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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이끄는 이세계 여행 7 - L Novel
아즈미 케이 지음, 마츠모토 미츠아키 그림, 정금택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포일러 주의, 긴 글 주의
모험가 길드에 토모에와 미오를 등록시키면서 드러난 그녀들의 레벨은 이세계 주민 '휴만'들의 인지를 까마득히 초월하는 것이다. 이는 이세계 주민들로서는 대단히 큰 충격으로 다가오게 된다. 그러니 필연적으로 이렇게 등장할 때부터 센세이션을 일으키는데 소문이 안 날 리가 없다. 여기에 주인공이 장사를 시작하면서 돈을 쓸어 담으니 더욱 눈에 띄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게 되었고. 여담이지만 현실 지구에서 성인도 장사하려면 대단한 노력이 필요한데 고작 10대가 이세계에서 장사로 성공하다니 역시나 픽션답다 싶은 부분이긴 하다. 아무튼 주인공이 판매하는 포션류는 가격도 저렴하면서 성능은 발군, 너도나도 몰리다 보니 오전 중에 품절되는 건 예사다. 이렇게 놓고 보면 주인공은 이세계에서 상인으로 성공한 거나 다름없다. 처음엔 그저 저주받아 구울이 되어버린 대상인의 딸들을 구해주고자 했던 것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구해주고 보니 뭔가 뿌듯함이 생기잖은가?
실패를 모르고 성공을 논하지 말라고 했다. 이 말은 스텟치만 열거해서 주인공의 능력을 수치화하는 데만 급급한 여타 이세계 먼치킨 작품들에도 해당되는 말이다. 그렇담 이 작품은 어떠한가. 이 작품의 주인공은 마법적인 능력만은 여느 이세계물 못지않다. 무능력이면서 마력 하나에만 의지해 현실 지구인 특유의 발상으로 대단한 능력자가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 상인으로서도 성공이라고? 사실 이세계 여신은 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이라고 모든 걸 가진다는 건 불공평하다는 듯이 그에게 물리적인 능력은 아무것도 주지 않았고, 아인과 마물 하고만 살아가라는 저주의 말까지 퍼부어 주었다. 그럼으로 상인으로서 성공은 있을 수 없다는 건 아주 당연하게 된다. 게임에서 초보가 운이 좋아 득템을 한 것에 기고만장하여 난 운이 좋아라고 거들먹 거렸다간 순식간에 파멸하는 거와 같다. 주인공은 장사가 잘 나갈 때 알아서 눈치껏 물건을 팔아치워야 했다. 왜냐면, 동종업자들은 주인공이 잘 나갈수록 배가 아파질 테니까.
초짜 신입이 선배들에게 인사도 없고, 모임에도 나오지 않고, 협회에 얼굴 도장 찍지도 않은 채, 떼돈을 벌고 있다. 그것도 자기들이 판매하는 것보다 매우 저렴하게 말이다. 현실적으로 대입해보자면 '덤핑'이라는 거다. 무역 불균형이 일어나고, 그러면 나라는 반덤핑 관세를 매긴다. 주인공은 이런 상도를 무시한데다 신입이 선배에게 인사도 안 하는 무례한 놈으로 찍혀 버린다. 당연히 견제가 들어오고 온갖 음해성 공작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 한마디로 주변 상인들은 배가 아프다는 건데 솔직히 주인공 입장에서는 자다가 봉창 두들기는 소리다. 주인공 입장에서는 민주주의에 입각한 경쟁체재의 시장원리라는 개념이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긴 이세계고, 주인공의 생각은 이세계를 물로 보고 있었다는 걸 반증하는 것뿐이다. 그러니 협회장에 불려가 생각도 없이 내뱉은 말은 주인공 스스로가 발목에 올가미를 채워버리는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결정적으로 초짜 신입이 선배에 대놓고 '얼마면 되?'라고 돈으로 해결하려고 하니 좋게 비칠 리가 더욱 없다. 경쟁자들에 의해 지금 당장 제거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 건만, 주인공은 꽤나 억울해하는 것에서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일면을 보이기도 한다. 즉, 신입이 콧대만 높아서 기고만장한 걸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협회장에게서 아주 매서운 매도가 쏟아진다. 주인공으로서는 자존심은 물론이고 자존감이 무너질 정도다.
물론 주인공은 경쟁 상인들의 베타적인 관습과 협회의 관료주의에 휘말린 희생자라 할 수 있다. 사실 이 부분은 늑대와 향신료라는 작품에서도 잘 나타나 있으니 기회가 되면 여러분도 읽어 보시기 바란다. 신입이 그저 잘 나간다는 이유로 밟아주겠다는 건 학교에서 눈에 띄는 아이를 이지메하는 거와 같다. 참으로 치졸하고 옹졸한 게 이세계 상인 시스템이다. 주인공은 이렇게 궁지에 몰린다. 벌이의 대부분은 죽을 때까지 배상금으로 토해내라는 협회의 선고는 주인공으로 하여금 상인을 그만두라는 거와 같다. 이는 사실 주인공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 선배들에게 인사는 차지하더라도 물건값의 선정과 동종업자들의 매출 감소 등 헤아려야 될 부분을 간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음해성으로 마족과 연관된 게 아니냐는 모함까지 듣게 되니 주인공으로서는 버틸 수가 없다. 보통은 우수한 부하들을 이용해 쓸어버리는 힘의 논리를 보여줄 만도 하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부분에서는 꽤 리얼리티를 보여준다.
