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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어문 제국 이야기 1 - S Novel+
모치츠키 노조무 지음, Gilse 그림, 현노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 굳이 판타지일 필요가 있었나 싶은 판타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착각계, 착각에서 오는 개그, 캐릭터가 귀여운 역하렘 & 여성향, 권위주의에 빠져살다 단두대에 목이 걸려 죽은 황녀의 미래 개혁, 그냥 보따리 싸서 도망가면 되지 않을까 하는 조금 엉성한 이야기.
표지 설명: 저리 먹고 살이 안 찐다.
포인트: 캐릭터 일러스트가 귀엽다. 특히 클로에.
단점: 남자가 읽으면 변태 & 오타쿠(오타쿠는 그나마 양반이 아닐까) 소리 들을 수 있다. 어째서인지 등장인물들 이름 외우기가 힘들다.
스토리: 참회(懺悔)하자. 인생 2회차를 맞은 왕녀가 1회차 때 저지른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매우 강한 스포일러 주의, 어찌 된 일인지 글이 어마 무시하게 길어짐. 읽기 싫으신 분은 윗쪽 ↑만 읽으셔도 됩니다.
여긴 티어문 제국, 귀족은 백성들을 괴롭혀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끼에 일반 직장인의 월급 한 달 치를 쓰든 말든 니들이 뭔 상관이냐. 백성들의 고혈이나 다름없는 세금을 좀 낭비했다고 뭐가 잘못인데. 그러니 돈 좀 낭비하고 심심풀이로 백성들을 좀 괴롭혔다고 혁명을 일으켜 나라를 전복 시키다니 너무 한거 아닌가 싶다. 황녀 '미아'는 지하 감옥에서 의문에 잠긴다. 내가 뭘 잘못한 것일까. 어제까지만 해도 난 인싸였는데 말이지. 오늘은 거죽 떼기 하나 걸치고 "돼지도 안 먹는 개사료를 밥이라고 던져주는 간수가 죽도록 밉다(요건 일부 각색)".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지하 감옥에서 찬물로 몸을 닦고 죽도록 추운 겨울을 겪으며 드디어 밖으로 나가나 싶었다.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건 광장에 마련된 단두대. 그리고 그녀는 죽었다.
"황월 토마토를 맛이 없다며 남기는 행동이 죄임을 깨달은 것은 먹을 것이 없어진 뒤..."
눈을 떠보니 인생 2회차다. 앞으로 몇 년 뒤에 또다시 단두대가 기다린다. 죽도록 싫다. 개도 안 먹을 죽도록 맛없는 밥도 싫고, 차가운 물로 몸을 닦는 것도 싫고, 한기에 몸이 얼어버릴 거 같은 겨울도 싫다. 더욱 싫은 건 목이 잘리는 것. 이걸 회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미래를 바꾸면 되는 것.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하기 전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다. 제국의 과거를 돌아 본다. 거기서 시사하는 건 무엇인가를 발견해내는 거다. 답은 자연스레 떠올려진다. 왕족이라고 아랫사람들을 하대하지 않는다. 세금을 낭비하지 않는다. 역병이 돌아 민심이 흉흉해지는 걸 막는다. 사람은 잘못으로부터 깨달음을 얻는다.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열거해보니 한마디로 쓰레기, 맛없는 황월 토마토를 내놓은 전속 요리사가 미웠다. 지하 감옥에서 먹은 황월 토마토는 전속 요리사가 해준 요리보다 맛이 없었다.
아랫사람들을 괴롭힐 때는 몰랐다.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상대에겐 상처가 된다는걸. 허투루 쓴 세금이 백성들의 고혈이라는 걸. 지하 감옥에 투옥되고서야 깨닫는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그래서 2회차 때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 그것만이 미래 단두대행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우선해야 할 일이 있다. 모두가 떠나버린 자신의 곁을 끝까지 지켜줬고, 차가운 지하 감옥에서 유일하게 온기를 나눠줬던 덜렁이 메이드를 전속 메이드로 삼는다. 끝까지 기울여져가는 제국의 재정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때론 황녀인 자신에게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단 안경잡이도 부하로 거둔다. 이것은 보은이다. 1회차 때 모두가 떠나버린 자신의 곁을 지켜준 것에 대한 소소한 보은.
이 걸음은 미래를 바꾸기 위한 매우 소중한 첫걸음이다.
....는 너무 진지한 게 아닐까 싶다. 사실 이 작품은 착각을 기반으로 한 개그물이다. 황녀인 '미아'가 미래 단두대를 피하기 위해 자신이 걸었던 길을 되짚어 가며 잘못을 바로 잡아가는 이야기다. 여기서 개그가 되는 건, 황녀 '미아'의 행동이 주변에 오해를 낳고, 그 오해는 부풀려져 그녀를 성녀로 승화 시킨다는 것이다. 미아는 그저 미래에 단두대만 피하면 된다. 그러니 단두대 행에 연결되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속마음을 숨기고 애둘러 말했을 뿐인데 주변은 그걸 확대해석한다. 미래에 혁명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인 재정이 빵꾸나는 걸 막아야 한다. 안경잡이에게 제국의 피폐해지는 재정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상담하고 재건을 도와 달라는 요청을 하는데 이걸 안경잡이는 확대해석해서 그녀야말로 올바른 지도자라며 추켜 세운다.
