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녀 전하는 화가 나셨나 봅니다 1 - L Novel
야츠하시 코우 지음, 나기시로 미토 그림, 이진주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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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에 미운 오리 새끼 한 마리가 있다. 집오리 둥지에서 태어난 백조는 오리들과는 다르게 생겼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다. 이를 말리고 보호해줘야 할 부모나 형제 자매는 못 본척한다. 백조는 그렇게 홀로 긴긴 겨울을 이겨내고 우아한 날개를 펼치고 상공으로 날아오른다. 조류계에서 선망의 대상인 백조의 우아한 날갯짓, 미운 오리 새끼가 보여주는 '다름'이란 무엇일까 하는 철학적인 물음에 필자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낙동강 오리알", 남은 오리들은 날지도 못하는 그저 먹이를 받아먹고 알이나 낳다가 잡아먹히는 운명을 타고났다면 백조는 자신의 발로, 날개로 상공을 날아 자기가 가고자 하는 곳을 갈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이 작품에서 미운 오리 새끼는 히로인이자 주인공인 "레티시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줄곧 그런 면을 보인다. 그녀는 전생에서 마술에 관해서는 누구도 범접하지 못하는 실력을 자랑한다. 그러나 모두가 전쟁에 미쳐사는 격동의 시기에 아무리 난다 긴다 하는 실력을 가졌어도 제대로 빛을 받을 일 없이 그녀는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고 만다. 이 작품은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부모를 잃고, 나라를 잃고, 그렇게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며 죽음을 맞이한 끝에 공작가 영애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왕녀의 이야기다. 자, 여기서 키워드는 "마술과 미운 오리 새끼다." 그녀가 전생한 세계에서 '마술'은 찾아 볼 수 없고, '마법'을 쓸 수 있는 '마력'만이 존재하는 세계로 마력량이 곧 그 사람의 가치가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레티시아가 있던 전생 전의 세계에서 마력량은 무능력을 나타내는 지표가 된다. 이렇듯 얼핏 같은 뜻일 거 같은 능력이 상반되는 세계를 그린다고 할까.


여기서 중요한 설정이 마술은 마력량이 높을수록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생 후의 세계는 마법(마력량)을 제일로 친다. 결과적으로 표출되는 능력은 비슷한데 요구되는 스텟치는 다른 세계라 보면 된다. 이런 세계에서 마력이 없는 레티시엘은 지극히 당연히 미운 오리 새끼가 될 수밖에 없다. 이유는 마술은 마력이 적을 수록 빛을 보기 때문이다. 즉, 그녀는 마력이 거의 없다. 전생 전의 세계에서 마술에 관해서는 톱클래스 실력을 자랑하던 그녀가 마법(마력)을 제일로 치는 세계로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겉만 보고 판단하는 부류에 의해 그녀는 무능력자가 된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복선이 투하된다. 그녀는 전생 후 0살부터 시작하는 게 아닌 이미 준비된 16세의 몸부터 시작한다는 것이고, 그녀가 깃들기 전에 이미 그녀의 몸에 마력은 쥐뿔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일까? 레티시아를 위한 그릇?


이 말은 그녀는 그녀가 깃들기 전부터 이미 마력 0(제로)인 상태로 미운 오리 새끼로 취급받고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이것은 이 작품을 이끌어 가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집안 누구도 그녀의 편은 없으며 심지어 시녀들조차 비아냥 거리는 그런 세계에 전생하고 만다. 여기서 이미 느낌이 오는데 백조가 레티시엘이라면 낙동강 오리알은 그녀의 주변이 된다. 왜냐면 그녀는 이 세계에서 누구보다 강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보통 이런 설정이면 마법은 못 써도 마술로 무능력 먼치킨이 되는 전형적인 이고깽물의 한 축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겠는데 사실 반은 맞다. 비효율적인 마법에 기대어 발전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마술로 마법을 펑펑 써대니 이 시대의 사람들 입장에서는 무능력 먼치킨이 따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실력이 있다고 뽐내지 않으며 나서지도 않는다. 다만 너무 뒤떨어진 이 세계 마법 사상에 질려서 보다 효율적으로 어떻게 하면 마법을 잘 쓰게 할 수 있을까 연구하며 보편화 시키는 일을 하게 된다.


