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블린 슬레이어 15 - L Books
카규 쿠모 지음, 칸나츠키 노보루 그림, 박경용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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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주의






'우마무스메'라는 게임이 있습니다. 광고하는 건 아니고요. 이번 이야기는 우마무스메와 상당히 유사한 점을 보인다고 할까요. 그래서 우마무스메를 접한 독자라면 제법 몰입해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서두를 깔아 놓는 이유는 이번 이야기에서 말 수인이 나오기 때문인데요. 아니 정확하게는 '켄타우로스'라고 해야겠군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죠. 신화에서는 괴물이라고 하는데 늘 그렇듯 일본으로 넘어오면서 귀여운 캐릭터가 되고 말았습니다. 나아가 육감적으로 표현하는데 있어서 일가견이 있는 이 작품의 일러스트레이터와의 만남은 말 수인을 더욱 부각시켜 준다고 할까요. 아무튼 그래서 우마무스메와 닮은 점이 뭐냐고 하실 텐데, 게임 내용대로 이 작품의 말 수인들도 경마장에서 달리기를 합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달리기를 하는 우마무스메들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억지로 달리는 것이 아닌 자기가 달리고 싶어, 꿈을 향해 뛰는 그런 현실감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어요.


문득 다크 판타지에서 이런 이야기가 어울리나 하실 텐데, 사실 그런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그동안 사선을 넘나들며 치열한 전투와 덧없이 쓰러져가는 생명을 보여주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햇볕이 내리쬐는 양지바른 이야기가 되어 버렸죠. 이미 이런 분위기는 사실 엘프 궁수를 위시한 드워프와 리자드 승려와 파티를 맺으면서 종말을 고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합니다. 모험을 모험으로 대하는 것보다 생명을 갉아먹으려는 고블린 슬레이어를 어떻게든 모험가 다운, 인간적인 삶을 살게 하려다 보니 이렇게 양지로 나와버리게 되었죠. 어떻게 보면 작가는 보답받지 못하는 고블린 슬레이어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그동안의 힘든 여정을 벗어던지고 이제 평범한 삶을 영위하게 하려는 그런 의도로 접근해서 집필하는 게 아닐까 싶군요. 그래서 이야기는 갈수록 평범해지기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젠 사람 찾는 일도 맡게 되면서 모험가라는 본질에 다가가게 되죠.


이번 이야기는 보다 넓을 세계로 나아가 내 발로 힘껏 뛰어보고 싶었던 어느 켄타로우스 공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빛보다 어둠이 더 많은 다크 판타지죠. 세상 물정 어두웠던 켄타로우스 공주는 모험가의 꾐에 넘어가 어디론가 팔려갑니다. 그리고 행방불명이 되어 버립니다. 사라진 공주를 찾아 켄타로우스 소녀가 도시로 옵니다. 그 켄타로우스 소녀는 모험가란 무뢰배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고, 입만 열었다 하면 공주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자기만의 기준에 사로잡혀 대단히 고지식한 면을 보이죠. 마치 우리 아들은 그럴 애가 아니라는, 아이와 제대로 이야기는 해봤을까 싶을 정도로 아이의 감정보다는 자신이 정한 기준에만 충실한 면모를 보여주죠. 이 기준을 벗어나면 히스테릭이 생기는 건 덤이 되고요. 하지만 알고 보면 둥지에서 떨어진 아기 새가 어미 새를 애타게 찾는 듯한 여린 감정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두 가지를 해결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습니다.


하나는 이 꽉 막힌, 모험가들을 얕잡아 보고 타인의 호의를 일절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어쩌면 어느 이야기에서처럼 요정이나 같은 수인 이외엔 마음을 열지 않으려는 이 소녀의 마음을 열어라 하는 것, 두 번째는 그 닫힌 마음을 열게 해줄 공주를 찾으라는 것. 이번 이야기는 명탐정 홈스처럼 추리를 가미하고 있습니다. 공주의 행방을 쫓으며 그녀가 거쳤던 장소를 탐문하고 조사를 거쳐 행방불명된 이유를 찾아가죠. 그 과정에서 공주를 향한 켄타로우스 소녀의 마음이 참으로 구구절절합니다. 모든 것을 적으로 돌리더라도 찾고 싶어 하는 소녀의 마음이 안타까워 여신관은 눈높이를 맞추고 마치 어린애를 달래듯 소녀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게 되고 차츰 켄타로우스 소녀는 마음을 열어가게 되죠. 여신관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습니다. 뽀족한 가시처럼 막말을 쏟아내며 주변을 찔려대는 소녀에게서, 성격의 문제보다는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감정을 추수리지 못하는 어린애 같은 면을 보게 되죠.


그렇게 사건을 쫓으며 공주가 행방불명된 원인을 찾게 됩니다. 


맺으며: 어쨌거나 우마무스메처럼 경마라니 조금은 그 인기에 편승하려는 느낌이 없잖아 있습니다. 한때 우마무스메가 인터넷을 달구며 화제가 된 적이 있죠. 아마 포인트를 거기서 따온 듯한데, 작중에서는 켄타로우스를 등장시켜 열심히 달립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경마라고 해서 돈에 울고 돈에 웃는 것이 아닌 그 켄타로우스 소녀들이 품고 있는 마음이라 하겠는데요. 노예로 팔려와 억지로 달리는 것이 아닌  초원을 마음껏 달리듯 자신들의 마음에 충실히 하여 경주장을 멋지게 달리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죠. 아쉬운 건 그런 장면이 많지 않다는 것이고, 그래서 더욱 여운이 남는 게 아닐까 싶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사실 다크 판타지에서 약간은 이질적인 이야기이기도 하죠. 등장하는 여자들은 일부를 빼고 여지없이 고블린에게 희롱을 당하는 게 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인데 느닷없이 경마라니...


아무튼 이번 이야기에서 포인트를 찾으라면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켄타로우스 소녀가 여신관의 포용력(진짜 성녀가 따로 없어요)에 녹아가는 모습이 첫 번째 포인트고요. 두 번째는 주변은 리더로 인정하는데 자신만 모르는 고블린 슬레이어가 되겠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고블린 퇴치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주변 사람들을 통해 이런 길도 있다는걸, 비로써 하늘을 푸르다는 걸 알아가는 장면들에서도 여운이 남는데요. 결국 다크 판타지를 벗어던지 양지로 올라오는 그냥 판타지로 변해가는 과도기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게 이번 15권의 이야기입니다. 다만 어쩔 수 없이 사건을 고블린과 연관 시켜 아이덴티티를 지키려는 모습은 좀 가슴 아프게 한다고 할까요. 예전 고블린 팔라딘 등 인간으로 치면 용사와 다름없는 고블린과의 전투도 이제 없어서 약간 아쉽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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