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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벌레의 하극상 제5부 : 여신의 화신 4 - 사서가 되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V+
카즈키 미야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김정규 옮김 / 길찾기 / 2023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베로니카(현 영주의 어머니, 마인의 약혼자 빌프리트에겐 할머니)'가 실각하면서 세를 잃었던 베로니카 파벌이 또다시 암약하며 위험한 존재로 부각되자 영주(마인의 양아버지)는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리고 맙니다. 그것은 "너 님들 숙청." 결국 겨울이 시작되기 전 베로니카 파벌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이루어집니다. 본 작품은 제목과 다르게 계층 간 위계질서가 철저히 지켜지는 중세 시대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너, 역모 꾸몄지?라는 의심만 받아도 그걸로 가문은 끝이 나는 세상이죠. 친족도, 이복 가정도 예외 없습니다. 그러한 세상에서 베로니카 파벌은 연좌제까지 덮어써서 영지 귀족 태반이 갈려 나가버립니다. 여기서 극단적이라는 표현을 한 이유를 써보자면, 영지 중추를 보살피는 문관들과 자신들(영주 일족 등등)을 지켜주는 호위 기사들까지 연좌제로 다 갈아 버리면서 영지 운영은 사면초가에 빠지고, 영주 일족은 호위해 줄 기사가 없어서 성(城)에서 한 발짝도 못 나가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현 영주는 베로니카의 아들이고, 그 아들인 빌프리트는 손자라는 것인데요. 연좌제까지 해서 베로니카 파벌을 다 쓸어버렸는데 정작 자신들은 무사? 베로니카 파벌이 숙청되면서 그동안 탄압받아왔던 라이제강계 귀족들이 제 세상 만난 것처럼 득세하기 시작했다.라고 하면 현 영주가 맞닥트릴 정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갈지 예상이 될 테죠. 자신들을 탄압하고 못살게 굴던 베로니카 파벌이 없어졌으니 이제 베로니카의 피를 이은 현 영주와 차기 영주 후보인 '빌프리트'가 곱게 보일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공식적으로 라이제강계의 피를 잇고 있는(그렇게 조작됨) '마인'을 '차기 영주'로라는 여론이 형성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죠. 이렇게 상황이 험악하게 흘러가면서 마인의 조카(공식 친가족인 오빠의 아이)가 태어났는데도, 양어머니가 회임을 했는데도 발표를 못하는 지경까지 오게 됩니다. 참고로 마인의 조카를 낳은 엄마(마인에겐 새언니)는 아렌스바흐(베로니카 파벌) 출신이고, 양어머니는 영지 상황상...
이번 5부 4권에서는 그래서 차기 영주 후보이자 베로니카 피를 이은 빌프리트를 암살해서라도 마인을 영주로 옹립 시키겠다는 라이제강계 귀족들을 어찌해야 될지 몰라 우왕좌왕하고, 또 베로니카 파벌의 꼬드김에 넘어간 듯한 빌프리트의 폭거를 다루고 있습니다. 베로니카 파벌을 숙청하면서 일손이 부족해지고, 출신 때문에 라이제강계에 큰 소리를 못 치는 영주와 빌프리트는 그들에게 마구 휘둘리기만 하죠. 나아가 영주의 가족들을 흔들어 분열 시키고 대립하게 하려는 획책까지 꾸며지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봐야 되는 상황까지 오고 맙니다. 사실 마인에게 있어서 책과 도서실만 무사하면 이런 정치 싸움은 아무래도 좋았습니다. 책이 있는 신전 노래를 해서 약간 발암. 그러나 라이제강계의 입김으로 그동안 귀족원에서 영지 순위를 올리고 성적을 올리던 노력들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리고, 신전에서 고아들을 돌보며 책과 도서실에 빠져 살고 싶었던 자신을 자꾸 꼬드겨 영주가 되라고 하니 슬슬 빡침이 몰려오지 않을 수가 없었죠.
그런 와중에 빌프리트는 결국 사춘기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자신의 출생을 알고 있던 그는 한때 정신 차리고 영주 후보라는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만, 숙청으로 인해 차기 영주로서 가치를 증명하라는 라이제강계 귀족들이 낸 숙제 때문에 결국 마음에 병이 생기고 맙니다. 애초에 1차원적으로 살아가는 그에게 속 깊은 마음을 기대하긴 어려웠습니다. 베로니카(할머니)에게 귀여움을 독차지하면서 가정교육을 못 받아 마인과의 첫 만남은 최악이었죠. 그래도 마인과 지내며 어느 정도 교육이 되어 인간다운 모습을 갖춰 갔으나 근본이 베로니카에 물들어 있다 보니 생각도 그러한 경향이 많았죠. 측근들도 베로니카 파벌 위주였고요. 그래서 숙청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았는데, 결국 꼬드김에 넘어가 라이제강계 귀족들이 바라는 가족들 간 불화를 일으키고, 그럴수록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할머니가 했던 폐악질을 저지르기 시작하죠. 결국 마인이 자신을 안 도와줘서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헛소리까지 하는 지경에 이릅니다.
맺으며: 이번에 의미를 가지는 큰 복선이 두 개 나왔습니다. 중대 스포일러가 언급은 힘들지만, 마인이 자신의 약혼자인 빌프리트보다 페르디난드를 더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엎드려 절받듯 줄기차게 요구하여 쟁취한 칭찬의 말(마술구에 녹음된 것)을 듣는 마인의 일러스트는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아무튼 여전히 정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마인의 행동 때문에 주변이 골치 아파지고, 자신이 일을 저질러 놓고 남에게 떠넘기는 파렴치도 여전합니다. 세치 혀로 상대방을 구슬리는데 거기에 넘어갈 어른들이 아니지만 마지못해 들어주는 것들이 흥미 포인트죠. 뒤치다꺼리는 언제나 어른들의 몫. 그런 와중에 마인이 벌이는 사업은 척척 진행되어 갑니다. 마인이 오랜만에 진짜 친가족을 만나는 장면은 약간 뭉클하게도 하고요. 그러나 여전히 가족을 가족이라 부르지 못하는 애틋함도 있습니다. 그리고 영지를 이만큼이나 이끌어주고 잘 살게 해주었더니 악담이나 퍼붓는 빌프리트는 스스로 무덤을 파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