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궁의 까마귀 5 - J Novel Purple
시라카와 코우코 지음, 아유코 그림 / 서울문화사 / 2022년 10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에 대한 대략적인 설정은 이전 리뷰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5권은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이야기로서 그동안 오비라는 직책을 운명이라 여겨 받아들이며 외로운 길을 가는 '수설'을 진심으로 구해주려는 황제 '고준'의 눈물겨운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수많은 후궁을 거느리고 있어도 마음의 벗이라 부를 수 있는 이는 극히 소수. 수설과는 마음 편히 담소를 나누고, 바둑을 두고, 황제 앞에서 기죽지 않고 마치 다람쥐가 볼에 먹이를 가득 넣어 저장하는 것처럼 먹을 것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는 수설이 꽤나 마음에 들어 매번 먹을 것으로 환심을 사는 등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하는 모습들이 이상적이었죠. 그럴 때마다 수설은 독설을 날리면서도 챙길 건 챙기는 모습이 꽤나 귀엽기도 하였습니다.

마음의 벗을 구하는 것, 대대로 오비의 몸에 봉인되는 오련낭랑을 제거하기 위한 황제 고준의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됩니다. 건국의 시초가 되었다지만 이제는 저주와도 같은 오련낭랑을 오비의 몸에서 꺼내기 위해 우선 후궁을 둘러싼 결계를 부숴야만 합니다. 그러고 나서 오련낭랑 반쪽이 잠들어 있다는 동쪽 바다로 가 오비의 몸에서 나머지 반쪽을 꺼내 완전체로 만든 후 수설은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 말은 쉽지만, 수백 년을 이어온 오비의 역사를 하루아침에 종식 시키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더욱이 고대 시절 오련낭랑과 싸웠다는 오의 신도 수설을 노리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모든 일이 잘 풀려도 해피엔딩이 되지 않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도 황제 고준은 잘 알고 있습니다. 수설은 전(前) 왕조의 생존자이니까요. 전(前) 왕조의 피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말살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5권은 매우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고준에게 있어서 좋아하는 이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운명을 그리고 있으니까요. 오비라는 새장을 벗어나 자유로운 하늘을 날기 바라는 마음과 후궁과 밖의 경계에 해당하는 문 너머의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수설의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들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차라리 이 마음을 몰랐으면 편했을 텐데 하는, 수설에게 있어서 '오비'란 늘 외롭게 살아가는 것. 하지만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리는 고준을 바라보며 어느덧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는 그(고준)를 의식하지만 이 마음이 무엇인지 몰라 전전긍긍하며 이대로 오련낭랑을 꺼내고 새로운 세상에서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하여 마음은 불안하기만 합니다. 새장의 새는 새장 밖으로 나와서 자유를 얻는 게 아닌 또 다른 외로움을 안고 살아가야만 하는 현실을 들이밉니다. 고준은 수설을 망명 시키고자 합니다.

지켜야 될 것이 많이 늘었습니다. 궁지에 몰린 사람을 도와주다 보니 따르는 이들이 늘어났고 어느덧 야명궁(수설 거처)은 떠들썩하게 되었습니다. 상급 비들은 수설의 뒷배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다람쥐같이 먹이를 갉아먹는 수설이 귀엽고, 저주라든지 여러 위험한 일들에서 자신들을 구해주고 조언해 준 수설에게 은혜를 입었으니까요. 원래 비들이란 서로가 머리끄덩이 잡고 바짓가랑이 잡는 존재들이건만 수설이라는 구심점은 후궁을 평온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비록 반말에 입만 열었다 하면 독설을 날려대지만 그게 또 매력 포인트죠. 오련낭랑을 꺼낸 후 다시 이런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수설은 푸른 하늘을 꿈꿉니다. 새장의 새는 밖으로 나가 자유를 얻지만 두 번 다시 새장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것은 곧 다시 옛날로 돌아가 외롭게 된다는 것.

이제 후궁의 결계를 깨부수려 합니다. 수설은 복잡한 마음을 품고 하늘을 날 수 있을까. 수설에게 있어서 자유란 모든 것을 잃는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있는 것들을 모두 두고 가야 하니까요. 새장 속에 있던 때가 덜 외롭진 않았을까. 그러나 수설은 앞으로 나아가길 선택합니다. 고준의 마음을 알게 되었기에... 그리고 분명 내가 있었다는 증거는 여기에 남기에... 하지만 시련은 이제부터라는 것처럼 둘에게 가혹한 운명을 선사합니다. 비온 뒤에 땅이 더 굳는 것처럼 이들에게도 시련을 넘어설 때 분명 마음이 이어질지도 모르겠다는 그런 일들이 예견된 일들이 일어납니다. 이제 좀만 더라는 분위기인데 작가가 절묘하게 여기서 끊어버리는군요. 정발 기준 4권에서 5권 발매되기까지 1년 5개월이 걸렸는데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요.

맺으며: 노트북으로 바꾼 후 적응이 되지 않아 리뷰가 두루뭉술해졌군요. 요약하면 황제 고준은 수설을 구하기로 마음먹고 오비를 가두는 결계를 부수기로 합니다. 하지만 수설은 전(前) 왕조의 피를 이었고, 오비 자체가 권력의 중심(설정이 난해해서 자세한 건 생략)이 될 수도 있는지라 결국 떠나보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죠. 이런 마음이 처음엔 민폐였지만 그의 본심을 알게 된 수설은 결국 결계를 부수고 세상 밖으로 나갈 결심을 합니다. 이 과정이 꽤나 애틋하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련은 찾아오기 마련이고, 고준에게 있어서 최악의 상황이 되고 맙니다. 벌써 다음권이 기대되는데 언제 정발해줄지.... 아무튼 본 작품의 특징으로 민간 신앙이나 설화를 호러로 풀어내고 있는데 작가의 필력이 꽤 좋습니다. 조사를 많이 한 듯하더군요. 등장인물 개개인의 성격도 개성 있게 잘 표현하고 있고요. 필자가 적극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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