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난관 던전에서 10만 년 수행한 결과, 세계 최강 4 - ~최약 무능의 하극상~, S Novel+
리키스이 지음, 루나 리아 그림, 이서연 옮김 / ㈜소미미디어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오늘은 메인 히로인 왕녀 '로제'의 고모의 이야기입니다. 할아버지에게 숨겨둔 딸이 있다는데, 외모는 로제랑 비슷하면서 나이가 30살이 된 외모 사기 캐릭터군요. 사실 2권이었나 3권이었나에서 등장하였지만 당시 리뷰에선 언급하지 않은, 엑스트라쯤으로 여겨 기억에서도 지워졌었는데 이번 4권에서 메인으로 나올 줄이야. 그녀는 정령(3권 리뷰에서 수인으로 표현한)들을 보호하기 위해 쫓아다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좌절하던 차에 주인공에게 구원받았었죠. 이름은 '페리스(이하 고모)'. 앞으로 주인공 진영에서 계속 있을 모양입니다. 성격은 사람들을 구하는 정의로운 행동을 하려 하지만 힘은 없어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는, 속칭 입만 산 캐릭터였는데 이번에 주인공이 작정하고 그런 성격을 고쳐 주려 하는데요. 선대왕의 자식으로 왕궁에서 살았으나 엄마 쪽이 인간의 궤를 벗어난 존재다 보니 배척받고 쫓겨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주인공 일행과 합류하고 주인공에 의해 굴러다니면서 친엄마와 만나고 성격도 고치고, 성장도 하고, 이런 남자 처음이야를 외치며 주인공을 짝사랑하고(덤으로 주인공은 골수 둔감형 캐릭터) 기타 등등을 담당하게 되죠.



메인 히로인 '로제(이하 여주)'는 주인공 덕분에 영지의 기틀은 잡았습니다만. 중요한 영지민이 없어서 곤란을 겪는 중입니다. 썩어빠진 귀족 사회를 개혁하기 위해선 차기 왕이 되어야 하나, 다른 남매들 보다 출발이 시원찮은 상태죠. 현재의 왕은 자식들에게 영지를 얼마나 번성 시키는지에 따라 왕좌를 주겠다고 했거든요. 한마디로 심시티를 하라는 거죠. 여주는 주인공이라는 사기 캐릭터를 얻었긴 한데, 이놈의 기본 방침은 방임주의라서 정말 위기일 때 빼고는 도와주지 않습니다. 초난관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는 쭈구리였던게 힘을 얻은 후 오만방자 거만한 사람이 되어 누군가에게 시련을 내릴 때면 가령 나는 하는데 너는 왜 못함? 이러는 중이라 상대를 아주 환장하게 만들죠. 그러나 마음은 따뜻한 남자로서 상대 모르게 서포트를 해줍니다만. 죽을 만큼 고생 시키면서 도와준다는 것에 질이 나쁘다고 하겠습니다. 이번 4권에서 여주는 옆에 있는 광산 도시를 흡수하여 영지민을 늘리려 합니다. 하지만 좋은 말로는 올곧고, 나쁘게 말하면 꼰대 같은 영주는 여주의 제안에 꿈쩍도 하지 않죠. 이에 주인공은 이래도 안 함? 아주 나쁜 흉계를 꾸미는데요.



