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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FF급 관심용사 1 - V+
파르나르 지음, 아야미 그림 / 길찾기 / 2019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몰랐는데 본 작품은 국산 라노벨이다. 딱히 국산이라고 해서 재미없을 거라는 선입견이 있는 건 아니다. 읽다 보니 주인공 이름으로 '강한수'가 나오길래 정보를 찾아보니 국산이더라. 이 말은 그만큼 일본 작품들과 견주어 이질감이 없다는 뜻이다. 아무튼 간에 본 작품의 주된 내용은 마왕이 상주하는 판타지에 소환되어 마왕을 무찔러 달라는 신탁을 받고 동료들과 여행을 떠나는 고등학생 '강한수'의 지구 귀환기를 그리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주인공이 으레 마왕을 무찌르고 공주와 맺어져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마왕은 서브이고 본 내용은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눈물 나는 여정이라 하겠다.
여기서 현실적인 게 일본 작품에서는 거의 표현되지 않는 위생 관련이라는 거다. 특히 화장실 문화에서 수세식에 길들여져 있는 현대인이 푸세식조차 변변치 않은 이세계로 소환되어 개고생 하는, 이와 관련된 웃픈 내용이 있는데 " 잘난 황제도, 예쁜 공주도, 대마법사와 소드 마스터도, 요강이나 수풀 위에 쭈그려 앉아서 힘주는 인생인 건 똑같거늘"라는 게 있다. 오죽하면 장래의 꿈이 이세계에서 수세식 화장실을 개발하는 거라고 할 정도이니 현실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이 주인공 성격이 매우 현실적이다 보니 당연히 이세계 소환 당한 걸 기꺼워 할리가 없다. 그의 주장은 이와 같다. "내가 왜 무료 봉사를 해야 하는가"
당장 자신을 소환한 무녀(여기선 고고학자)는 죽도록 밉고, 자신을 수련 시켜준답시고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패는 후에 검왕이 되는 기사단장은 철천지 원수가 된다. 그리고 재료를 들여서 우리가 소환했으니 너(강한수)는 우리의 소유물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국왕은 지금 당장 찢어 죽여도 시원찮은 존재가 된다. 기타 동료들은 여행 내내 부려먹기만 하고 마치 인종차별하듯 왕따를 해대는 데다 그렇지 않아도 끌려와 의무를 다하라고 하니 열불 나 죽겠는데 당연히 위에 열거한 인간들을 좋게 볼 리가 없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마왕을 무찌르러 간다. 그리고 거기서 사달이 일어난다.
이 작품은 '회귀'물이다. 리뷰 초장에 지구로 돌아가기 위한 눈물 나는 여정이라고 쓴 바 있다. 마왕을 무찔렀으면 냉큼 돌려보내 주는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근데 쉽게 지구로 돌아갔다면 여정이라고 언급하지는 않겠지. 이세계에는 무려 채점이 존재한다. 마왕을 무찌르는 과정에서 얼마나 용사 다운 행동을 했느냐에 따라 F등급부터 SSS등급까지 매겨진다. 여기서 눈치채셨겠지만, 본 작품 제목이 괜히 FFF급이 아니다. 주인공 '강한수'가 1회차에서 마왕을 무찌르기 전에 저질렀던 어떤 짓은 그의 인성을 F등급으로 만들고 만다. 고로 이세계 시스템은 회귀를 선택하고 주인공을 2회차로 넘겨 버린다. 참고로 F등급은 낙제다.
