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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몬즈 크레스트 2 - S Novel
카와하라 레키 지음, 호리구치 유키코 그림, 이소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게임 센터에 갇혀 버렸습니다. AR 게임이 주류인 시장에 VR 게임 통칭 AM이 출시되자 주인공이 다니는 학교에 테스트 플레이 기회가 찾아왔었죠. 이에 6학년(전부인지는 기억 안 나지만 일단 41명) 학생들이 참가하게 되었고 갇혀 버렸습니다. 소드 아트 온라인에서는 로그아웃 불가였으나 본 작품은 로그 아웃은 되지만 로그 아웃하고 보니 게임 센터가 게임과 융합된 세계관으로 변질되어 있었죠. 영능력적으로 설명하면 이계나 명계나 그 중간쯤 되는 세계? 센터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고, 지금의 상황을 종식 시킬만한 단서는 없습니다. 아이들을 인솔해온 선생님이나 센터 직원들은 괴물로 변해 버렸습니다. 1권에서 주인공 일행과 아이들은 이런 괴물과 싸워야 했고, 3명이 희생되었죠(이중 한 명은 주인공에게 테이밍 됨). 그리고 한시름 놓을 사이도 없이 이 와중에 대장 놀이하려는 쓰레기의 출몰로 인해 주인공은 궁지에 몰려갑니다. 서로 협동해도 모자랄 판에 반 친구가 사망한 책임을 주인공에게 덮어 씌우고, 빵 셔틀을 시키죠. 이건 비유가 아니라 글자 그대로의 의미입니다. 주인공은 그걸 또 받아들이면서 고구마가 트럭째로 달려오니까 이 작품을 보실 분은 현실에서 사이다를 준비하시는 게 좋습니다. 사실 이런 아포칼립스에서는 내 코가 석자인데, 빵 셔틀 할 여유(이유는 아래서 설명) 따윈 없죠. 그렇다고 다른 아이들이 무능력한 것도 아니거든요. 게임과 융합하면서 아이들도 다 능력을 쓸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아무튼 이번 2권에서는 왜 아이들이 게임 센터에 갇히고 게임과 현실이 융합되었는지에 대한 단서가 조금 풀립니다. 주인공 쌍둥이 여동생에게서 그 단서를 찾을 수 있었는데요. 1권에서 괴물과 맞닥트려 처절한 싸움 끝에 이길 수 있었던 건 여동생에게 깃든 힘(정확히는 다른 거지만)의 덕분이었죠. 이게 아마 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가 될 거 같아 아직 밝히긴 힘듭니다만. 이 힘은 아이들 모두에게 깃들어 있고, 각성한 아이들부터 쓸 수 있는 뭐 그런 흐름을 보여줍니다(각성이라고 하는 건 좀 어폐가 있지만 아무튼). 여기서 중요한 건 이 힘은 그 아이의 본연의 힘이 아니라는 것이고, 뭔가의, 누군가의 의도가 개입되었지 않았나 하는 유추를 하게 합니다. 이 유추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주인공 일행은 다시 게임에 접속해서 낙오된 소꿉친구를 찾으러 갑니다. 뭔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지만, 필자도 잘 모르겠습니다. 소꿉친구를 구해오면 해답(적어도 여동생에 깃든 힘의 근원)을 내놓겠다는 식으로 집필 해놓고 정작 구해오니 2권에서는 해답을 내놓지 않는 불친절을 보여주고 있거든요. 그리고 그 소꿉친구에게도 미지의 힘이 깃들어 있는 것에서 아이들끼리 신화(神은 아님) 싸움이라도 시키려나 싶은 느낌을 들게 합니다. 뭔 리뷰가 이래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번 2권은 그런 이야기가 주류라서 어쩔 수 없습니다. 캐릭터 개성은 대장질하려는 쓰레기 외엔 이렇다 할 것도 없고, 큰 에피소드도 없거든요.
맺으며: 주인공은 사람을 너무 믿습니다. 빵 셔틀로 찾아낸 식량을 아무 의심 없이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적이 될지도 모를 다른 아이에게 맡기는 우둔함은 머리를 절레절레 하게 만들죠. 소꿉친구를 찾고 로그 아웃하고 보니 내 캡슐(게임에 접속할 때 드러눕는 기기)이 다 망가져 있는 걸 보고 괴물이 그랬지 않았을까 하는 헛다리 짚는 것(딱 봐도 식량 털어간 놈이 부순 거구먼), 자칫 게임 속에 갇혀 못 나올뻔했는데 왜 가볍게 생각하지? 대장질하는 쓰레기는 단박에 유추해 내는데도 현실을 외면하듯 유추 못하는 주인공이 압권이었군요. 여동생과 친구들을 지켜야 될(여동생이 더 쎄지만) 주인공의 두뇌는 386보다 못한 분석력을 보여줍니다. 참고로 비유적인 거니까 386이라도 연산 속도는 인간보다 엄청 우월하지 않나? 하는 태클은 사양합니다. 빵 셔틀 하는 이유도 반 친구들을 먹여 살리겠다는 정의감 같은 거여서 발암으로 다가오죠. 위에서 언급했듯이 반 친구들도 능력을 다 얻은 상황이고 내가 돌볼 이유는 없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걔들은 주인공을 도와주기는커녕(한 명 도와주러 합류하긴 하지만) 대장질하는 놈팡이의 말에 넘어가 주인공을 괄시하기까지 하는걸요. 그런데도 악착같이 애들 있는 데로 돌아가려 하니 매우 못마땅하게 다가오죠. 그렇다고 카리스마 있게 애들을 설득하는 것도 아닙니다. 살인자 취급받는데 돌아가고 싶나. 그리고 이야기를 너무 질질 끌기도 합니다. 하나의 상황을 놓고 뭔 설명을 그리도 하는지. 270여 페이지 중에 200여 페이지를 소꿉친구 찾는데 할애하면서 이렇다 할 흥미로운 이야기도 없고, 현 상황(융합된 이유 등)을 분석하는 것도 없고, 대장질하는 놈을 끌어내리고 애들을 효율적으로 써먹을 궁리도 하지 않고, 마치 어미 새처럼 내가 다 해줄게 하니까 주인공이 뭐 성모라도 되나? 싶은 게요. 초등학생답게 시야가 좁다는 개연성은 있지만, 보는 독자는 답답해 미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