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암살자, 이세계 귀족으로 전생하다 2 - L Book
츠키요 루이 지음, 레이아 그림, 송재희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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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현실에서 죽은 주인공이 이세계로 환생하면서 여신과 맺은 조약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왕을 무찌른 용사를 없앨 것. 사실 그동안 여러 용사물에서는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공주와 결혼해서 잘 산다는 이미지였긴 하죠. 그러나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마왕을 무찌른 용사가 그 힘을 이용해 인간들에게 칼을 들이 민다면? 결국 현실적으로 보면 마왕을 무찌른 용사는 해피엔딩을 맞는 게 아니라 자신이 그럴 의도가 없다 해도 또 다른 마왕이 되어 쫓길 수밖에 없게 되는 것입니다. 방대한 힘을 자랑하는 용사를 누가 잡아둘 것인가. 그래서 항상 용사물을 보면 제어책으로 동료들이 존재하죠. 결국 제어책이라지만 실상은 마음이 통한 동료들은 진짜 동료들이 아니라 인질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전쟁에 나가는 병사의 가족을 인질로 잡아 배신하지 못하게 하는, 이 작품은 그런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웃나라에서 일어난 정변에 휘말린 주인공의 마법 스승이었던 '디아(히로인)'를 구출하여 여동생(주인공보다 3살이나 연상임에도)으로 신분 세탁을 마친 주인공은 '타르트(어쩌면 메인 히로인)'와 함께 학원에 입학합니다. 여신과의 조약에 따라 용사를 없애기 위해서죠. 용사도 나이가 차서 학원에 입학했고, 어찌어찌 주인공과 같은 반이 됩니다. 자, 여느 용사물이라면 성선설(본디 사람은 착하다)을 주장하며 발암짓을 해대거나 하렘을 구성하거나 주인공의 여친들을 빼앗으려 하거나 기타 등등 주인공과 척을 지며 어디에나 있는 양판소 같은 작품이었다면 리뷰는 욕으로 도배 되어 있었을 테죠. 사실 아래에서 언급하겠지만 이런 용사도 있다는 것을 작가가 표현하려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기존 용사물과는 다르다는 건 확실합니다.

본 작품의 용사는 피아 구분을 못합니다. 마음에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분명한 건 용사와 관련된 건 개그가 아니라는 것인데요. 전투가 일어나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폭주하여 니편 내 편 없이 싸그리 다 죽인다는 것이고 그래서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던 괴로움을 안고 있지만 그 누구도 케어해주는 이 없는 상황이었죠. 과거의 경험에 따라 자신의 힘을 제어하지 못해 타인이 희생될까 전전긍긍하는 사이 성격은 소심해지고 타인과의 교류를 스스로 끊어 버림으로써 더욱 고립을 자초하고 항상 미안해를 달고 살면서 누군가가 도와주길 바라는, 사람들은 그런 용사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용사의 힘만 찬양할 뿐이고, 인간 혐오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일상에서 평범한 대련조차 상대는 목숨을 걸어야 된다면? 그런 상황에서 마음이 여리고 여린 용사가 받을 마음의 충격은?

이 작품의 용사는 여신이 지구인을 전생 시키면서 만들어주는 게 아닌 평범하게 살아가던 이세계 시골 아이가 어느 날 각성하면서 용사로서의 인생이 시작됩니다. 즉,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렁이에게 어느 날 갑자기 큰 힘이 생겼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왕도로 불려와 너 용사니까 싸워라라고 합니다. 그나마 자신을 케어해주던 사람까지 폭주에 휘말려 죽게 되고 죽으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그 뜻이 와전되어 용사의 마음에 비수가 되어 버리죠. 정신적으로 피폐해져가는 그런 용사에게 계산적(용사 암살)으로 도움의 손길을 주인공이 내밀게 되고 그런 자신을 제어해 줄 수 있다는 걸 착각한 용사가 주인공에게 의존해가는 장면들이 상당히 시리어스하게 펼쳐집니다. 결국 용사를 죽여야만 하는 주인공은 그런 용사의 마음을 접하고 죽이는 것에서 보호로 돌아서게 되죠.

