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을 먹는 비스코 1 - L Novel
코부쿠보 신지 지음, 아카기시 K 외 그림, 이경인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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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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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이라는 로봇의 폭주(아마도)로 인해 전국토가 녹(철을 부식 시키는 그것)에 점령당한 일본, 문명은 몰락하다시피 했고 각 현(縣)은 자치구로써 연명하며 오늘내일하는 시대에 버섯지기 '비스코'는 오늘도 온 사방에 버섯을 뿌리고 있습니다. 화살을 뿡뿡 쏘기만 해도 커다란 버섯이 뿅뿅하고 자라는 신기한 능력을 가진 '식인버섯 아카보시 비스코', 그런데 버섯으로 인해 녹의 전파가 더 심해지고 있다는 관계기간의 판단은 그를 지명수배하기에 이르죠. 하지만 비스코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가는 곳마다 자식 만들기처럼 버섯을 만들어댑니다. 그리고 지금은 녹에 먹혀가는 친부(父)나 다름없는 스승을 살리기 위해 영약이라 일컬어지는 '녹식'을 찾아 여행 중에 있는데요. 녹은 사람에게도 침식하여 살을 갉아먹고 종국엔 부스러지게 하는 아주 무서운 독입니다.

 

'천원돌파 그렌라간' 보신 분들이라면 공감이 되는 작품이 아닐까 했습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비스코는 카미나, 미로는 시몬, 티롤은 요코에 해당된다 할 수 있겠군요. 사실 내용은 그렌라간과 전혀 다르고 캐릭터 성격도 다르지만 열혈 쪽으로 대입하자면 딱 그런 분위기이죠. 천덕꾸러기 카미나처럼 황량한 세계에서 천덕꾸러기로 모든 현(縣)에서 현상수배범이 되어 있는 비스코는 사람들을 위해 버섯 포자를 열심히 뿌리며 다니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녹을 이용해 이권을 챙기고 있던 높으신 분들 입장에서 보면 비스코는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렇지만 비스코는 그에 지지 않고 자신의 친부나 다름없는 스승을 구하기 위해 영약 '녹식'을 찾아 '미로'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카미나와 시몬의 여행과 비견된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렌라간 세대인 필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감정이입이 제대로 되는 정말 오랜만에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합니다. 사실 부제목을 '생명 연장의 꿈'으로 하려다 천벌을 받을까 관뒀군요. 그렌라간과 마찬가지로 이 작품 또한 그렇게 가볍지가 않거든요. 표지의 주인공 모습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열혈물이고, 본 내용은 인류멸망 아포칼립스를 그리고 있죠. 그런 상황에서 사람들을 지켜야 할 관계 기관은 녹의 침식을 멈추게 하는 약을 팔며 재원을 마련 중이었고, 이런 녹에 대항하는 비스코는 악당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작품에서 버섯은 아무리 녹이 심한 곳이라도 싹을 틔우는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데요. 버섯은 저물어가는 인류사에서 그 근간을 지키는 유일한 존재이자 구원책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죠.

 

스승을 치료하기 위해 녹식을 구하러 가던 길에 들린 이미하마 현(縣)에서 얼굴 반점 때문에 판다로 더 알려진 '미로'라는 오토코를 주워 동료로 삼고 그는 또다시 여행을 시작합니다. 뜬금없지만 사실 이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나요. 세세하게 언급하면 스포일러가 되니까 넘어가고요. 미로는 시몬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인물입니다. 오토코는 연약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시몬처럼 강인한 남자를 지향하고 성장해가죠. 그 과정에서 비스코와의 우정은 카미나와 시몬의 관계에 비견될 정도로 끈끈해져 갑니다. 그리고 이들을 뒤쫓는 이미마하 현(縣) 지사 '쿠로카와'와의 대립은 의레 이런 아포칼립스적인 세계에서 사람들을 지켜줘야 될 정부기관이 더 썩었다는 진실을 보여주죠. 비스코와 미로는 악당 쿠로카와의 마수에서 벗어나 무사히 녹식을 구할 수 있는가가 이번 1권의 핵심 포인트입니다.

