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의 마왕 2 - J Novel Next
마지마 분키치 지음, 토요타 사오리 일러스트, 김경훈 옮김 / 서울문화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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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다크 판타지, 하렘은 물 건너갔다.


2권 줄거리: 스노바가 코핀을 침공한 이유가 밝혀진다. 신념을 가진 바보를 다루는 건 누워서 떡 먹는 것보다 쉽다. 나라의 존재 의의를 부정하고 반목하며 자신이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에 빠졌던 왕녀는 자신의 손으로 나라를 멸망 시킨다. 그리고 깨닫는다. 자신이 얼마나 멍청했는지, 어쭙잖은 정의는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포인트: 바보를 고치는 약은 없다.


특징: 꼭 보면 바보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는다.



스포일러 주의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려면 외부에서 적을 찾으면 된다. 이건 정치에 있어서 예나 지금이나 위정자들이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는데 있어서 유용한 수단이다. 외부의 적이란, 간단한 이야기다. 없는 죄를 다른 나라에 뒤집어 씌워 침공하거나, 그냥 쳐들어가면 된다. 그러나 이건 양날의 검이다. 침공으로는 내부의 불만을 일시적으로 잠재울 수는 있으나, 새로운 불안 요소도 반드시 생긴다. 바로 점령지의 백성들이다. 당연히 점령지 사람들은 좋은 대우를 받기란 어렵다. 침공과 점령의 가장 큰 이유는 수탈이니까. '스노바'는 그런 역사를 가졌다. 많은 나라를 침공해 점령지로 삼게 되면서 핍박받는 사람들 또한 많아졌다. '스노바'가 만약 광대한 땅을 점령하면서 유화정책을 펼쳤다면 어땠을까. 그러면 미래에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불가능하다. 다양한 인종과 종교를 가진 나라를 유지한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어떤 형태로든 피점령국은 점령국에게 간섭을 받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나라를 이끌어가는 위정자들에게 사상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왜냐면, 이들의 말 한마디에 나라의 운명이 좌우되니까. 비단 자신만이 아니라 백성들의 안위 또한 좌우되기 마련이다. 그게 다른 나라를 침공하고, 억압하는 나라 당사국의 왕녀라면 더욱 그렇다. '스노바'는 북쪽에서 강대한 나라다. 필연적으로 주변에 피를 몰고 다닌다. 그런 때에 왕녀가 지금까지 나라(國)가 해온 일을 부정하고, 이제라도 모든 것을 버리고, 억압한 나라의 백성들에게 사죄를 해야 한다고 역설하기 시작하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건 자명하다. 이것은 사실 피점령국에게 있어서 훌륭한 인물이라고 추켜세울만한 일이다. 그러나 당사국은 개떡같은 일이 된다. 점령을 진행하면서 필연적으로 피는 흘리게 되어 있다. 


황제는 자신의 딸의 교육 목적으로 나라의 사상과 정반대되는 교사를 붙이는 바람에 왕녀는 사상교육을 잘못 받게 된다. 이것은 교사의 사상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황제의 잘못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때 '스노바'라는 왕국의 미래는 정해진거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교육은 이렇게 중요한 것이고, 더욱 중요한 것은 교육의 질이 되겠다. 이로써 왕녀에 의해 두 개의 나라가 고통받게 된다.


이제 와 자신의 딸이 황제인 자신에게 면전에서 대놓고 당신(아빠)은 잘못하고 있으니 사죄해야 된다고 할 땐 모든 게 늦었다. 차라리 눈 감고 단두대로 보냈으면 좋았을 것을. 아무튼 모든 일엔 절차가 있다. 잘못이 있으면 모두와 상의하여 바로잡으면 된다. 그러나 그걸 독단으로 어린애처럼 발을 동동 굴리며 떼쓰듯 잘잘못을 지적해봐야 바뀌는 건 없다. 이런 일방적인 사상에 물든 왕녀라는 폭탄이 굴러다니고 있다. 당연히 이용하려는 무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훗날 자신을 장군이라 스스로 칭하는 '유크'를 찾아간 왕녀는 자신의 신념을 밝힌다. 머저리가 여기에 있다고 광고한다.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나라가 멸망할지도 모르는 일에 가담한다. 유크는 피점령국의 아픔을 알고 있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다툼이 없는 세계를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왕녀는 기둥서방에게 붙들렸다.


