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연금술사의 점포경영 2 - S Novel
이츠키 미즈호 지음, 후미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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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이 작품을 요약해서 표현하라면, 어릴 적 도적들에게 부모를 여의고 고아원에서 자라며 죽자 살자 공부한 끝에 연금술사 자격을 따낸 여주(주인공)의 인생 스토리라고 할 수 있겠군요. 밝고 아기자기하고 개그가 어우러져 동화 같은 이야기 속에서도 은근히 여주는 이런 아픔을 안고 있다고 넌지시 밝히고 있죠. 그래서 여주의 성격을 보면 과거의 영향을 제법 받았다는 느낌을 곳곳에서 표현하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여주의 성격이 나쁘다는 게 아닌, 자신의 행동에 상당히 엄격함을 보인다는 것인데요. 주로 돈 문제에서, 가령 '세상에 공짜는 없다'를 들 수가 있습니다. 숨이 곧 끊어질 거 같은 심각한 상처를 입은 사람이 있어도 포션 값은 받아야 하고(1권에서 이 문제로 여주는 욕먹죠), 그 이유를 밝히는 부분에서는 융통성은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법제화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물론 그 이유로는 공짜로 줬다간 개나 소나 다 달려들 테고, 다른 연금술사들에게 제대로 민폐를 끼치는 행위이기 때문인데요. 비록 세계관을 보면 여주는 이미 성인 취급이지만 이제 갓 세상에 발 디딘 15살의 사회 초년생인, 아직 아이나 다름없음에도 그런 가치관을 가져야 된다는 안타까움이 좀 있습니다.

그런 과거의 영향 때문인지 여주가 실패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고아원 생활하면서 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인식했고, 그에 따라 돈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짠순이 같은 면모도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번에 몬스터 대군의 습격으로 집이 부서졌는데 수리하면서 돈이 들어간다는 것에 마음고생을 많이 하죠. 그래도 쓸 때는 과감 없이 쓰기도 하는 게 매력 중 하나입니다. 아무튼 연금술로 무언가를 만들고자 할 때 재료 매입 때부터 시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작업(연성술) 실패에 따른 재료의 손실이 생겼을 때 적자 관리, 연성에 성공하더라도 판로 문제, 마을과의 상생 문제 등 일찍이 어른이 되지 않았다면 해내질 못할 일들을 여주는 척척해나기 시작합니다. 몬스터 대군을 막아내면서 마을 사람들의 신뢰와 신용을 얻었고, 그에 따라 가게도 조금씩 번창해가는, 사실 조금 실패하는 모습도 보였더라면 더욱 인간적인 면이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을 정도로 잘나가죠. 마을 소녀 '로레아'를 직원으로 고용하고, 죽다 살아난 '아이리스'와 '케이트'와도 잘 지내는 등 인간관계에서도 잘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2권은 집(가게)에 필요한 주방 기구를 만들고, 악덕 상인을 혼내주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연금술만 있으면 현대 문물과도 같은 냉장고와 오븐 등을 척척 만들어내는데, 이 작품은 경제관이나 인간관계는 매우 현실적인 반면에 이런 연금술 관련은 조금 비현실적이어서 괴리감이 있었군요. 사실 머리 아프게 스킬 설명하고 원리 설명하며 고리타분하게 하는 것보다 마치 마녀가 솥단지에 뭘 넣고 팔팔 끓이듯 연금술도 연금술 솥단지에 재료 넣고 뚝딱하는 게 차라리 낫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은 동화 같은 이야기들로 이뤄져 있고요. 그리고 스승과의 관계에서는 1권에서 스승이 가게도 알아봐 주고 전송진도 설치해 주며 일방적으로 여주에게 빨대 꼽나 했더니 되레 여주가 스승을 이용해 재료를 팔고 돈을 융통하는 등, 귀찮은 건 스승에게 떠넘기는 조금은 영악한 모습에 유쾌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골 마을에 정착하며 마을 사람들의 신뢰도 얻었고, 그렇다고 안주할 여주가 아니라는 듯, 마을의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제품도 개발하며 일방적 관계가 아닌 서로가 윈윈하려는 여주가 인상적입니다.

맺으며: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포션이나 여러 아티팩트 만들어 팔면서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짊어지는 부분이군요. 물론 다른 경제 판타지에서도 실패에 대한 리스크가 언급되기도 합니다만(늑향?). 이 작품은 조금 더 디테일하다고 할까요. 돈 많은 상급 연금술사라면 한두 번 실패한다고 망하진 않겠지만, 여주같이 신입은 그 실패 한 번으로 휘청일 수 있다는 사회의 쓴맛 같은 메시지도 담고 있어요. 손님을 끌기 위해서 매번 새로운 제품도 개발해야 하고, 그 제품을 판매하며 자금 흐름도 신경 써야 되는 등 이때까지 경제 관련 몇 작품을 접해왔지만 이렇게 디테일 있게 표현한 작품은 이 작품이 유일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머리 아프고, 무미건조하고, 고리타분한 설명은 배제 시키고 재치 있게 풀어가는 것에서 작가의 능력을 높이 사줄만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필자는 1권에서 진즉에 하차했을 겁니다. 아무튼 마을과 유대를 더욱 공고히 하고, 빚쟁이(아이리스와 케이트)와도 잘 지내는 등 1권 보다 더욱 동화 같은 2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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