 

이 작품처럼 캐릭터 각각의 개성이 넘치는 작품도 드물지 않을까 했는데요. 보통 서브 캐릭터는 조미료로서 간만 맞추다 끝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자신들을 어필하는 게 또 다른 묘미로 다가옵니다. 가령 이미하마에서 쿠로카와 수하로 처음 등장했던 '티롤'의 경우는 목숨을 구해준 미로에게 꼽혀서 밤 일을 정상가 반액에 해준다고 하면서도 비스코는 다 받겠다고 그러지 않나, 눈 밭에서 표범에게 쫓겼던 자신을 구해준 비스코에게 달라붙어서 세상 안심하면서도 츤데레처럼 구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죠. 비스코의 스승 '자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비스코를 어릴 적부터 가르친 버섯지기로써 실력은 최상급, 그런 그를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아들 같은 비스코에게 지지 않겠다는 것마냥 죽어 가면서도 현역 못지않게 활약하는 모습은 주인공이 누구인지 조금은 헷갈리게도 합니다.

 

미로의 누나 '파우'의 경우는 교육을 편파적으로 받으면 이런 사람이 된다는 교과서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데요. 세상이 저 사람은 악인이라고 하면 곧이곧대로 믿는, 악인 비스코를 처단하기 위해 철곤(봉)을 마구 휘두르는 고릴라 같은 면모를 보여 주며 직진만 해댑니다. 하지만 내 사람이 되면 한없이 열정적이 되는 용암 같은 모습을 보여 비스코를 아주 난감하게 만들어 버리죠. 미로는 일찌감치 비스코를 형부로 낙점, 시아버지택인 '자비'의 마음에도 쏘옥 들어서 비스코 보다 더 많이 시아버지와 같이 활약하는 게 시아버지 사랑은 며느리에게서 나온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녹에 먹혀가는 병에 걸려서 오늘내일중이었고 미로는 그런 누나를 치료하기 위해 비스코와 동행하게 되는데 누나를 고칠 생각은 안 하고 비스코에게 반해서 누나보다 더 찾는, 누가 오토코가 아니랄까 봐라는 모습은 유쾌하면서도 슬프게도 합니다.

 

예, 뭐, 그런 이야기입니다. 영약 녹식을 둘러싸고 쿠로카와 악당에 맞서는 비스코와 미로를 그리고 있죠. 그 과정은 참 처절하다 할 수 있습니다. 던만추의 벨이 사선을 넘나들며 성장해가듯 이들 또한 그런 길을 걷습니다. 몸을 한계까지 혹사하고 그래도 뛰어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것, 그리고 서로의 등에 기대어 서로를 받쳐주고 서로의 온기를 느껴가며 우정을 쌓는다. 한가지 아쉬웠던 건 미로가 여자였다면 드라마가 되었을 텐데 하는, 하지만 그런 뻔한 것보다 같이 여행을 하며 같은 꿈을 좇는 남자들만의 우정도 괜찮지 않을까 했군요. 하지만 불만은 일본 지명이 너무나 많이 나옵니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지 않는 이상 여기가 어디여?라는 혼란을 격게 되요. 하지만 크게 상관은 없으니 그냥 넘겨도 되지 싶군요.

 

맺으며, 도박사는 기도하지 않아 다음으로 무슨 상 받을 만큼 완성도는 높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도박사 2권은 좀 아니었지). 스포 하지 않으려고 두리뭉실하게 리뷰를 썼습니다만. 한 장 한 장 긴장하며 본 몇 안 되는 작품이었군요. 다만 비스코와 미로의 관계가 조금 빠른 성장을 보여 어리둥절할 수 있기도 한데요. 만난 지 며칠 만에 죽고 못 사는 지경에 이르다니 미로의 끓는 점은 매우 낮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죽어가는 누나보다 비스코를 더 찾다니 누나도 업이 깊구나 하는, 티롤은 감초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어서 드문드문 출연해서는 입이 풀어지게 만드는 게 작가가 뭘 좀 안다고 할까요.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9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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