주제는 '반성', 1회차에서 내가 뭔 짓을 했는지 곰곰이 살펴보고 반성해서 다시 그와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말라는 교훈적인 작품이라 하겠다. 근데 이렇게 반성하며 1회차 때 잘못을 바로잡는 등, 주인공이 올바르게 살아간다면 이 작품은 나오지도 않았겠지. 이미 '내가 왜 무료 봉사를 해야 하는가'라는 정신머리를 가지고 있는 이상 잘 될 리가 없다. 게다가 이세계인들을 수세식 화장실도 없는 야만인 취급하는 주인공에게 있어서 이세계 주민의 목숨과 생명과 삶은 내 알 바가 아니다. 그러해서 대륙이 초토화되든, 경험치를 얻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도륙하는, 마왕을 무찌르고 이세계를 구해달라고 소환했더니 되레 이세계를 멸망 시킬 기세로 용사의 탈을 쓴 마왕이 재림하게 된다.
이세계 시스템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선동과 날조로 '평판과 인성' 작업(어쨌거나 F등급을 넘어야 지구로 귀한)을 해대는 꼼수 하며 자기가 위기로 몰아넣고 구해주는 마치 놀부가 제비 다리 부러트리고 나중에 박 씨 물고 온나 같은 일을 해대는 꼬라지를 보고 있으면 100날이 가도 이세계 졸업은 힘들겠구나 하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간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 동료가 될 거 같은 히로인들은 독자들의 바람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주인공의 그날 기분에 따라 목이 부러져 주인공의 경험치가 되는 엑스트라만도 못한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한 명 빼고). 일본 작품에서는 금기시나 다름없는, 혹은 악당들만 하는 짓을 저지른다고 할까.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고 경험치로 보고 있는 게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당연히 인성은 갈수록 개차반이 되어 가는지라 졸업은 요원하기만 하고 3회차로 넘어가는 건 당연하다. 여기서 주인공이 왜 삐뚤어졌는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 주인공은 현실주의자다. 그래서 이세계에 소환된 것 자체를 싫어하며, 수세식 화장실이 없는 게 그의 역린을 건드리고 있고, 소환했으면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하는데 실상은 노예에서 약간 윗등급 취급을 당한다. 동료란 놈들은 왕따나 시키고,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륙을 돌아다니며 개고생 했으니 나라도 삐뚤어질 것이다. 그래서 2회차 때는 이런 면상들이 좋게 보일 리 없고 내가 왜 고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울분만 있으니 성격이 삐뚤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아무튼 간에 개그도 적당히 섞여 있고, 뭣보다 한글의 우수함이랄지 표현에서 거침이 없는 게 굉장히 흥미롭다. 시놉시스에서 언급된 클리셰를 뒤튼다 답게 용사물의 정도를 걷지 않는 것도 흥미롭고. 다만 회귀물에서 조심해야 될게 앞에서의 잘못을 바로 잡아가면서 똑같은 진행을 보여줄 때 식상함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1권에서는 이와 관련된 식상함은 찾을 수 없긴 하다. 근데 주인공이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벌이는 악당 짓은 좀 인위적인 느낌도 없잖아 있다. 마치 내 경험치나 되라는 듯, 잘 닦여진 길 위를 걷기만 하고 고생은 전혀 없는, 회귀하면서 기억이 리셋되지 않다 보니 그에 따른 회귀전의 경험을 기반으로 어디에 가면 뭐가 있다는 걸 알고 시작하는 통에 후반으로 갈수록 흥미는 조금식 하락하는 그런 면이 좀 없잖아 있다.
맺으며: 그래도 일본 라노벨과 견주어 손색이 없을 정도의 완성도를 보여준다고 자부한다. 필자가 국산 라노벨을 거의 접하지 않아 평은 못하겠는데 이 정도면 일본에서도 먹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든다. 사실 이런 언급 자체가 이미 선입견에 사로잡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긴 하지만. 어쨌거나 일본 작품에서는 거의 못 봤던 '불효 자식'이라느니 또 한 명의 용사가 용사 다운 모습을 보이자 그럼 '니가 선두에 서'라는 둥 유쾌한 표현이 제법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좀 보수적인 사람에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히로인(엑스트라 등등) 브레이커와 경험치를 위해 몰살 등도 있다. 마지막으로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8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