아무튼 이 작품은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레티시엘이 깃들기 전의 이름은 '도로셀'이라는 극히 평범한 공작가 영애였다. 왕의 명령으로 제1왕자와 약혼한 사이지만 왕자는 그녀에게 관심이 없다. 여보란 듯 왕자와 여동생은 둘이 대놓고 바람을 피운다. 가족은 그녀를 버리다시피 했고, 태어날 때부터 무능력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며 누구도 내 편이 없는 세상에서 그녀는 홀로 지내와야 했다. 레티시엘이 깃들고 나서도 그런 삶은 계속 이어진다. 밥을 먹을 때도 연회를 열어도 그녀를 부르는 일은 없다. 그만큼 마력이 가지는 가치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마력이 없다는 이유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세계에 전생하게 된 레티시아는 최악의 환경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삶을 찾아가게 되는 걸까가 이 작품의 핵심적인 이야기다.


자, 마력은 없지만 마법을 못 쓴다고 하지 않았다. 여기서 두 번째로 눈여겨볼 것은 그녀의 성격이다. 학교에 가서도 그녀는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는 오리 신세다. 보통 이쯤 되면 정신이 꺾일 만도 하겠지만 이미 전생에서 전쟁이라는 어른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기를 거친 그녀에게 있어서 주변의 비아냥은 애들 장난 수준이다. 오히려 그녀는 주변을 무관심과 무시로 일관, 주변에서 간섭을 하지 않는다면 편할 대로 살 수 있다는 합리적인 어쩌면 좀 불쌍할 정도의 사고관을 보인다. 특히 왕자와 여동생의 불륜을 보고도 그러던지 말던지하는, 여기서 세 번째 눈여겨볼 것이 그녀의 약혼자인 왕자와 여동생의 관계다. 왕자의 성격은 전형적인 귀족 사상의 개양아치이고 여동생은 콩깍지가 껴서 제멋대로 살아가는 왕자가 멋있다고 하는 이상한 행동하며, 어딘가 일그러진 세계를 보여준다는 거다.


아무튼 끼리끼리 모인다고 마법에 유능한 사람만 모인 세계는 아니다. 어디에나 못 따라가거나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고 그런 사람은 좋은 먹잇감이 되어 괴롭힘을 당하는 건 이런 작품들의 아이덴티티라 할 수 있다. 레티시아는 이런 아이들을 구원해 친해지며 '다름'으로 차별하면 안 된다는 교훈을 던진다. 특히 '지크'의 등장은 묘한 복선을 느끼게 하는데 전생 전의 레티시엘의 남편과 많이 닮았다. 그리고 이세계 전생물의 클리셰인 신문물을 만드는 것등 지크의 행동 하나하나에 그녀와 어떤 연관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그렇게 덜떨어진 애들을 규합해 레티시엘의 강의로 어중이떠중이도 다듬으면 보석이 된다는 그런 클리셰적인 이야기도 있고, 생각나는 대로 내뱉는 직설적인 성격의 레티시엘의 언동에서 조금은 웃게 해주는 그런 이야기도 들어 있다.


맺으며: 전체적인 느낌으로 보자면 무능력자의 먼치킨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레티시엘이 자각도 없이 내뱉는 독설과 약혼자인 왕자와의 관계가 흥미진진한 작품이라 하겠다. 대놓고 왕자 자신은 약혼자의 여동생과 바람을 피우면서 정작 약혼녀가 다른 남자와 같이 있는 건 죽어도 못 보는 졸렬한 성격하며 말빨에서 밀리자 폭주해 일 저지르는 것등 무능력 먼치킨 소재보다 이런 일상생활의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하다고 할 수 있다. 레티시아의 여동생도 언니를 언니로 안 보고 언니의 약혼자를 빼앗았다는 자각도 없이 라이벌을 넘어 되레 내 남자를 빼앗는다는 거의 부모의 원수마냥 취급하는 거 하며. 레티시아도 엄마를 엄마로 안 부르는 등 혼돈의 도가니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욱 흥미진진한 건 학원 탐험 중 만난 '지크'와의 관계다. 전생에서 남편과 많이 닮은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 빛. 그리고 지크의 정체는 지구에서 전생해온 지구인이 아닐까 하는 추측등 복선이 제법 충실하게 깔려 있다. 레티시아의 여동생도 뭔가 있는 거 같고. 작가가 짜임새 있게 요소요소에 이야기 배치를 잘 한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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