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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티처 12 - S Novel+
네코 코이치 지음, Nardack 그림,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8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평온한 판타지, 태어나 보니 아버지가 못쓸 놈 이세계 환생, 아이 엠 티처,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던데 노숙을 밥 먹듯이 하는 여행, 선생이 이래도 되나 싶은 제자가 곧 하렘.
표지: 히로인 리스, 정령 나이아를 주운 이후 메딕으로 활약 중이다.
12권 줄거리: 수국(수인족 나라)에서 떠나던 시리우스는 길에서 뭔가를 줍는다. 아주 작고 귀여운 이 생물은 무엇이더냐. 마물에게 습격을 당하고 있던 등에 날개가 달린 어린 소녀 '카렌'을 도와 이 소녀가 나고 자랐다는 마을로 향하게 된다. 그런데 이 소녀가 살았다는 마을은 강력한 용족의 보호를 받고 있었는데...
포인트: 카렌은 진리다. 13권을 기대하자. 표지(13권)가 아주 잘 뽑혔더라.
특징: 벌꿀은 비싸다.
조금 강한 스포일러 주의
카렌의 종족은 등에 날개가 달린 '유익인'이라고 한다. 장식이 아니라 날 수도 있다는데 카렌은 어려서 아직 날지 못한다. 라기보다 날개에 문제가 있다. 한쪽은 정상적인데 한쪽은 작은(스몰) 비대칭으로 보고 있자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본인은 상관하지 않는 듯하지만, 호기심이 왕성하여 엄마와 함께 물가에 나왔다가 인간들의 눈에 띄어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노예상에 붙잡혀 가던 중 마물의 습격으로 위기에 처하자 노예상들이 그녀를 미끼로 던지고 줄행랑을 처 버렸다. 그걸 지나가던 시리우스 일행이 구해주게 되면서 같이 다니게 된다. 짧은 기간이었다곤 해도 노예상에 잡혀있는 동안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한 데다 미끼로 던져지기까지 했으니 어린아이에겐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시리우스 일행에게 구해진 이후에도 카렌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이번 12권은 조그마한 아이가 세상으로 발을 내딛는 이야기다. 사람을 경계하고, 손길을 거부하는 카렌은 유독 '피아(엘프)'만 따르는 통에 다른 히로인들은 안달이 난다.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자신들에게만 마음을 열어주지 않으니 겉몸이 달아서 비위를 맞춰가는 모습들이 꽤나 유쾌하다. 그런 와중에 '레우스'가 벌꿀을 따오는데, 애 입맛을 고급으로 만들어 버리면 나중에 어떡하려고 이럴까 싶을 정도로 카렌은 벌꿀에 빠져 살게 된다. 그 모습이 마치 곰 같다. 곰돌이 푸우가 꿀단지를 들고 있듯이 말이다. 아주 환장을 한다. 이예 시리우스가 예전 마법 학원에 다닐 때 마법 학원장 '로드벨'인가를 구워 삶을 때 썼던 케익을 줘본다. 들고 우적우적 먹을 만큼 마음에 들었긴 한데 카렌 왈: 벌꿀이 더 좋아! 카렌은 누구도 하지 못했던 시리우스를 격침시켜 버린다.
카렌은 딱히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무서운 일을 겪었으니 경계를 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 마음을 열고부터는 거리낌 없이 다가온다. 그 나이에 맞게 귀여운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시리우스는 카렌의 마법 적성을 조사하면서 안타까운 걸 발견한다. 그것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무속성'이라는 것이다. 마법 학원에 다닐 때 이걸로 얼마나 괴롭힘을 당했던가. 카렌은 거기에 더해 한쪽 날개가 비대칭이다. 마을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었을지 눈에 선하다. 하지만 카렌에게서 그림자는 엿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부모님들이 필사적으로 보살펴 주었을 테지. 그리고 카렌이 살고 있는 마을에 도착한다. 용족들이 따뜻한 마중을 해준다는 클리셰가 기다리고 있다. 어째서 유익인이 사는 마을에 용들이 살고 있는 것일까.