핍박받고 있는 나라의 백성이 불쌍하다고 여기는 왕녀와 전쟁을 없애고 싶다는 유크의 만남은 새로운 영웅의 탄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이 얼마나 허황된 일인지는 스노바 왕성 지하에서 어떤 것을 깨우기 전까지는 몰랐겠지. 왕국의 미래를 바꾸고 싶었다. 핍박받는 사람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자신의 아버지 황제의 머리가 단두대에서 잘리기 전까진 말이다. 유크에 의해 새로운 공포정치가 시작된다. 사탕발림으로 왕녀를 꾀었던 유크는 전쟁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며 주변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한다. 왕녀의 핍박받는 사람이 더 이상 없었으면 했던 바람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다. 이제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는 자에 의해 피의 향연이 시작된다. 이래서 교육이 중요하다고 한다. 어쭙잖은 신념은 새로운 공포와 아픔을 불러올 뿐이다. 왕녀의 행동으로 인해 가족은 모두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고, 스노바는 절망에 빠져간다.


요점은 스노바의 왕녀는 사리사욕에 빠진 유크에게 속아 넘어간 거라 하겠다. 백성들을 지키려 했던 스노바 왕녀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백성들이 더욱 궁지에 몰려가는 걸 하염없이 바라봐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당연히 정치의 정자도 몰랐던 유크에 의해 나라는 엉망이 되어가고 내부는 불만이 쌓여간다. 그걸 풀기 위해 유크는 코핀을 침공한다. 여기서 왕녀는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고자 한다. 조금식 반격의 실마리를 잡아가는 코핀의 왕녀 '루키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것이 '자신'의 미래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잘 알고 있다. 어리석은 바보는 지나고 나서야 후회를 한다. 모든 일엔 절차가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아봤자 역사는 바뀌지 않는다. 죽은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적어도 속죄는 할 수 있겠지.



코핀의 왕녀 루키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유크는 그녀에게 노예처럼 돼지 낙인을 찍지 않으면 코핀을 멸망 시켜버리겠다고 한다.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놈이 힘만 믿고 예의는 내다 버린다. 루키나는 아버지 황제가 전쟁으로 죽고 왕위를 물러 받았지만 왕의 위엄은 찾을 수 없다. 그저 어떻게 해야만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나라엔 매국노들이 득실거리고, 수호신이 사라지면서 백성들의 삶은 나날이 팍팍해진다. 자신은 매일 같이 수모를 당한다. 이대로 계속 스노바에게 저항을 할 것인가, 아니면 개돼지처럼 비굴하게 목숨을 부지하며 살아갈 것인가 기로에 선다. 왕녀는 코핀의 중심이자 상징이다. 돼지처럼 낙인이 찍힌다면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고 백성들이 마지막으로 붙잡고 있는 긍지는 사라진다. 그렇다고 철저히 항전을 하자니 힘이 없다. 


현시대의 마왕의 자리를 꿰찬 '더스트'는 '애시'가 죽을 위기에 처하면서 눈이 돌아갔었다. 그 옛날 마을과 어머니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 끝에 금단의 주술에 손을 댄 것이 마왕의 꼬리표를 달게 된 원인으로 작용하게 되었다. 나라에서 추방되어 초원 끄트머리에서 살아가던 그는 위기에 처한 나라를 보고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자신을 추방한 나라를 저주하고 있었을까.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보고 싶은 마음에 손을 댄 주술을 남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천년 전의 마왕도 사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금단의 주술에 손을 댄 것뿐인데 사람들은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이 작품에서 마왕은 타인을 해치며 자신의 사욕을 채우는 마왕이 아니다. 그저 조금 별났을 뿐, 희생된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기 딱 좋은 재료였을 것이다. 이 작품에서 마왕은 불쌍한 존재다.


더스트는 쫓겨난 신분인데도 '유크'와 맞서 싸우기로 한다. 쫓겨나는 자신을 끝까지 믿어 주었던 사람들을 위해, 어느 날 자신의 보금자리로 날아든 '애시'를 지키기 위해. 하지만 그의 몸은 마치 '허리케인 죠'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 듯한 상태다. 이 작품은 결코 아름다운 엔딩이 기다리고 있지 않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어머니를 살리지 못했다. 아버지는 딴 살림을 차렸다. 마을을 지키지 못했고, 자신을 좋아해 주는 여자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애시' 만큼은 지키고 싶다는 마음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아닌 게 아니라 애시의 일러스트가 정말 보호욕을 자극할 정도로 잘 뽑혔다. 문제는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더스트의 사망 플래그다. 


맺으며: 마왕이라고 다 미친놈은 아니며, 나쁜 존재는 아니라고 역설한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고 싶을 뿐이라는 설정은 로맨틱하게 느껴질 판이다. 사실 이 작품에서 마왕이라면 사람의 이해의 범주에서 벗어난 존재를 일컫는다. 천 년 전 마왕도 그렇다는 대목과 그런 마왕을 토벌해야 하는 용사의 고뇌가 잘 묻어나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인간은 악이고 마왕은 선하다는 느낌을 들게 하곤 한다. 아닌 게 아니라 악의에 차서 제멋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 루키나나 애시는 그 흐름의 피해자들이고. 더스트는 이들을 지켜가고 싶어 하는 그런 안타까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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