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암살자인 내 스테이터스가 용사보다도 훨씬 강한데요 3 - Novel Engine
아카이 마츠리 지음, 토자이 그림, 도영명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20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상급 스포일러, 개인적인 해석, (경고)악평 주의
주인공을 먼치킨으로 만들었으면 활용을 하던가. 이 작품처럼 리소스를 낭비하는 작품도 없을 것입니다. 작가 딴에는 평화롭게 살아가던 고등학생이 이세계로 소환되어 한순간에 바뀐 환경에 적응 못하고, 원래 세계의 가족과 만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평범한 사람의 심리를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면에서 이 작품은 여타 이세계 먼치킨물하고 궤를 달리한다고 할 수 있죠. 사실 비록 상대가 악당이라고는 해도 사람을 죽이고, 강한 몬스터를 때려잡고 하는 행위를 이세계로 전생하기 직전까지 이와 무관하게 살아가던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주인공을 용사보다 두어 배 더 강한 스테이터스를 부여 했음에도 마왕을 무찌르는 판타지 정석에서 뛰쳐나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여정을 그리며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하죠. 즉 이 작품은 '이세계물 먼치킨 = 화려한 액션신 + 카타르시스'라는 공식을 부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부정의 이유로는 주인공이 스테이터스로는 최강이어도 작가가 활용을 하지 않기 때문인데요. 작가는 '아멜리아(메인 히로인)'를 작중 흐름의 최전선에 세워두면서도 주인공으로 하여금 그녀를 지키게 하는 포지션에 적극적이지가 않습니다. 어디서 호감도 포인트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멜리아는 주인공과 만나자마자 처음부터 호감도 맥스를 찍으며 아주 그냥 둘이서 19금 찍을 기세죠. 주인공도 동질감을 느꼈는지 좋아하게 되었고요. 그런데 아멜리아가 엘프의 나라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여행 중에 그녀를 노리는 자가 있다면 신경을 많이 써야 되지 않을까요. 일례로 2권에서 아멜리아는 마족에게 납치당하죠. 전조는 이미 1권부터 있어 왔는데 작가는 주인공에게 대비를 시키지 않아요. 그래서 주인공은 따로 떨어져 자기 할 일만 하고 아멜리아를 지키는데 소홀히 하죠. 그래놓고 아멜리아가 납치되자 멋대로 자폭(말이 자폭이지 필자가 보기엔 발광) 시키는 장면은 한마디로 꼴불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됩니다.
이번 3권에서도 그래요. 2권에서 아멜리아를 납치하려는 흑막을 어느 정도 알았으면 조사를 통해 없애 버리거나, 대비를 해야 하잖아요? 작가는 이번에도 그런 기특한 상황은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용사 일행이 정보력에서 우수하고 주인공을 대신해 아멜리아를 지키려 하죠. 용사 일행은 자신들을 소환한 왕녀의 저주에서 벗어나 이번에 주인공과 합류하게 되는데요. 합류하자마자 주인공과 아멜리아의 상황을 간파해버리죠. 이때까지 주인공은 아멜리아를 지키는데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정보를 모을 생각도 안 했어요. 여기서 주인공을 대신해 용사 일행으로 하여금 아멜리아를 노리는 흑막까지 캐치하게 하며 활동에 나서게 하지만 이 또한 작가는 크게 의욕이 없습니다. 작가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작품을 집필하는지 모르겠어요. 제일 어이없는 상황은 주인공이 흑막이 있는 적의 소굴에 태연하게 들어가는 장면인데요. 주인공은 먼치킨이니까 누가 덤비든 다 없애버릴 수는 있을 겁니다.
문제는 작가는 의욕적이지 않다는 것이고, 그것은 곧 주인공도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으로 이어지는데요. 이제는 보고 있는 쪽이 섬뜩할 정도로 광기에 찬 사랑을 하는 상대(아멜리아)를 납치하려는 흑막을 없애는데 끝까지 주저하는 건 뭐 일반인이 사람을 죽이는 것을 꺼려 하는 아이덴티티를 보여주려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런 흑막이 있는 아지트를 '아무런 생각 없이(이게 포인트, 정말 생각 없이 행동함)' 방문해서 주변 엄한 사람 중상을 입히게 하는 사태로 발전을 시켜놓았다면 반성이라도 하던가요. 이때까지 보면 작가는 주인공의 행동에 따른 결과를 주인공에게 짊어지게 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어요. 사람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인데요. 주인공은 되레 흑막이 잘못이라며 남 탓까지 해대죠. 결국 하는 건 개뿔도 없으면서 싫은 일 억지로 하는 것처럼 흑막 없애려 가는 주인공 보고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었습니다. 아멜리아도 하는 건 개뿔도 없는 주인공에게 꽂혀서 의미 없는 호감도 상승은 천생연분이 있다면 이런 둘을 보고하는 건가 싶을 정도죠.
맺으며: 주인공을 인간적으로 만들고자 했으면 좀 더 고뇌하는 모습이라도 보이던가요. 아니 보여주긴 합니다. 지구에 남겨둔 엄마와 여동생 앓이를 장난 아니게 해대죠. 그래서 그럴까요. 이세계에 대한 의욕은 없게 되고, 먼치킨이면서 무능력의 끝을 보여줍니다. 정보 모을 생각도 안 하고, 용사 일행이 모아다 준 정보 듣고야 겨우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는다면 주인공으로서 이건 아니지 않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누구의 손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손으로 지켜야 되는 것이 아닐까요. 둘(주인공과 아멜리아)이 하는 짓은 19금 찍을 기세면서 행동은 그냥 섹F로 지내는 사이 같아요. 사람은 한번 실수에서 배운다는데 주인공은 배우는 게 없어요. 그래놓고 아멜리아를 바라보며 아름답다 같은 말만 하는, 정말 명치를 주먹으로 때려 버리고 싶은 충동을 일으킬만한 행동을 해대죠. 이번 3권에서 주인공은 뭘 했나 자문해보면 아무것도 없다가 맞습니다. 정말로 한 일 하나도 없어요. 한마디로 의욕이 없어요. 이번 3권의 핵심 요점이 뭘까 한참이나 생각하게 합니다.
2권에서 거들더도 안 볼 작품이라고 손절했는데 어째서 3권이 집에 있는지 모르겠군요. 필자는 자신을 대단한 사람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근래에 들어와 문득 나의 리뷰로 인해 작품의 판매에 영향을 주면 어쩌나 하는 정신 나간 생각을 간혹 하는데요. 그래서 정신 차리고 될수록이면 좋게 마무리하려고 노력 중인데 노력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나 봅니다. 이 좋은 스토리를 가지고 왜 이런 작품을 만드는지 모르겠더군요. 주인공이 가진 암살자라는 직종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어요(하는 게 없어요). 단순히 주인공이 강하다면 그 강함에 초점을 맞춰 그냥 먼치킨처럼 썰고 다니면 시원하기라도 할 텐데, 용사보다 더 강한 스테이터스를 부여했으면서 3권까지 와서도 전혀 살리지 못하면 작가로서 뭔가 문제 있는 거 아닐까요. 특히 이번 3권에서 주인공이 아멜리아를 보며 '아름답다'라고 하는 부분은 정말 도서를 찢고 싶었습니다. 달달한 장면의 시기하는 것이 아닌 놓여진 상황과 전혀 맞지 않은 행동을 보여주기 때문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