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여행 4 - S Novel+
시라이시 죠우기 지음, 아즈루 그림, 이신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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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계를 여행할 때 철칙이라면 절대 순진한 모습을 보이지 마라. 그렇지 않다면 어느새 너의 주머니는 털려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면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까요. 하지만 '일레이나'가 마녀가 된지도 벌써 몇 년이 지났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그녀는 이젠 뭐 눈 뜨고 코베이는 일은 없습니다. 그녀도 성장은 하니까요. 정처 없이 발길 닿는 데로 여행을 하며 사람을 만나고 때론 사건이 얽혀 고생을 죽사리 하다가도 탐정처럼 해결도 하는, 그 과정에서 친구도 사귀고, 이해할 수 없는 언동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참 많이 만났습니다. 그러고 보면 내가 가진 상식으로 타인을 대하지 말라고도 이 작품은 말하죠. 가령 이번에 나오는 인간과 이종적간 그것도 동성간 사랑이라든지...

 

아무튼 이번에도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거기에 얽힌 이야기들을 단백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하드보일드에 심취한 어느 여성 '유리'가 보여주는 얼빵한 행동은 영화 트루 라이즈에서 모자란 스파이역으로 나왔던 사이몬(빌 팩스톤)을 보는 듯합니다. 그녀는 매일 무슨 약인지도 모르는 약을 커피에 타 마시면서 오바이트를 하고 그걸 일레이나 커피에 타서 독살하려는 음모를 꾸미지만 녹록지가 않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일레이나의 행동이라 할 수 있어요. 괜히 마녀가 아니라는 것처럼 아니 오히려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지만, 그녀(유리)의 행동에서 이상함을 엿보고 카피에 장난을 쳤다는 걸 간파하고는 그걸 자신에게 추파 던지는 동네 양아치에게 줘버린다는 것입니다. 양아치는 좋다고 마셔요.

 

일레이나는 은근히 악녀스러운 면이 있죠. 자신은 버섯을 싫어하면서 버섯을 싫어하는 사람을 매도하고, 그러다 반론 들어오면 나는 마녀니까 괜찮아라고 합니다. 우쭐대는 사람의 콧대를 납작하게 해주려고, 가령 음식에 자신 있는 미식가에겐 맛없는 밥을 먹여서 닥치게 만든다던지, 시건방진 독서가에겐 정말 재미없는 도서를 줘서 시간 낭비하게 만들어 버린다던지, 남 잘 난 꼴을 못 봐요. 그런 주제에 공짜 밥에 낚이기도 하고, 싫은 의뢰에 난색을 표하다가도 돈 앞에서 무릎을 꿇는 속물적인 모습도 보이죠. 이런 게 잘못되었거나 그녀의 성격이 개차반이라는 게 아닌 현실적이면서 상당히 유쾌하게 풀어내는 모습에서 작가의 능력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시종일관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 이 작품을 빗대라면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들 수가 있는데요. 앨리스는 누구나 한 번쯤 접해 봤을 테니 굳이 자세한 설명을 생략해도 될 만큼 유명한 작품이죠. 이 작품도 그러한 세계를 보여줍니다. 몽환적인 세계를 그리면서 그 속에 상황적인 비유와 풍자를 엿볼 수 있죠. 가령 위에서도 언급한 콧대 높은 미식가에게 발아래도 좀 보는 게 어때?라는 걸 알려주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난다 긴다는 마녀(1)라도 말이 안 통하는 사람과 만나면 고생 꽤 나 한다는 걸 보여주기도 하죠. 정처 없이 가다 들린 어떤 나라에서 동성에 관심이 많은 고고학자를 만난 일레이나는 진이 다 빠져 버립니다.

 

그렇게 여행을 하며 의뢰를 해결하기도 하고, 사람 잘 못 만나 개고생도 하지만 그녀의 발을 멈추게 할 정도는 아닙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동화적인 장면을 이어가다가도 느닷없이 시리어스한 모습도 보인다는 것입니다. 하루치 밖에 기억을 하지 못하는 '암네시아'를 만난 일레이나는 그녀의 고향에 대려다 주려 같이 여행을 떠나죠. 여기서 단순히 특정 구간의 기억을 잃은 정도가 아니라 하루치 밖에 기억을 하지 못하는, 그러니까 오늘의 기억을 내일이 되면 다 잊어버린다면? 그런 주제로 이야기를 펼치기 시작합니다. 자칫 암울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작품 특유의 개그와 동화적인 분위기로 덧씌우듯 흘러가는데요.

 

어제를 기억 못한다는 것, 그것은 본인에게 얼마만큼의 고통이고 두려움일까. 하지만 매일 있었던 이야기를 일기에 적으며 그녀(암네시아)는 밝게 행동하는 모습에서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고향에 돌아가면 기억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부푼 기대를 안고 있는 그녀, 암네시아에게 있어서 매일이 새로운 일상이고, 접하는 모든 게 신기한 하루하루, 이것이 상당히 애잔하게 만들죠. 그리고 곁에서 그녀의 행동을 보며 일레이나의 가슴엔 뭔가가 피어납니다. 사람의 됨됨이란 기억이 없다고 해서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서술하기도 합니다. 여행을 하던 중 어느 마을에서 맞이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암네시아가 보여준 용기 있는 행동은 일레이나에게 무엇을 느끼게 해주고 생각하게 해주었을까. 그리고 도착한 고향에서 그녀(암네시아)를 맞이해주는 건...

 

 

맺으며, 일단 개그가 일품이죠. 일레이나가 내뿜는 독설 개그는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떠나지 않게 합니다. 가령 '너 님 말을 이해할 만큼 교양을 쌓지 않았다'라는 둥, 상대의 비꼬는 말에 싸우자는 거냐며 격투 포즈 잡고 통통 튀려는 모습은 동네 양아치를 보는 듯하죠. 내 이익에 침범 당하는 건 죽어도 못 참으면서 정보를 얻었으면 응당 대가를 지불해야 하건만 동화를 금화로 속여서 준다던지 못된 모습도 보이는 게 참 현실적이라 할까요. 그런 주제에 불의엔 못 참고 악당을 혼쭐 내주기도 하는데 기분 내키는 대로 사는지 계획적으로 사는지 모를 모습도 보이는 게 참 인상적입니다.

  1. 1, 마녀는 아무나 될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는 초엘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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