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7권에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기억이 안 나는군요. 이웃 나라와 전쟁을 시작한 건 기억나는데, 흑막과 조우하고 싸우기 직전이었나?는 어찌 된 게 생각이 안 나네요(7권 확인하려니까 도서가 어디로 가고 없음). 아무튼 최대 복선이었던 흑막의 정체는 밝혀졌습니다. 이번 8권 리뷰를 위해서 간략하게 설명해 보자면, 1천 년 전, 여주는 마술을 연구했던 스승의 밑에서 열심히 마술을 배우고 있었고, 스승에겐 딸이 있었죠. 또래로서 친하게 지냈던 이들은 어느 날 어떤 사고로 인해 갈라지게 됩니다. 그 사고로 스승은 사망, 딸인 '사라'는 어느 날 모습을 감춰버렸습니다. 그리고 1천 년 후 현재, '사라'는 다시 여주 앞에 모습을 드러내죠. 그녀는 여주에 대한 극렬한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습니다. '사라'가 왜 복수심에 불타고 있는지는 제대로 밝혀진 바는 없습니다. 뉘앙스로는 여주의 스승이자 '사라'의 아버지가 여주 때문에 죽었고, 그와 관련 말싸움하다가 갈라지게 되어 앙갚음을 하려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추측만 할 뿐이죠.
하지만 이번 8권에서 마력의 원천이 되는 마소를 봉인하려는 '사라'를 막기 위해 싸우는 과정에서 이상한 복선이 투하됩니다. 그녀(사라)는 복수심 때문이 아니라 여주가 어릴 때 자신과 나눴던 어떤 약속을 어겼고, 사실은 여주를 좋아하는데(은근히 백합 분위기 있음) 알아주지 않아 화가 나서 복수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그 예로 마소의 봉인으로 마술을 쓸 수 없게 된 여주를 충분히 죽일 수 있었음에도 사라는 주저하게 되고, 그 찰나의 시간에 응원군이 오면서 결국 여주를 죽이지 못하고 마소 봉인 마법진은 미완성이 되어 버립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설로는 1천 년 전, 전쟁 때 여주의 남편을 죽인 건 다름 아닌 '사라'였다는 것이고고, 사라는 여주에게 윤회의 주술을 걸어 버리죠. 그리고 1천 년 후, 여주가 여주로서 각성할 때 사라가 개입했었고요. 각성할 계기를 줬을 때 죽이거나 꼭두각시로 만들 수 있었음에도 사라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이 말은 여주에게 호감이 있으니까 한 행동이 아닐까 하는 것이죠.
어쨌거나 그동안 뿌려댔던 복선이 많이 회수됩니다. 몇백 년 전부터 있어 왔던 일련의 사건 사고는 사라가 개입하거나 일으킨 것이고, 그에 파생되는 것들이 세상에 나오면서 전설로 내려온 것뿐인, 사실 이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복잡한 복선을 넣어 이야기에 집중 시키려는 작가의 노력쯤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군요. 그저 사라는 환생을 거치며 당대 유명인으로 환생하게 되었고, 그게 어쩌다 전설이나 신앙으로 발전한? 그런 느낌이죠. 거기에 자신의 주술을 강화하기 위해 실험을 했고, 어쩌다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탄생하여 나라를 건국하는 초대 왕이 되었다느니, 좀 황당한 이야기들이 많습니다. 이게 지금의 여주와 무슨 상관이 있나?로 접근하면 하등 관련이 없다는 것이죠. 물론 여주의 나라가 건국되고, 그 덕분에 공작가라는 지체 높은 귀족이 될 수 있었으니 삶이 풍요로웠다 정도? 지금은 그 공작가도 멸망해서 여주는 평민이 되었지만요.