이 작품의 특징 중 하나가 의존증입니다. 히로인들은 하나같이 주인공에게 구해진 후 주인공만 바라보며 그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들으려 하고, 맹목적이 되어 갑니다. 용사는 지방 시골 귀족 자식으로 태어나 거의 농로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다 용사로 각성하고 마음이 따라가지 못해 망가지기 일보 직전이었죠. 그런데 주인공이 가짜(용사 암살)라도 손을 내미는 것을 부여잡으며 의존하려는 모습들은 마치 "스쿨 데이즈" 같은 섬뜩함을 보는 듯했습니다. 결국은 주인공이 모든 걸 해결한다는 클리셰 이긴 한데,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을 들라면 주인공이 먼치킨이지만 먼치킨이라도 모든 걸 해결 못한다는 걸 보여준다는 것에서도 큰 점수를 줄 수 있는데요. 평범한 정권 지르기도 목숨을 걸고 막아야 하는 용사의 힘을 제어하는 주인공은 진짜 목숨을 걸어야 하니까요.

이 작품의 두 번째 특징이 용사는 부지불식간에 인지를 초월하는 힘을 얻었습니다. 그럼에도 아무에게도 교육과 케어를 받지 못하다 보니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고 결국 누군가가 자신(용사)의 힘에 의해 희생되는 일까지 벌어지죠. 그런 용사에게 계속해서 실전을 치르게 하는 어른들은 마물 그 이상으로 다가옵니다. 물론 적나라하게 표현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주인공을 띄워주기 위해 케어하는 역할을 주인공에게 맡겨 두는 장면이 주류라서 이 작품의 어른들에 대한 비판은 지양해야 하지만 여기서 약간 우익적인 요소가 깔리는데요. 보통 정상적인 어른들이라면 아이들을 전쟁에 동원하지는 않죠. 아이들이 총 쏘는 법을 알고 있더라도요. 그럼에도 본 작품의 어른들은 마물이 쳐들어오자 왕도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기사들은 오지도 않고 마력(총 쏘는 법)이 있다는 이유로 학생들로 하여금 싸우게 합니다.

여기서 우리 어른들이 너희들을 지켜야 하는데 같은 미안해하거나 이해를 시켜야 함에도 너희들은 귀족이라는 둥 나아가 군의 명령을 들어야 한다는 둥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설정이 제법 있습니다. 마물 대군 앞에 두고서도 어른들은 뒤에 머물며 학생들로 하여금 싸우게 합니다. 주인공 일행 또한 그런 처지에 놓이게 되고, 거기서 용사가 또 폭주하면서 용사와 주인공은 점점 궁지에 몰려갑니다. 어른들에 대한 이미지가 상당히 안 좋아지는데 작가가 의도하고 이렇게 집필한 것일까요. 물론 용사를 살해하거나 구하게 하는 중대한 기로여서 어른들을 뒤로 물리고 학생들을 전면에 내세웠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아무래도 방법이 틀린 듯하군요. 이런 점 때문에 기존 용사물과는 궤를 달리하면서도 마이너스로 다가온다고 할까요.

맺으며: 중2병이야 이런 작품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으니 넘어가고요. 성(性)에 관해서는 꽤 직설적이자 정석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판치라 같이 싸구려 같은 게 아닌 사랑하는 사이라면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잘 전달하고 있죠. 이건 높은 점수를 줄만한데 문제는 주인공 나이가 13세라는 것. 정상적인 절차를 밟는다지만 주인공만 의존하며 바라보고 맹목적이 되어 언제든 옷을 벗으려는 히로인들은 약간 거부감이 들더군요. 그래서 본 작품을 평가하자면 계륵 같다고 하겠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뭔가 스쿨 데이즈 같은 설정은 신선한데 약간의 우익적인 요소와 히로인들의 맹목적인 의존증은 마이너스라고 할까요. 여기에 용사까지 합세하니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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