이렇듯 주인공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니라고 역설한다. 주인공도 이세계 사람들을 깔보기도 하고, 방심도 한다. 보기 좋게 역전해서 모함하는 사람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는 일도 없다. 무능력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어느 정도 이어간다고 할까. 그저 운이 좋아 토모에와 미오등 아인들을 손에 넣었고, 이렇게 큰 힘을 얻게 되자 발밑을 못 보게 되어 엎어지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이제 당장 있는 재산을 다 빼앗기고 이세계 주민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건 접아야 될 판이다. 그동안 잘 나간다고 우쭐한 것도 있었고, 이제 그 벌을 받는다고 해도 되겠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격언을 주인공이 알았다면. 여신이 저주로 퍼부었던 아인과 마물을 상대로 장사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은 주인공을 버리지 않는듯하다. 학원에서 무투제가 열리고 거기에 출전한 제자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자 각 나라에서 눈독을 들이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제자들의 스승은 누구인가? 경우에 따라 접어야 했던 장사를 다시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누가 보면 장사에 수완이 좋아 떼돈을 버는 것처럼 비치다 보니 주인공으로써는 자존감이 엄청 올라갔었다. 제자들도 훌륭이 키워냈다. 이게 다 자기 능력으로 일궈 냈다고 자화자찬해도 될 테지. 그런데 사상누각처럼 이번에 한순간에 박살 나버리는 부분은 여타 이세계물에서 느끼지 못하는 짜릿함이 있다. 주인공은 만능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 된다. 잘 익은 벼처럼 고개를 숙이던지. 이제 남은 건 이렇게 박살 난 자존감을 어떻게 다시 일으키냐다. 그나마 제자들이 선방해줘서 위안은 받지만 어차피 학원 도시에서 장사 못하게 되면 제자들과도 이별이다. 그 제자들도 사실은 주인공 업보 때문에 무투제에서 불합리한 처사를 받고 있다. 상대는 진검인데 제자는 목검으로 싸워야 되는 불합리는 어디까지나 주인공의 부주의한 행동에 기인하게 된다. 요점은 생각 없이 나댄 주인공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그 피해라는 게 가해자들의 불합리한 요구 때문이지만.
이제 세계가 움직인다. 경우야 어쨌든 상인으로써 떼돈을 벌었고, 무투제에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는 제자들 덕분에 여러 나라들이 주인공을 눈독 들인다. 거기엔 주인공 자체를 구속하려는 나라도 있고, 이용하려는 왕녀도 나타나는 등 주인공을 둘러싼 물밑 경쟁이 치열해진다. 문제는 떡줄 놈은 생각도 안 하는데 김칫 국물을 마신다고. 주인공의 의향은 안중에도 없이 모두가 설레발을 친다는 거다. 주인공의 진짜 능력은 알지도 못한 채, 주인공이 드래곤 슬레이어 소피아와 전투에서 왕도 근처에 엄청난 크기의 호수를 만들어버렸다는 걸 아무도 모르는 것에서 오는 무지는 여간 흥미진진한 게 아니다. 요컨대 주인공의 힘을 이용하려고 하다가 그가 휘두르는 힘에 모두가 망할 수도 있는데도 인지를 못한다는 거다. 사실은 협회의 관료주의나 선배 상인들의 농간은 주인공이 대리고 있는 많은 종자들을 풀어 버리면 해결된다. 이세계는 암살도 횡행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다는 리얼리티가 있다.
맺으며: 주인공이 제자들을 가르치는 부분은 어떻게 보면 싸움에서 기교를 모르는 무지한 멍청이들의 눈을 뜨게 해주는 여타 이세계물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정형화된 틀을 깨고 새로운 전술을 도입함으로써 실력이 상승하는, 그런 전술을 보여줌으로써 위정자들의 눈에 띄게 되고 노림 받게 되는 클리셰를 보여주긴 한다. 그 예로 제자들은 이세계 멍청이들을 발라버리기도 하니까. 다만 이 작품은 이런 것만 있는 게 아닌, 실패에서 얻는 교훈이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는 거다. 상인으로서의 실패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을 때와 같은 고뇌를 가지게 한다. 물리적으로 힘이 있다고 만사는 아니라는 메시지도 있다고 할까. 아무튼 그렇게 눈에 띄게 되면서 여러 나라는 물론이고 마족까지 주인공을 관심하에 두게 되면서 앞으로 매우 흥미진진해지지 않을까 한다. 개중엔 주인공을 얕보는 무리도 있어서 주인공의 진실을 알았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흥미의 대상이다.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또 다른 흥미 포인트는 여러 등장인물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이다. 주인공의 종자들은 물론이고 주인공 대신 소환된 용사들의 시각 등을 비추며 저마다 가진 마음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는 것인데, 그중에 매료를 쓰는 토모키라는 용사와 그를 이용하는 왕녀의 행보가 심상찮다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 안 들면 칼부터 나가고 그걸 합리화하는 용사와 그를 이용해 어머니의 복수를 다짐하는 왕녀의 시커먼 속내는 주인공의 행보와 더불어 이 작품의 최대 포인트가 되겠다. 권력의 망자가 되어버린 귀족들의 방해라든지, 여자에게 말 걸었다가 주인공에게 깨진 것에 원한을 품고 주인공에게 대드는 귀족 차남 등 시종일관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사실 더 큰 포인트는 주인공의 행동에 따라 그 결과가 뚜렷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치한 당하는 걸로 보이는 여자를 구해줬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는 것에서 오는 반동이라던지. 이번 상인 건도 사실 주인공의 행동에 따른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그걸 깨달아가고 고쳐 가려는 주인공이긴 한데 문제는 잘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고. 어쨌건 이런 흥미 포인트 때문에 필자는 이 작품을 높게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