그만큼 제국은 이미 썩을 대로 썩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실상은 그냥 미아가 단두대를 피하려면 재정을 튼튼하게 만들어둘 필요가 있기 때문인데 안경잡이는 그녀의 썩은 속마음을 알리가 없다. 그니까 그녀는 애초에 진짜로 제국의 재정을 걱정하는 건 아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 걱정하는 것뿐. 문제는 자기가 안 하고 안경잡이에게 일을 떠넘긴다. 1화차 때 안경잡이가 일을 제법 잘 해줬거든. 사실 단두대 황녀의 인생 1회차 때 벌인 잘못을 반성하여 잘못을 바로 잡아가는 이야기라고는 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미아가 자신의 안위를 위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그 행동으로 인해 주변이 오해하고 그녀를 추켜 세운다. 가령 또 이런 일이 있다. 혁명이 일어나는 두 번째 이유가 되는 역병 창궐을 초기에 막고자 행동에 나서는데, 그런 행동이 주변에 어떻게 비칠까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본질은 그녀의 안위지만(주변은 그녀의 속마음을 모른다), 역병을 막아서 결과적으로 백성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일로도 연결이 되니까. 그녀의 본질이야 어떻든 일단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건 틀림이 없으니 오해할 만도 하다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지니고 있는 물품까지 내놓으며 재정에 보탬이 되라고 하는데, 이걸 두고 그녀는 거의 성녀급이 되어 버린다. 실상은 그 물품은 버려도 아깝지 않은 물건이다. 그녀의 속은 시커멓다 못해 썩었다. 그리고 혁명이 일어나는 세 번째 이유가 되는 아랫사람 하대하는 걸 당연시 여기는 풍조에서 그녀는 반란에 가까운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제국의 상위 귀족들은 하급 귀족들이나 평민을 괴롭혀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여긴다. 괴롭힘당하는 어떤 하급 귀족을 구하게 되면서 그녀는 또다시 성녀가 된다.
황녀인 그녀는 상위 귀족들의 정점이다. 당연히 아랫사람들을 괴롭히는 입장에 서 있지만, 그녀는 괴롭힘당하는 하급 귀족을 구해준다. 괴롭힘은 미래 혁명이 일어나는 세 가지 이유 중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그만큼 제국에서 아랫사람 괴롭힘이 만연하다는 것이고, 황녀가 아랫사람 구해준다는 건 현재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사실은 기껏 아군으로 만들어둔 덜렁이 전속 메이드에게 밑 보이지 않기 위함이라는 타산이 깔려 있는데 주변은 알리가 없다. 지금은 아군을 한 명이라도 더 만들어 두어야 하니까. 문제는 지금 구해준 하급 귀족이 미래 혁명을 일으킨 주모자 중 하나라는 것. 일이 참 재미있어진다. 자신을 단두대에 올린 장본인을 구해주게 된 그녀는 지금 어떤 마음일까. 거기에 성녀 다운 말까지 내뱉어 놓으니 주모자는 구세주를 넘어 사이비 교주를 만난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학원 라이프, 그녀의 미래개혁은 계속된다. 인맥도 많이 만들고, 남친도 만들고... 이럴 바엔 그냥 보따리 싸서 야반도주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그녀는 매우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만나는 여 캐릭터들이 귀엽다. 남 캐릭터는 별로다. 성격도 이상하고... 아무튼 노력한다. 근데 복선을 보니 미래는 바뀌지 않을 거 같다.
뜬금없지만, 글이 길어지고 시간도 시간이라서 이만 줄이고자 합니다. 아직 반도 못 썼는데, 이건 필자의 나쁜 버릇이라고 할까요. 무아지경이 되면 끝도 없이 써 내려갑니다. 장신 차리고 보면 몇 시간이 지나 있고, 글은 오만상 길어져 있고... 이번 티어문은 사실 이렇게 길게 쓸 만큼 작품성이 뛰어난 건 아닙니다. 주된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래를 바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인데요. 이 과정이 역경을 이겨내고 얻어내는 결과물이 아니라 행동을 하다 보니 얻어걸리는 그런 부류죠. 상대가 알아서 착각을 해주니 이쪽은 편하게 일을 처리해 나간다고 할까요. 그래서 딱히 긴장감이 높은 것도 아니고 크게 유쾌한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6점 정도. 점수가 낮은 이유는 인맥을 만들기 위해 이웃 나라 왕자를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대목이 억지성이 매우 컸기 때문이군요. 이 작품이 19금이었다면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몸까지 내놓지 않았을까 할 정도로 영혼 없는 대시는 은근히 짜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