이제 카렌을 엄마의 품으로 돌려보낼 때가 왔다. 길을 잃은 아이는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게 맞다. 여행을 하며 정이 들 대로 들어버린 이들에게 있어서 이별이라는 건 새로운 교육으로 다가올 테지. 마을에 도착해서 카렌의 부모를 찾긴 찾았는데 엄마가 병석에 누워있다. 아빠는 안 계신다. 카렌이 태어나기 직전에 돌아가셨단다. 작가가 이야기를 얼마나 시궁창으로 몰아넣고 싶었길래 이러나 싶었다. 애는 무속성에 날개 비대칭이고 편부모 슬하라는 이 세상의 불행이란 불행은 다 가져다 놨다. 거기에 엄마는 인간들이 쏜 화살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다. 분명 안타깝고 가슴 먹먹한 장면일 것이다. 근데 어찌 된 게 이야기 진행되는 느낌은 소 닭 보듯이 어딘가 무덤덤하게 흘러간다. 왜 그럴까 했더니 시리우스 일행이 있으니까 엄마가 죽지는 않겠지 하는 안심감이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시리우스 일행은 유익인 마을에서 체류를 시작한다. 카렌의 엄마를 치료해주고, 용족들과 화합을 하는 등 여행과 교육이라는 아이덴티티에 맞게 무난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몇 권인지는 까먹었는데, 시리우스가 아직 마법 학원에 다닐 때 쳐들어왔던 어떤 용족이 이 마을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된다. 살인귀로서 사람들을 죽이는데 삶의 낙으로 살았던 그 용족은 시리우스에 의해 격파되었다. 그것으로 인해 여기 용족과 트러블이 일어날 줄 알았더니 어째서 아련함을 묻어내며 살인귀를 추억 속의 그 사람으로 치켜세우는지 대력 난감함 시추에이션이 발생한다. 특히 모험가 길드에서 수배령을 내릴 정도로 흉악한 그 용족이 일으킨 범죄로 희생된 사람들을 위령하는 모습은 찾을 수가 없어서 필자는 당혹감을 떨칠 수가 없었다.
아무튼, 이별의 때는 다가온다. 그동안 여행하며 카렌에게 무속성 마법을 가르쳐 주며 나날이 발전하는 카렌을 제자로 받아들일지 심각히 고민하게 된다. 이제 5~6살 밖에 되지 않은 어린애를 엄마의 품에서 떨어트리는 게 옳은 일일까. 아빠를 닮아 호기심과 탐구심이 강해서 지식 흡수율이 굉장히 좋다. 이대로 마을에서 썩히는 것보다 시리우스 일행과 넓은 세계를 돌아다니며 지식을 쌓는 게 카렌에게 도움이 되진 않을까. 하지만 유익인이라는 희소성이 큰 종족을 세상에 내놔도 좋을까. 그렇지 않아도 카렌을 유괴하려 했던 노예상들의 뒷배가 13권에서 반드시 등장하여 시리우스를 가로막을 거라는 복선이 투하되어 있다. 그래서 묻는다 '너는 어떻게 하고 싶니?' 카렌은...
애가 은근히 호전적에다 직설적이다. 시리우스의 케익을 격침 시켰고, 용족의 촌장에 해당하는 할아버지를 칼로 쑤시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 카렌은 장난으로 했지만, 할아버지 팔엔 피가 묻어난다. 엄마는 못생겼다고 대놓고 디스를 한다. 애들의 순수함이란 잔혹하고 무섭다. 그래도 이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좋다. 그 엄마는 감언이설에 속아 정신 차리고 보니 남자에게 집 열쇠를 주는 등 기둥서방에 당할 만큼 좀 어리숙한 게 문제랄까. 아무튼 카렌은 지식 흡수율이 얼마나 좋은지 하나를 가르쳐주면 열을 안다. 아빠가 생전에 세계를 여행하는 방랑자여서 그런지 그 딸도 은근히 역마살끼가 있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좁은 마을로 만족하진 않겠지. 성장한 새가 둥지를 떠나듯 카렌도 어설프게나마 날갯짓을 해본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말이 있다.
근데 무속성에 날개 비대칭에 편모슬하라는 괴롭힘당하기 딱 좋은 소재를 채용해놓고 그런 분위기는 하나도 없는, 위 리뷰 쓴 게 무엇인가 싶을 정도로 작가는 소 닭 보는 듯한 진행을 보인다. 시리우스 일행이 이런 괴롭힘을 해결해준다는 카타르시스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왠지 이번 12권은 작가가 쓰기 싫은데 억지로 쓴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카렌의 귀여움을 조금 더 어필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히로인들이 우왕좌왕하는 거만 넣어놓고 말이지. 아빠가 돌아가시는 대목이나 식음을 전폐하던 엄마의 모습 등에서는 emotion이 부족한, 번역의 문제인가 원서 자체의 문제인지 감정 전달에서 이거다 싶은 느낌이 들지 않는 무미건조함 같은 게 있다고 할까. 특히 '나는 말이지' 같은 번역에 있어서 원서엔 '와타시와 네'라고 되어 있을 텐데, 이 부분을 '나, 있지'라고 좀 더 부드럽게 번역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맺으며: 14~5권에서 완결 시킬지도 모른다는 복선이 나왔습니다. 이번에 시리우스가 히로인들에게 정식으로 청혼하게 되면서 여행을 끝을 알리게 되었다고 할까요. 조금 더 훗날이 되겠지만, 가족계획이라던지 태어나고 자랐던 대륙에 가고 싶다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보이게 되면서 종착역으로 달려가는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들게 한 12권이었군요. 아무튼 이번 12권은 꿀이라면 환장을 하는 카렌의 귀여움이라는 걸로 퉁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시리우스가 히로인들에게 청혼을 하든 말든 그건 상관없어요. 복상사로 죽어버리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