한편 여주의 고모도 주인공이 시련을 내려 성장시키려 하죠. 마침 고모와 여주를 노리는 1회용 돼지 귀족의 음흉한 계획을 입수한 주인공은 씨익 입꼬리를 올리는데. 이전부터 정령들의 인권에 관심이 많았던 고모는 정령 마을로 향하던 중 마을을 노리는 악당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수천을 헤아리던 정령들은 인간의 탐욕에 희생되어 이제 얼마 남지 않았죠(3권에서 비참한 상황이 나오기도). 여기서 고모는 시험대에 오릅니다. 입만 산 게 아니라면 이들을 구하고, 구약 성서의 모세가 그랬던 것처럼 이들을 이끌어 보라고. 근데 주인공에게 왜 반하냐고. 아무튼 고모는 정령 마을에서 친엄마를 만납니다. 하지만 친엄마인지는 몰라보죠. 어릴 적에 헤어졌으니까요. 친엄마는 수백 년 전 세상을 어지렵혔던 어느 악룡 봉인에 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힘을 너무 써서 피폐해져 수명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죠. 자, 고모는 위기에 빠진 정령 마을을 구하고, 친엄마를 알아보고 품에 안길 수 있을 것인가. 모녀의 극적인 상봉과 악룡의 부활, 그리고 모녀(덤으로 여주도)를 노리는 1회용 돼지 귀족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주인공이 내리는 시련은 가혹하기만 한데...



악(惡)군이 있고, 천(天)군이 있고 둘이 서로 싸우는 신(神)들의 세계관이고, 주인공 일행은 그런 신들이 관장하는 행성에서 살고 있다는 설정입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악군은 악하고, 천군은 선의 세력인가를 들 수가 있는데, 사실 이름만 악군이고 천군이지 실상은 자기들 멋대로 사는 세계입니다. 악군은 마족 같은 악의 세력이라는 이미지를 잘 따라주지만, 천군은 선의 세력 이미지지만 악군과 별다르지 않게 자기들 기준으로 심판하다 보니 그놈이 그놈인 상황입니다. 악군이든 천군이든 주인공이 사는 인간계에 간섭하며 온갖 악을 뿌려대죠. 여기서 웃긴 건 설정은 이들이 아무도 범접 못한다는 아득한 존재라는데, 아무리 난다 긴다 한들 주인공 앞에서는 다 평등해진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이번 4권에서도 괜히 나왔다가 주인공이 히로인들에게 내리는 시련에 이용당하고 썰리며 개그를 담당하고 불쌍하게도 골로 가죠. 인간은 인간대로 우월 사상에 물들어서 세상 모두가 개판입니다. 그 이면엔 이 세계를 관장하는 신의 방임이 있었고, 그 덕분에 고모와 정령 등이 고초를 겪는, 하지만 여주는 그걸 기회로 삼으니 세상 일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걸 보여주죠.



맺으며: 여주의 영지 만들기도 막바지입니다. 다만 이번엔 고모에 눌려 그렇게 활약하는 장면은 없군요. 고모는 그래도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지만 아무 힘도 없는 소시민으로서는 한계에 다다르고 결국 눈물 콧물 쏟으며 주인공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죠. 그리고 도와줄 때는 확실하게 도와주는 주인공을 바라보며 그녀의 마음은 어느새 망할 놈(거만함의 극치다 보니 생리적 혐오 중)에서 서방님으로 바뀌어가는 것도 제법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슬슬 같은 레퍼토리로 가고 있어서 길어야 6권쯤에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릴 듯하더군요. 악당은 급조한 티가 많이 나고, 악군과 천군의 선악 구분 따윈 없다는 설정은 신선한데, 주인공 앞에서 모두가 평등해지다 보니 식상해지는 게 있습니다. 우민한 백성들을 그냥 도와주는 것보다 스스로 권리를 쟁취하게끔 단련 시켜서 적과 싸우게끔 하는 장면도 이전과 같은 레퍼토리죠. 다만 물고기를 잡아 주는 것보다 잡는 법을 알려준다는 의미에서는 시사하는 바가 있긴 합니다. 사실 이렇게 어렵게 가는 것보다 여주가 그냥 건국 선포하는 건 어떨까 싶더라고요. 주인공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있으니 아무도 쳐들어오지 못할 테고, 여주가 바라는 모두가 평등한 세상은 건국하고 나서 만들어가면 될 텐데 말입니다. 아무튼 히로인들은 제법 나오지만 하렘은 아닌 것에 큰 점수를 주고, 히로인들도 주인공을 거치면서 스스로 권리를 쟁취해가는 것들에도 좋은 점수를 줄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