 애용하던 칼이 똑 부러지는 바람에 신경질이 나 있습니다. 칼이 부러졌다고 쉴 수도 없고 미궁에 들어간들 몸에 맞지 않는 칼을 휘두르려니 짜증 나고. 보물 상자를 따는 소년을 발로 뻥뻥 차도 기분은 풀리지 않습니다. 칼만 보이면 손에 맞는지 쥐어봐야 속이 풀리죠. 소년은 소녀를 되찾아야 하고, 가비지는 쓸만한 칼을 찾아야 합니다. 그렇게 저마다 마음에 품은 일들을 찾는 와중에 '데몬'이라는 마신이 창궐하면서 미궁은 아비규환으로 변해가죠. 당연히 주인공 일행이 해결해야 될 문제가 됩니다. 그야 소동은 소녀와 연관이 있어 보였으니까요. 주인공이 세 번째로 거둔 '벨카난(히로인)'이라는 소녀(라 부르기엔 덩치가 너무 큰데)도 함께 합니다. 그녀는 안타깝게도 드래곤 브레스에 당해 죽은 걸 주인공이 부활 시켜준 전적이 있습니다. 그 복수극인지 드래곤 퇴치 전위에 서서 활약한 끝에 드래곤을 쓰러트리고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이명을 얻었지만 삶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마법사가 전위라니. 성격도 고쳐지지 않아 언제나 쭈굴쭈굴 모드, 틈만 나면 소년의 등 뒤에 숨으려 하지만 숨긴다고 가려질 덩치가 아니죠. 아무튼 시스터 '아이닛키(히로인)'까지 끌어들여 데몬 사냥에 나섭니다만. 그 데몬 출현의 진실은 소년에게 굉장히 참혹하게 다가옵니다.
맺으며: 전위 담당인 가비지를 줍고, 정찰과 보물 상자 따는 도적을 담당하는 소년을 줍고, 공격 마법을 쓰는 벨카난을 주우면서 어느 정도 파티의 기능은 갖추었지만, 사제(프리스트)가 없네요. 주인공은 몽크에 가까운? 작가 후기에서도 언급은 없지만, 사제도 있어야겠는데 그게 이번 3권에서 소녀가 맡을 역할이 아닐까, 딱 느낌이 오더군요. 그 소녀를 구하는 게 이번 3권의 이야기고, 그 소녀가 꿈꾸고 동경했던 전설의 다이아몬드 기사를 가비지에게 맡기면서 이야기를 완성 시키는 그런 느낌입니다. 결국 가비지도 손에 맞는 칼을 찾게 되니 불만은 없을 테죠. 주인공은? 사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의 비중은 그렇게 크지 않습니다. 언제나 애들 뒤에서 고블린 슬레이어처럼 단답형 인간이 되어 바라볼 뿐이죠. 참견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부추기지도 않고, 상담할 일이 있으면 들어주고, 그러다 애들이 위험에 빠지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구해주는 약간 숨은 히어로 같은? 소녀를 구하는 최후 결전에서 그 진가가 발휘되는데 비중은 적으면서 멋있는 건 독차지하는 조금은 얄미운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그런 반면에 고블린 슬레이어에서도 그랬지만 이 작품도 히로인 취급은 굉장히 안 좋기도 합니다. 가비지는 노예로 고기 방패로 몰려 죽기 직전에 주인공에게 구해지고, 벨카난도 드래곤 브레스에 타 죽었고(이후 부활), 이번 모험에 동행한 아이닛키 조차 커다란 신체 소실을 겪게 되죠. 소년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소녀는 그보다 더한 취급을 당했고. 이 상당수를 이번 오니 두목을 이용해 인간은 어디까지 타락하고 악랄해질 수 있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소녀는 오니 두목이 대리고 있었죠. 하지만 대지에 서있는 사람이 승자라는 말이 있듯이 언제나 서있는 사람들은 주인공 포함 히로인들이라는 것에서 취급이 아주 안 좋은 것만은 아니긴 합니다. 그러니까 들꽃처럼 지내다 장미로 거듭나는 소녀의 이야기이긴 한데... 알고 봤더니 성격이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