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녀의 여행 8 - S Novel+
시라이시 죠우기 지음, 아즈루 그림, 이신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고로 돈이란 기회가 있을 때 벌어두는 게 상책이다. 조화를 동화 한 닢에 사다가 행운을 불러오는 꽃이라 속이고 금화 한 닢에 내다 팔면서도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 배짱은 덤이다. 그래서 인스턴트 오믈렛을 데워서 금화 한 닢에 판다고 천벌을 받지는 않는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다. 정처 없이 여행을 하며 고급 숙소에 묵고 싶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얼마나 처량하겠는가. 노숙은 죽어도 싫거든. 이 작품의 주인공이자 히로인인 '일레이나'는 걸핏하면 사람들 등을 처가며 돈을 번다. 근데 그렇게 돈을 벌어도 어째서인지 모이질 않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그렇담 그녀는 악당인가? 가끔은 천벌도 받는다.
여행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에게 도와준답시고 수고료를 삥 뜯는 게 문제지만, 내밀어진 손은 외면하지 않는다. 사실 사람은 얕잡아 보이면 안 된다. 그녀가 무료봉사로 도와주게 된다면 사람들 버릇이 나빠지겠지. 더구나 그녀는 마녀다. 판타지의 모험가처럼 의뢰비를 받고 처리해주는 일을 한다. 그런데 무료봉사를 한다고 소문이 난다면 민폐도 이런 민폐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그녀의 삥 뜯는 듯한 수고료는 어쩌면 현실미를 가미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는 이런 부분은 꽤 유쾌하게 풀어낸다. 가령 이쪽 도시에서 저쪽 도시로 옮겨주는데 금화 30개 내놔라고 당당히 말한다.
누가 봐도 터무니없는 시세를 부를 만큼 그녀의 배짱은 우주 최강급이다. 의뢰인과 같이 여행을 하며 목적지에 도착은 했지만 여행을 통한 유대는 개뿔, 의뢰비 내놔라고 당당히 손 내미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이번엔 불로불사를 살아가는 여자가 나온다.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도 반드시 살아나는 사람을 만나 어떻게 하면 죽을 수 있을지 대한 푸념을 매시간 듣는 것도 고역이다. 그런 불사신과 여행을 하다가 역병이 도는 어느 도시에서 도착한다. 거기서 뜻하지 않게 불로불사자도 쓰기 나름이라는 사용처를 알게 되고, 일레이나는 멋지게 그녀를 이용해 돈을 버는데 성공한다.
일레이나를 이렇게 놓고 보면 돈에 찌든 악녀 같은 이미지지만 사실은 기브 앤 테이크를 잘 지킨다. 이번을 예로 들면, 불로불사로 살아오며 주변의 시선과 악의적으로 접근하는 악당들을 피해 도망 다니다시피 하는 그녀를 지인에게 소개해줘 해결책을 제시하는 애프터서비스를 잊지 않는 면모도 보인다는 거다. 그래서 악당임에도 악당 같지 않은 현실미를 보여준다. 가끔은 진짜로 사리사욕을 채우려다 천벌도 받지만. 사실 도와주기만 하고 얻는 게 없다면 일레이나가 여행을 이렇게 길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사람 도와주는데 미친 판타지 용사와는 다르게 받을 건 확실하게 받는 그런 현실적인 요소가 있다고 할까.
아무튼 이번 에피소드에선 일레이나가 여행을 하며 인연을 맺은 여러 사람이 많이 등장한다. 일레이나에게 영향을 받아 마녀의 길에 들어선 사람도 있고, 도움을 받아 잘 살아가는 사람도 나온다. 운 하나는 정말 좋아서 가짜 마녀 행세를 하면서도 들키지 않는 사람도 나오고, 일레이나와 백합 찍으려고 혈안이 된 여자 애도 나온다. 근데 문제는 죄다 어딘가 나사가 빠진 듯한 모습을 보인다는 거다. 현실과 이상을 망각해서 진짜 범죄단체에 쳐들어가 놓고 일반 카페로 착각해서 소란을 일으킨다던지. 모르면 용감해진다고, 근데 또 잘 해결된다. 그래서 약간은 재미가 없다. 이렇듯 이 작품은 가벼운 이야기들로 충만하다.
하지만 이전에도 언급했지 싶은데, 이 작품은 냉탕과 온탕을 왔다 갔다 한다고 할까. 앞에선 가벼운 이야기로 이게 뭔 의미가 있나 하는 이야기를 펼쳐 놓고 뒤에선 정말 어두컴컴한 이야기를 풀어놓곤 한다. 가령 이번에 쌍둥이의 이야기를 예를 들자면, 자녀를 키우는데 있어서 내리사랑은 공평하지 않으면 아이의 정서 발달에 악영향일 끼친다는 교훈을 던진다는 거다. 한 아이에게만 집중적으로 편애를 한다면 남은 한 아이는 어떻게 될까. 부모의 관심을 끌기 위해 사고를 치고, 그러다 부모에게 혼나고, 그럴수록 아이는 삐뚤어질 수밖에 없는. 궁극적으로 혼나는 것조차 부모의 관심을 받았다고 좋아하는 대목은 소름이 돋는다. 결과 애정결핍에 걸린 아이는 편애를 받는 아이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이야기 중 간혹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 에피소드도 있다.
일레이나는 스승을 만난다. 그동안 그녀의 스승은 간간이 언급되어 왔다. 게으르고 나비나 쫓아다니는 쓰레기 같은 스승이라고 매도하지만 지금의 일레이나로 있게 해준 고마운 인물이다. 일레이나는 과거의 스승을 만난다. 지금은 멸망해버린 어느 도시에서. 홀로 남겨진 소녀를 본 순간 일레이나는 단숨에 알아차린다. 그녀가 자신의 스승이란걸. 이렇게 인연은 갑작스럽게 연결이 된다. 지금의 그 소녀는 아직 마법을 쓰지 못한다. 악연 밖에 없던 지난날의 스승과의 인연도 돌이켜보면 좋은 나날이다. 그래서 일레이나는 그녀에게 마법을 가르치며 여러 뜻깊은 나날을 보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시 소녀는 다시 과거로 돌아가야만 한다. 일레이나와 함께했던 기억은... 스승은 일레이나를 가르치며 줄곧 비밀을 지켜왔다. 그리고 지금 소녀는 과거로 돌아가고 일레이나는 현재의 스승과 만난다.
맺으며: 중반 쌍둥이 에피소드는 애정결핍이 불러오는 참극이라는 시리어스가 따로 없다. 부모의 잘못으로 자식은 상처를 받아 가고 삐뚤어져가는 모습을 참으로 적나라하게 그려 놨다. 후반 일레이나가 과거의 스승을 만나는 대목에서는 조금은 가슴 먹먹하게 만든다. 이렇게 가끔은 냉탕과 온탕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풀어놓곤 해서 적응이 안 될 때가 있다. 앞에서는 고양이 카페라는 의미 없는 이야기를 풀어놓더니 후반엔 이렇다. 그래서 필자는 이 작품은 버리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돈 버는데 혈안이 되기도 하고, 사기도 치고, 그러다 천벌도 받는 현실적이면서 유쾌함이 있는 반면에 앞에선 가볍게 애피타이저를 던져놓고 중후반엔 사람 먹먹하게 만들기도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