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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용사는 복수의 길을 웃으며 걷는다 5 - L Books
키즈카 네로 지음, Sinsora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남에게 해코지 해놓고 복수 당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오만이라고 이번 5권은 이야기합니다. 자신과 다른 모습이라는 이유 하나로 배척하고 괴롭히고 돌을 던지는 행위, 연못에 살던 개구리는 날아온 돌에 생사의 기로에 서고, 돌에 맞아 죽은 개구리의 가족은 복수를 꿈꿉니다. 하지만 개구리는 어찌할 방도도 없이 기나긴 고통의 나날을 겪어야만 했고, 개구리는 개구리일 뿐 인간에게 복수를 꿈꾼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것마냥 개구리의 가슴에 커다란 응어리만 남겨 갔더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런 자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이가 있었으니, 같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그의 마음에 동조하여 보다 높은 곳으로 뛰어올라 개구리는 드디어 손에 넣었습니다.
복수할 기회와 능력을...
히로인 '미나리스'가 나고 자란 마을에서 미나리스의 존재란 개구리만도 못했습니다. 수인(토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머니와 그녀는 배척과 돌을 맞아야 했고, 자신들을 보호해주어야할 아버지는 그녀들을 배신하였죠. 소꿉친구 루샤는 같은 남자친구를 차지하기 위해 그녀와 어머니를 마을에 꼰질러서 수인이라고 들통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노예로 팔려가는 어머니와 자신, 그때 그녀는 마을과 아버지와 루샤와 그 남자친구를 보며 어떤 마음을 먹고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그리고 힘겨운 노예의 생활에서 그렇지 않아도 나이가 많았던 어머니는 유명을 달리하고 그녀는 세상에 혼자 남겨져 버립니다.
자, 그녀가 품었을 증오는 범인(凡人)은 헤아릴 수 없겠죠. 필자는 언제쯤 돼야 그녀가 복수극을 펼칠까 정말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그야 복수에 대한 정당성은 주인공보다 월등히 높으니까요. 일어나지도 않은 배신을 단죄하고 복수 대상자에게는 뜻 모를 말만 내뱉으니 그 대상자는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당사자로서는 부조리의 극치였죠. 물론 미래에 배신이나 범죄를 저지른다고 해도 지금은 아니잖아요. 단죄란 당사자가 얼마나 속죄를 하느냐에 의의를 둬야 함에도 정작 당사자는 아직 저지르지도 않았는데 뼈 때려 대니 어리둥절할 뿐이었죠. 그런 반면에 미나리스는 주인공처럼 두 번째 생이 아닌 첫 번째 생에서 일어난 일이니까 보다 개연성은 충분하다 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주인공 일행은 복수에 속도를 내기 위해 마법 국가 '카번헤임'에 찾아옵니다. 던전에서 뭔가를 찾고 렙업을 위해, 그리고 미나리스와 슈리아의 마법 기초를 닦기 위해, 그리고 뜻하지 않게 만납니다. 미나리스의 복수 대상자들을, 그리고 찾았습니다. 자신과 어머니를 버린 마을을. 그녀가 증오를 어떤 말로 어떤 능력으로 풀어낼지 정말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었군요. 카번헤임 도시를 들러보던 중 작은 절박함을 무시하는 주변 사람들에게서 자신이 겪었던 절박함을, 어릴적 좋아했던 과일을 접하며 향수에 빠져 자칫 마음이 망가질 뻔 일들... 감성적으로 몰입시키는 극중 분위기는 정말 이 작품이 원래 이런 작품이었나 싶을 정도로 애절함이 넘쳐 흐릅니다.
좀 더 쓰고 싶지만 글이 길어지는 관계로 미나리스가 어떤 복수를 펼쳐 가는지는 직접 보시기 바라고요.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서 새로운 '전생자'가 등장합니다. 이건 도서 뒤쪽 시놉시스에서도 언급하고 있으니 중대한 스포일러는 아니겠죠. 이름은 레오네라고 하는군요.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타임리프를 거치면서 첫 번째 기억을 가지고 두 번째 삶을 살고 있는 그녀, 그래서 만나지도 않은 주인공 카이토가 어떤 인물인지 알고는 있지만 하필 왕녀가 떠벌린 주인공은 악당이라는 소문을 곧이곧대로 믿고 있는 1차원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할까요. 그래서 발암적인 요소를 대거 보여줍니다.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면서도 정작 그 사람이 안고 있는 아픔과 슬픔은 헤아리지 않아 주인공 대척점에 서게 되는 인물이군요.
복수는 아무것도 낳는 게 없다는 둥, 그딴 거 잊고 새로 시작하는 게 건설적이지 않아? 하는 둥, 결정적으로 바보짓 그만하라는 망발을 내뱉음으로써 타 출판사 작품인 회복술사였다면 진작에 주인공(회복술사)에 의해 약에 취해 범해졌을 그런 망발을 마구 내뱉는 장면은 정말 찌릿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주인공은 화를 낼지언정 레오네를 어떻게 하지는 않았는데요. 사실 이런 장면을 넣는 이유는 주인공이 아무나 막 죽이는 복수귀가 아닌 그래도 인간일 적 마음은 남아 있는 선량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복수극을 펼칠 때마다 주변 애꿎은 사람들도 희생 시켰다는 점에서 코미디 같은 느낌도 받았군요.
맺으며, 3권부터였나요. 머리에 꽃 꽂은 성녀가 등장했던 때가요. 이 작품은 정말 제정신이 박힌 인간은 없다고 할 수 있는데요. 성녀도 괜히 머리에 꽃 꽂은 게 아니라는 것마냥 진정 미친 게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모습에서 이 또한 찌릿하지 않을 수 없었군요. 좀 순화해서 언급해보자면 '얀데레'랄까요. 아니 '메가데레'라고 해야겠죠. 이건 뭐 주인공의 여난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의 아랫도리 사정이니 아무렴 어때요. 결국 주인공은 1회차 인생에서 저질렀던 실수를 2회차에서도 저지르게 되면서 업보를 짊어지게 되었군요. 자세한 건 스포일러라 6권 리뷰 때 다시 언급해보도록 하죠.
아무튼 개연성 없는 주인공 복수극보다 미나리스의 복수극이 매우 와닿는 에피소드였군요. 레오네의 '저 밝은 미래를 향해 우리 뛰어가자'는 스파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줬고요. 사실 레오네는 발암적인 요소이긴 한데 이런 우중충한 작품에서 한줄기 밝은 빛과도 같은지라 욕은 못하겠더라고요. 사실 복수만을 위해 살아가는 주인공의 대척점으로 복수보단 삶을 선택하라는 레오네를 기용함으로써 작품의 균형을 잡는다고 할까요. 그래서 그런지 주인공은 방해꾼일 뿐인 그녀를 이용은 해도 어떻게 하지 않는 모습에서 주인공의 미래에 일말의 희망의 끈을 부여해놓은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