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이끄는 이세계 여행 5 - L Novel
아즈미 케이 지음, 마츠모토 미츠아키 그림, 정금택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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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간과 마족간의 전쟁에 끼여 죽다가 살아난 주인공은 드디어 학원 도시 '롯츠갈드'에 도착한다. 역시 이세계물에서 학원 라이프는 빠질 수가 없나 보다. 이런 시추에이션 뒤에는 젊은이의 요람에서 풋풋한 만남도 있고, 능력 배틀에서 무능력자인 주인공이 사실은 능력자인데 뭔가 문제라도?라듯이 두각을 나타내 귀족이나 왕족 영애의 눈에 띄어 우리 사귀어요 같은 클리셰가 시작된다고 할까. 그러나 주인공은 평범하게 살아고 싶어 하는 게 본심이다. 사실 이런 부분은 무능력자가 능력자라는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무능력이라는 괴롭힘 당하는 포지션을 보이면서 사실은 능력자라는 소문을 다 퍼트려 놓아 화제의 중심에 스스로 놓아놓고 들어오는 골은 다 쳐내듯 다른 사람에겐 눈길도 안 주는 어쩌면 가장 질 나쁜 주인공 축에 속하지 않나 싶다. 이 작품의 주인공도 얼추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원래 정착하기로 했던 도시에서 상점을 열려고 했으나 나라의 밀정이 되어야 한다는 개설 조건 때문에 학원도시로 이주하기로 한 주인공은 꿈에도 염원하던 상점을 열게 된다. 그리고 학원에 학생으로 잠입해서 이세계에 대해 그리고 부모님에 대해 조사하려는 목적도 있다. 그래서 이전에 신세를 졌던 대상인의 추천으로 입학에 성공은 하였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학생이 아닌 선생님 코스를 밟게 된다. 알고 봤더니 추천장 오류로 발생한 해프닝이다. 여기서 이 작품이 다른 이세계물과 차별을 두는 게 이 대목이다. 학생으로서 학원 라이프를 즐기며 청춘을 구가하는 게 아닌 선생으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뭐 돼봐라라는 작가의 심술이 느껴진다고 할까. 궁극의 마법을 추구하다 '리치'가 되어 버린 어느 마법사를 두들겨 팬 끝에 3번째 시종으로 거둬들인 '시키'를 종자로 삼아 학원에 입성한 주인공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기서 여느 이세계물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이세계인들의 지적 능력은 뒤떨어져 있다. 여신은 외모지상주의만 추구할 뿐 이세계인들 안에 든 지식과 능력은 안중에도 없다. 주인공은 이세계 끝 황야에 떨어져 노력이라고 부르는 개고생한 끝에 능력자로서 개화를 이뤘다. 그러니 주인공과 이세계인들 능력 격차는 상당히 벌어져 있는 건 당연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주인공은 날로 먹으며 강해진 것이 아닌 몸을 밑천 삼아 노력한 끝에 능력을 일궜다는 소위 성장형 캐릭터라는 것이다. 여느 이세계물처럼 별다른 노력도 없이 스킬을 뻥튀기해가며 강해지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만의 독특한 노력 법이 생기기 마련이고 주인공은 이런 점을 바탕으로 해서 제자들을 가르쳐 간다는 거다. 제자들은 당연히 처음은 못생긴 데다 인간 언어도 못하고 쭉정이 같은 주인공이 반가울 리가 없다. 이런 점(못마땅)들이 이런 작품들의 클리셰다. 


그러고 보면 이 작품은 새로운 관점과 기존 클리셰가 짬뽕이 되어 있다고 할까. 남은 건 실력을 보여줘서 스승의 미덥지 못한 겉모습이 아니라 가르치는 실력을 겸비했다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러면 걸러지는 애들도 있고, 자신의 실력을 키우기 위해 선생의 겉모습이 아니라 능력을 보고 주인공을 선택하는, 즉 외모는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흐름이 된다. 이렇게 주인공은 제자들을 받아 교사로서 학원 라이프를 이어가게 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얽히게 된다. 가령 교사들 간 알력 다툼에 휘말려 암살이라는 흉악한 일도 당하지만 애초에 살아온 경험치가 틀리다. '소피아'라는 인간족 최대 실력자하고도 무승부를 이룬 주인공을 이겨낼 인간은 이세계엔 없다.


