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입니다만, 문제라도? 12 - L Books
바바 오키나 지음, 키류 츠카사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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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마침내 인마대전이 발발하였습니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를 인족(인간)과의 전쟁으로 인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마족으로서는 달갑지 않은 전쟁이었죠. 백성들은 굶어죽고 땅은 비옥함을 잃은지 오래입니다. 사실 이대로 내버려둬도 마족은 자연 소멸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망해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대 마왕이 행방불명(이유는 다음에 언급해 보겠음) 된 게 마족으로서는 천운. 현 마왕이 대두하기 전, 얼른 다시 일어서자 했더니 어디서 굴러먹던 말 뼈다귀인지 모를 여자애(여주와 싸우고 같이 다닌 현 마왕)가 찾아와 내가 차기 마왕이라며 왕좌에 앉더니 인족(인간)들과 전쟁을 선포하지 뭡니까. 마족들: xx(비속어). 그래서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더니 여주(거미녀)에게 발각, 그대로 꼰지르는 바람에 물거품. 알고 보면 마족도 인족(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게 붉은 피가 흐르고 마음도 인간적이었죠. 가족들이 굶는 것에 비통해 하고, 멸망해가는 자신들을 한탄하는. 그런데 마왕이라는 작자는 그런 아픔을 헤아리기는커녕 전쟁을 일으켜 멸망을 가속하겠다니, 하지만 마왕 혼자서도 이세계를 멸망 시킬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어서 대드는 건 자/살 행위.



그렇게 인마대전은 발발하였습니다. 사실 현 마왕은 누구보다도 이세계를 구하려 하는 중이죠. 금기 레벨 10이 되면 이세계의 진실을 알게 되고, 마왕은 일찌감치 이세계 시스템으로 인해 별(星)이 죽어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죠. 여주(거미녀) 또한 알고 있었고 그동안 은혜를 입은 마왕에게 손을 빌려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사지로 내몰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죠(사실 인과응보지만). 이세계를 살리려면 시스템을 없애야 하고, 시스템을 없애기 위해서는 대량의 에너지가 필요했습니다(정확히는 시스템 대체제). 마왕과 여주는 머리를 맞대고 아무리 쥐어짜내봐도 이세계 주민들에게서 에너지를 짜내는 것밖에는 길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이러하니 너 님들 죽어주세요 할 수는 없는 노릇. 결국 마왕은 자기가 모든 짐을 짊어지기로 한 것입니다. 마족과 인족은 불구대천 원수지간이라는 걸 이용하여 전쟁을 일으켜 대량으로 인명을 살상하기로 한 것이죠.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을 누가 만들었나. 반 아이들을 이세계로 전생 시키고, 상위 신(神)에 해당하며, 여주의 모체가 되는 관리자 D.



이번 12권은 자서전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그동안 등장했던 중요 인물들이 몇 페이지의 분량을 받아 저마다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죠. 개중에는 가슴 아프게 하는 이야기도 있고, 참 열심히 살아왔구나 하는 인물도 있었습니다. 대전이라는 전쟁을 치르며 현재 상황을 개탄하고, 삶에 집착하고, 전쟁에서 생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인간미 넘치는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그중에서도 11권에서 언급했던 용사와 그 일행들의 이야기. 결코 밝은 이야기는 아닙니다. 성녀로 발탁되어 용사의 곁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도 애쓰던 어느 평범한 소녀, 사명감에 성녀를 시작하였으나 어느새 용사를 짝사랑하고 결코 맺어질 수 없다는 현실에 좌절하면서도 언제까지고 같이하고 싶어 했던 성녀가 마치 최후를 예감하듯 자신의 마음을 풀어놓는 장면들은 정말 애달프게 했군요. 여기서 유념해야 될 것은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거미녀입니다. 거미녀는 마족 편에 서 있죠. 11권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작품은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영웅담이 아닙니다. 용사와 그 일행의 활약으로 수세에 몰린 마족을 구원하기 위해 여주는 퀸 타락텍트(재앙)를 대리고 참전합니다.



사실 수세에 몰렸다고 해서 구원하려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여주는 그렇게 인간미 넘쳐나는 인물이 아니거든요. 흡혈녀 '소피아'가 정서불안과 애정결핍에 걸린 것도 여주에게 인간미가 없어서였죠. 그녀(여주)의 진짜 정체는... 사실 여기서 작가의 트릭이 대단하다고 느끼는 부분이었군요. 그 왜 물건 숨기고 찾는 놀이에서 숨기지 않고 손에 들고 있으면 이게 찾는 물건인지 잘 모르잖아요. 그동안 여주의 전세가 인간이었다는 말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말입니다. 이런 심리를 적용 해놓아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실력이 참. 아무튼 여주는 마왕과 동조해서 이세계를 구하려 하는 중이죠. 이것만 놓고 보면 인간미 넘친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뭐랄까 그거와는 조금 다른? 표현을 못 하겠네. 사실 11권을 읽고 여주가 용사를 만나 현재 별(星)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하고 용사에게 이해를 얻어내어 뒷일을 맡는, 조금 애틋한 장면을 보일까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주에게 있어서 용사는 다 같은 인족으로만 보일뿐. 성녀는 여주가 데려온 퀸 타라텍트(재앙)에게서 용사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집니다. 용사는.. 끝까지 용사였습니다. 단지 여주가 조금 더 강했을 뿐.



맺으며: 여러 등장인물들의 자서전 같은 이야기라서 좀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하는 12권이었군요. 필자에게도 절반 정도는 불호였긴 합니다만, 그래도 흥미로운 캐릭터들도 있어서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캐릭터를 꼽으라면 단연 용사 바라기 성녀였고, 여주가 퀸 타락텍트를 이끌고 나타났을 때는 작가의 필력이 더해 소름이 돋았습니다. 공포가 그대로 전해지는 느낌? 인간성이 결여된 여주의 감정도 잘 표현되어 있었죠. 흡혈녀 '소피아'는 학교에 입학했지만 천성이 흡혈귀라서 그런지 남학생들을 후리고 다니는 등 학교를 난장판으로 만들면서 여주에게 저주를 받고 쭈구리가 되어 가는 안타까운(유감스러운) 인물이 되어 버렸습니다. 용사는, 사실 여주와 마왕이 인마대전을 일으킨 원인 중에 하나가 당대 용사를 어떻게 하는 것인데, 능력으로는 마왕 발치에도 못 미치지만 시스템상 절대 용사를 이기지 못하는 마왕으로서는 용사를 어떻게 해야 되는 절박함이 있었죠. 그런데 여주의 활약으로 이번 대 용사는 어떻게 했지만 차기 용사로 반 친구(이전에 필자가 주인공으로 치켜세웠던)가 되어 버린 상황. 앞으로 마왕과 여주는 반 친구라는 이레귤러를 만나 어떻게 헤쳐나갈지가 주목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선대 용사의 이야기까지 끝이 나면서 서술 트릭으로 과거와 미래를 교차 시켰던 이야기도 완전히 끝이 났습니다. 이후부터는 마왕과 여주가 엘프 마을로 쳐들어가서 반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이 통합된 현재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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