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연금술사의 점포경영 5 - S Novel
이츠키 미즈호 지음, 후미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2년 10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채집자(모험가) 호위하러 갔다가 고립된 '아이리스'와 '케이트'를 구하는데 전 재산을 다 털어 넣게 된 여주는 세금 낼 돈도 없습니다. 손님이 뜸한 겨울에 접어들면서 그녀의 고민은 깊어만 가죠. 연금술만 갖다 붙이면 오만 것을 다 만들어 내지만 이것도 등가교환이라는 공식에 따라 재료가 있어야만 가능하고 이 재료도 돈이 있어서 구입을 할 수 있단 말이죠. 또한 연성도 실패 확률이 있어서 쉽지만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참 현실적인 면을 보여줍니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 가게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 원재료의 수급, 원재료를 구하는데 들어가는 자금 흐름과 리스크를 잘 표현하고 있거든요. 물론 본 작품의 여주 같은 경우엔 연성에 실패한 적이 없으니 이제까지 적자는 나지 않았으나 어떻게 된 영문인지 돈을 좀 모았다 싶으면 일이 터져서 돈이 다 증발해 버립니다.

이번 이야기는 그런 여주에게 황금 같은 기회가 찾아옵니다. 글쎄 젊은 왕자가 찾아와서 의뢰를 하는데 보수 금액이 일반 서민은 꿈도 못 꿀 금액이라는 것입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입막음 비용이라는 다소 시리어스 한 설정을 넣었더라면 좀 더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군요. 다름 아니라 젊디젊은 왕자의 정수리가 몽땅 날아간 원형 탈모에 걸렸다는 것인데 이게 알려지면 체면이 말이 아닐 테니까요. 또한 왕족쯤 되면 적도 많을 테니 저주 같은 거에 걸렸고 위기 상황이라는 설정을 넣었더라면 좀 더 몰입감이 있었을 텐데 하는 것입니다. 아쉽게도 왕자가 탈모에 걸린 이유는 나오지 않는군요. 여주를 찾아와 탈모 치료제를 만들어 달라는데 글쎄 만들 수 있다지 뭡니까. 이 작품은 현실 탈모인들의 꿈의 필독서가 되는 걸까요?

근데 아쉽게도 현실에서는 구할 수 없는 재료라서 꿈에 불과하겠습니다. 아무튼 이제 재료를 찾아서 설(雪)산으로 채집하러 떠나야 하는데, 사실 이번 5권의 본 이야기는 탈모 치료제보다는 그동안 여주의 행동에 따른 결과를 집대성하고 그걸 해결해야 되는 이야기로 꾸며져 있습니다. 물론 나쁜 쪽이 아닌 정당하게 처리한 일입니다만, 문제는 그녀의 행동으로 인한 기존의 기득권이 박살 나면서 원한을 사게 되었다는 것이죠. 연금술사 전용 밭을 만들면서 세금 내는 걸 회피하고, 악덕 상인을 파멸 시키고, 높은 이자가 붙은 채권을 불살라 버리는 등 서민을 위해 움직였지만 그것과 연이 닿아있던 귀족에겐 여주가 눈에 가시일 수밖에 없습니다. 연금술사는 중앙정부 소속이라 지방 귀족의 관리를 받지 않다 보니 그 지방을 다스리는 귀족(영주) 입장에서는 환장할 노릇이겠습니다.

그렇다고 실력 행사로 나오면 중앙정부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되어서 3족이 멸하는 중대 사항임에도 미련하게도 무지렁이는 반드시 있기 마련이죠. 여주가 상주하는 지방의 영주는 선대가 이룩한 업적에 기대어 기생하는 기생충에 불과한, 위에서 언급한 여주에게 박살 난 기득권자였던 그 영주가 인내심에 한계가 왔는지 여주의 가게에 쳐들어오면서 멸망 테크 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육성에 힘을 쏟고 연금술사가 사는 곳은 불가침 영역으로 지정할 만큼 보호하는 촉법 연금술사에게 시비를 걸었으니... 하지만 절차라는 고리타분한 설정을 넣으면서 카타르시스는 다소 약합니다. 거기에 연금술사라고 해도 여주는 평민에 불과하고 평민이 귀족에게 대놓고 대드는 건 귀족이 중앙정부에 대드는 것만큼이나 큰일이기에 여주는 함부로 나설 수 없다는 것이군요.

그런데 왕자가 이 시기에 찾아왔습니다. 그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여주에 대해 잘 알고 있고, 여주의 스승과도 잘 지내고 있는 왕자의 등장은 여주에게 어떤 인생을 걷게 할까. 여주는 평민이고 고아이고 절치부심하여 연금술사가 된 이 시대의 진정한 노력가인 그녀는 백설 공주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설렘(?) 같은 것도 있지만 아쉽게도 여주는 성장(독고다이)이 그러해놓으니 매우 현실적인 성격이라는 것입니다. 불합리를 보면 주먹을 휘두르고 싶어 하고, 시험하듯 사람을 대하는 음흉한 성격(왕자)도 싫어하는 데다 작품의 연애관은 백합이고 작가가 단단히 마음먹고 백합을 밀고 있는지라 평민 소녀가 왕자와 결혼하는 동화 같은 이야기는 힘들겠습니다만, 왕자의 결혼도 아주 가능성이 없지는 않아서 이쪽으로도 조금은 기대된다고 할까요. 이건 6권 리뷰에서 자세히 언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맺으며: 라노벨 특유의 가벼움은 있지만 이야기가 제법 탄탄합니다. 여느 먼치킨처럼 힘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평민과 귀족 그리고 왕족과의 신분 차이에 대한 고증을 넣어 평민이 느껴야 될 불합리를 잘 표현하고 있죠. 여주는 평민이고 귀족인 영주의 불합리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그렇지만 곧이곧대로 들어주기보단 머리를 풀가동해서 불합리를 타파해가며 권선징악을 보여주는 작가의 능력에 제법 좋습니다. 여기에 여주 편에 서서 대변해 주는 왕자를 기용하면서 청소년들에게 동화 같은 이상을 보여주기도 하죠. 근데 여주는 왕자를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최영 장군의 말씀을 받들듯이 한다는 것에서 조금은 유쾌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상대 영주가 여주를 공격할 때 주도면밀한 공격보다는 어디에나 있는 양아치같이 그려져 있어서 이런 건 좀 개선해야 되지 않을까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