그러나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도 있다. 주인공은 이세계 기준으로 정말로 못생겼다. 얼마나 못생겼으면 여신이 마물하고만 번식하며 살아가라고 매도할 정도다. 한때는 가면을 쓰고 다녔다(지금은 벗었다). 그럼에도 못생김 아우라는 숨기지 못했고 지금까지도 이성 다운 이성은 그의 곁엔 없다. 토모에, 미오는 마물이다. 정말로 마물하고 번식할 판이지만 애써 가족(토모에,미오)과 그러는 거 아니라며 외면하고 있다. 그런 주인공에게 드디어 햇빛이 든다. 학원 도시에서 오픈한 상점은 높은 매출을 자랑하며 순풍에 돛 단 듯 잘 나간다. 교사로서의 실력도 인정받아 몇 명뿐이지만 콧대가 높던 귀족 애들도 제자로서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러니 팔자 피고 싶어 하는 여학생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 얼굴보단 돈이라는 마인드로 똘똘 뭉친 여학생들의 닥돌이 시작된다.


보통 이세계물에서 포인트라면 하렘의 완성을 꼽는다. 근데 이 하렘이라는 게 주인공이 뭘 하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호감도 게이지가 상승해서 멋대로 하렘이 완성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곤 한다는 거다. 이 작품은 그 정도의 길을 비튼다고 할까. 이 작품에서 하렘의 본질은 '돈'이다. 상점의 성공으로 부를 이룬 주인공을 호구 잡고 싶어 하는 여학생들의 미친듯한 돌격은 매우 흥미진진하게 다가온다. 결국은 여느 하렘들은 허구라는 현실미를 들이민다고 할 수 있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얼굴이 전부는 아니다. 여자들이 모이면 모일수록 거기에 들어가는 돈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얼굴만으로 이런 현실을 해결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 작품의 주인공에게 돌진하는 여학생들이 유쾌하게만 비춰진다.


어쨌거나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여신에게서 버림받았지만 운 하나는 매우 좋다고 할 수 있다. 토모에(드래곤)와 미오(검은 거미)를 주워 최강의 패를 손에 넣었고(이 둘을 이길 자는 이세계에서 주인공 외엔 없다), 현실의 비닐하우스 격인 아공을 만들어 각종 과일과 무기류를 만들어 내다 팔면서 떼돈을 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여신이 악담으로 던진 마물하고만 살아라고 했던 것이 현실이 된 것이다. 토모에와 미오만이 아니라 드워프나 리저드맨등 여러 아인들을 아공에 이주 시켜 노예로 부려 먹고 있기도 하니까. 상점에서도 인간족보단 아인들을 부려먹고 어떻게 보면 주인공도 좀 악랄한 기질이 있다. 은근히 노동법 위반도 보이고. 하지만 주인공과 같이 있으면 아인들도 꽤 강해지니까 서로 윈윈하는 구석도 있다. 애초에 아인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있지만.


맺으며: 이 작품의 주인공은 조금 독특한 면을 보인다. 남의 일에 끼어드는 건 좋아하면서 그 뒷일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다. 가령 처음 도시에서 대상인의 딸들이 저주를 받아 오늘내일하는 걸 고쳐주게 되었는데, 이번 학원에서 그 딸들이 제자로 들어오게 된다. 근데 그 딸들 이 학원에서 평판이 좋지가 않다. 또한 주인공은 이전에 모험가들을 도와주고 아공에 들였다가 그 모험가들이 일으킨 폭력으로 인해 아공의 주민이 죽게 되는 참사를 겪었다. 이건 어느 정도 반성을 했긴 한데 그렇다면 자신의 길라잡이로서 이후의 행동에 지침이 되어야 하건만 그새 잊어버린다는 거다. 이번에도 학원에 잠입한 마족을 잡아내지만 풀어주게 되면서 또 뼈아픈 일을 겪게 된다. 이렇듯 주인공의 선행으로 누군가가 도움을 받게 된다면 그 도움 때문에 다른 사람이 곤란을 겪게 된다는 거다. 역시 완벽한 주인공은 없다.


아무튼 작은 복선은 바로 푸는 반면에 긴 복선은 몇 권에 걸쳐 풀어가다 보니 기억력이 붕어 머리인 필자로서는 복선 풀이가 쉽지 않다. 이번에도 복선이 제법 깔리고 있다. 주로 주인공을 노리는 복선이고, 때론 여신과 싸우는 마족과의 복선도 제법 투하되고 있다. 작가가 잊어먹지 않고 이후에 잘만 풀어준다면 매우 흥미진진하게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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