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품은 소녀 3 - L Novel
나나사와 마타리 지음, 루케이치 안드로메다 그림, 김성래 옮김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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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륙이 통일되고 100년, 그동안 잘 살아왔으면서이제 와 권력에 욕심이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3대 왕이 늙어 오늘내일 하자 4대째 손자 놈들끼리 왕권을 놓고 치고받는 싸움질에 피곤한 건 백성들이요 떠나가는 건 민심이더라. 전쟁에서 최고의 전략은 상대가 싫어하는 짓만 골라서 하라고 했던가. 형이 아우를, 아우가 형을 서로 폄하하고 이간질하고 내부 분열을 일으켜서 자멸하게 만드는 권력이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분에 못이긴 형이 군사를 일으켜 동생 놈 손 좀 봐주려 나갔는데 옳거니 오른쪽 뺨에 이어 왼쪽 뺨도 때려 주랴?라며 되치기에 들어간 동생에게 싸다구를 맞아 버린 형의 덧 없없는 최후를 보라.

 

이기고 좌시고를 떠나 일단 적이 되면 철퇴로 머리를 쪼개 버리고 말을 안 들으면 요새째 불 살라 버리는 '노엘'의 잔혹함은 악귀라는 이명을 낳아 버렸습니다. 형(동생 놈 손 봐주러 갔던)의 출진에 따라갔다가 패퇴하는 형에게 전술을 간언했다가 툇짜 맞고 아이고야 내가 줄을 잘못 섰구나. 이것도 억울한데 한때 연구소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파리드인지 매생이인지에게 흠씬 뚜둘겨 맞으니 인생사 왜 이리 고달푸냐. 죽을래 내 부하로 올래 이러는 4대째 손자 동생 놈의 협박에 굴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를 관철했더니 섬으로의 유배라. 일찍이 싹수가 노란 놈(노엘)은 일단 죽이고 봐야 된다는 진리를 몰랐던 4대째 동생 놈의 최후를 기대하시라.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섬에 유배되면서 노엘은 리그렛과 어떻게 하면 동생 놈(왕족)을 뚜둘겨 패 줄 수 있을까 연구를 합니다. 함께 좌천된 리그렛과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어 버립니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감성을 가지고 걸핏하면 장난을 처대는 노엘과 노처녀가 아님에도 히스테리가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리그렛과의 떼려야 뗄 수 없는 캐미는 이 작품의 백미로 다가옵니다. 부모로부터 친동생(4대 놈 왕족 아님)으로부터 부지깽이로도 쓸 수 없다는, 무능아를 대표 같은 뇬이라고 폄하 당하는 굴욕적인 언사를 평생 동안 들어온 리그렛 입장에서는 히스테리를 부리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지요. 난, 한다고 했는데 말이지. 니들 기준으로 날 평가하지 말라고, 노엘(평민, 리그렛은 귀족)의 참모로 발탁되었을 때는 그야말로 내가 악귀가 되어 주겠다 했던 그녀.

 

두고 봐! 아비고 동생(친동생)이고 내 손으로 끝장 내주 마!라며 3년이나 칼을 갈았던 리그렛과 그런 그녀를 보며 재미있다는 평을 내려버린 노엘의 감성은 어딘가 어그러져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유배되고 3년 뒤, 노엘은 이 정도 기다렸으면 되었겠지 하며 뭍으로 상륙하여 내가 왔노라를 외치며 노도 같은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형을 밀어내고 왕좌에 오른 동생 놈은 권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옆 대륙 원정을 떠나면서 국내 사정은 피폐해지고 민심은 등을 돌리기 시작합니다. '그롤'의 아들인 '엘가'를 위시한 적륜균의 재등장은 대륙을 춘추전국 시대로 회귀 시키는 것이었으니. 노엘도 가담하여 자, 저 동생 놈(4대째 손자 놈)을 뚜둘겨 패주자를 결의합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그 물음으로 시작된 노엘의 여행기는 슬슬 종막을 향해 달려갑니다. 왕이 된다는 거창한 것도 아니고, 맛있는 것을 배불리 먹는 것도 아니고, 적을 뚜둘겨 패는 것도 아닌, 웃고 떠들고 근심 걱정 없이 모두가 즐겁게 사는 것이라는 걸 노엘은 3년 동안의 유배 생활에서 배워 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전장에 몸을 던지는 것이 아닐까. 모두가 근심 걱정 없이 즐겁게 사는 것, 동료와 가족이 많이 늘어나는 것. 입은 험해도 자신과 잘 어울려 주는 리그렛과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었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자신의 고삐를 잡아 줬던 신시아에게선 언니의 모습을 그려 본다.

 

옆 대륙 정벌한답시고 고혈을 짜내는 망나니 같은 왕 때문에 죽 한 그릇 못 먹는 생활에 짜증이 나버린 백성들, 3년 전에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민심은 궐기를 하였고 노엘은 제일 앞에서 서서 나팔을 불어 재낍니다. 너도 죽고 나도 죽고, 모두가 행복하려면 희생은 어쩔 수 없지. 이름 모를 백성들의 죽음은 후대의 행복에 주춧돌이 되리라. 노엘과 리그렛의 행보엔 가차 없습니다. 내 말 안 들으면 죄다 화형이라는 미명 아래 쾌속 돌진하는 노엘의 부대를 막을 자는 없으니. 이것도 다 리그렛이 퍼트린 악귀라는 소문도 분명 한몫했으리라. 적에게 싫은 짓을 골라서 하라고 했더니 아군이 싫어할 만한 짓을 골라서 하다니 리그렛의 음험함은 세계 최고입니다.

 

리뷰를 좀 재미있게 써본다고 각색이 좀 들어갔으니 이점 유념하시고요. 아무튼 노엘과 리그렛의 캐미는 정말 이 작품의 가치를 몇 단계나 끌어올리는 게 아닐까 했습니다. 노엘을 그렇게나 싫어했으면서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는 노엘에게 푸욱 빠져서는 그녀(노엘)이 어딜 가든지 그곳이 지옥을 연상케하는 전장이라도 마다하지 않으며 노엘의 곁을 지키는 모습이 참 애잔합니다. 그녀(리그렛)의 인생의 목표였던, 아버지와 친동생에게 복수를 하는 장면은 호러와 광기를 불러오죠. 자신의 가치를 몇 단계나 끌어내려버린 노엘(평민, 리그렛은 귀족)을 이제 떠날 만도 하겠건만 그런 건 애초에 고려하지도 않았다는 것마냥 노엘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은 어쩐지 귀엽기까지 합니다.

 

맺으며, 여운이 남았습니다. 이렇게나 여운이 남게 한 작품은 처음이 아니었나 하는군요. 리뷰에선 그렇게 언급을 안 했지만 이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 하라면 '인연과 만남'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 병기로 길러져 폐기되고 동료들이 묻힌 시체의 산에서 빠져나와 동화책 속에 그려진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찾아 여행을 떠났던 어느 소녀의 이야기.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싫어하는 것, 좋아하는 것을 구분하게 되었고 평범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야말로 행복이 아닐까 하는, 거기에 친구와 동료들이 잔뜩 있으면 더욱더 행복할 것이라는, 하지만 적으로 만난다면 그것은 행복이 아니라는 것마냥 같은 연구소 출신과의 싸움은 안타깝게도 합니다. 아무튼 후반부 불꽃같은 삶을 살며 인생의 종착지로 향해 달려가는 노엘에게서 진한 여운을 느끼게 합니다. 모두가 행복한 세계를 만들어 가면서 정작 자신은 진실된 행복을 찾았을까 하는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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