미완성이라도 사라가 만든 마소 봉인 마법진으로 인해 마술을 쓸 수 없게 된 여주는 상당히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마소 봉인 마법진 설치 장소에서 일전을 벌였던 사라는 그 이후 모습을 감춰버렸고요. 어서 빨리 마법진을 없애는 방법을 찾고, 마술을 아예 못 쓰지 않는다는 걸 시험을 통해 찾아가는 등 나름대로 노력은 합니다. 언제 사라가 다시 나타나 싸움을 걸어올지 모르고, 마법진이 완성될지 모르는 상태라서 노력은 합니다만, 그 모습이 느긋하고 위기감이 없어서 조금은 발암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후는 학원으로 사라가 만든 주술병들이 쳐들어 오면서 수성전을 펼치는데 학원 관계자들이나 왕자들이 나서서 대응하지만 사태는 녹록지만은 않게 됩니다. 마법진으로 인해 마소 전멸은 마술을 못 쓰게 하고, 마소를 기반으로 하는 마법 또한 쓰지 못해 사면초가에 빠져 가죠. 여주는 마술에 전적으로 기대온 지난 나날을 뼈저리게 후회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맺으며: 필자는 이번 8권으로 하차합니다. 복선이 너무나 많이 투하되고, 조금도 독자들이 유추할 수 있는 단서를 제시하지 않는 불친절함은 혀를 내두르게 하는군요. 이전에도 언급했지만 복선 하나를 회수하면 다른 걸로 그 몇 배를 바로 투하해버리니 머리가 따라가질 못합니다. 여주 남친 미만으로 어정쩡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지크'의 경우 1천 년 전 여주 남편과 똑같이 생겨서 남편도 환생 하 거 아닐까 하는 기대와 복선을 투하 해놓고 좀처럼 회수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놓고 이번 8권에서 사라도 지크와 똑같이 생겼다는 설정을 넣음으로써, 전문 용어가 생각 안 납니다만, 결국 사라는 1천 년 전 여주의 남편이 부러웠고, 그래서 똑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꾸몄지 않나 하는 것입니다. 그럼 지크는? 결국 사라가 그동안 실험해온 주술의 산물이 아닐까 하는 그런 느낌이 강하군요. 이젠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닙니다만. 이 작품만큼은 생각하길 포기했군요.
그리고 말 나온 김에 비평을 좀 하자면, 8권까지 오면서 사라가 왜 복수심에 불타는지에 대한 이유는 거의 없고, 마소 봉인 마법진의 부산물로 검은 눈이 내리고 두꺼운 구름이 대륙 전체에 끼면서 인간 포함 생물 전반이 전멸 위기에 빠졌는데 여주는 그 타개책을 구상하거나 제대로 찾지를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약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라이트 노벨에서 주인공이 이러는 건 자/살 행위에 지나지 않죠. 주인공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1천 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복선, 그동안의 여주에 대한 복선을 회수하지도 않고 어떤 현상의 인도를 받아 타개책을 찾아가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넣음으로써 산만하게 만드는 재주가 남다르더군요. 그리고 남편과 똑 닮았고 어쩌면 남친으로 발전할 수 있는 지크가 행방불명 되었는데 찾을 생각도 안 하는 것에서 여주가 이렇게 냉혈한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은 복선을 전부 언급하며 리뷰를 쓰고 싶었지만 도저히 엄두가 안 나는군요. 제일 큰 복선인 사라는 어째서 마술을 없애고 싶어 하는가에 대한건 8권까지 왔음에도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사라의 진짜 목적은? 사라와 지크는 어째서 여주 남편의 모습인가 하는 것, 이후 차차 밝혀지긴 하겠지만, 이게 제일 큰 복선임에도 전혀 상관없는 복선만 투하하고, 회수될 때는 알고 보니 별거 아니라는 느낌, 여주와 건국 때 초대 왕이 무슨 연관이 있고, 성녀가 또 무슨 연관이 있는가. 알고 보니 사라와는 관련이 있어도 여주와는 크게 상관없다는 거. 중요한 것은 사라가 여주에게 왜 복수심에 불타는가에 중점을 둬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는 것이 여간 짜증이 아니었군요. 물론 필자가 제대로 읽지 않아 포인트를 놓쳤을 수 있고, 제대로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을 수는 있습니다. 그래서 더 짜증 난 건가 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라이트 노벨 수백 권을 읽어온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렇게 머리 아픈 작품은 또 처음 같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