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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 아트 온라인 프로그레시브 6 - J Novel
카와하라 레키 지음, abec 그림, 김준 옮김 / 서울문화사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게임을 하면서 NPC가 주어진 알고리즘을 넘어서서 인간과 똑같은 사고방식으로 대화를 걸어온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예전 지금은 생각 안 나는 미국 영화에서 이런 주제가 있었습니다. 인간의 마음을 알고, 인간의 마음을 가졌고, 인간과 똑같이 행동하는 로봇에게 인권을 줘야 할까? 단지 프로그램 되어 있을 뿐인데? 참고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2001년작 AI는 아닙니다. 이 작품은 보다가 말아서 뭘 뜻하는지는 필자는 잘 몰라요. 하지만 의미는 어느 정도 알 거 같아요. 프로그램된 로봇이라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인간의 말을 유창하게 하고 인간의 마음을 가졌다면 보호받아 마땅하다는 의미를 어렴풋이 느꼈었죠.
이렇게 필자 머리에 쥐나는 걸 감수하면서 AI에 대해 썰을 푸는냐 면, 이번 에피소드에서 키리토와 아스나가 만나는 NPC들이 딱 그짝이기 때문입니다. 원래 NPC란 주어지거나 심어진 알고리즘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잖아요. 그러나 아인크라드의 NPC들은 AI의 사고를 가졌다는, 게임상에 퍼진 방대한 유저 데이터를 분석해 보다 인간에 가깝도록 진화해가는 모습을 조금은 소름 돋게 표현 해놨어요. 사실 지금 시대의 게임들도 초보적인 AI를 가진 NPC가 많이 있긴 합니다. 한번 퀘스트 한 유저를 알아본다던지 같은, 근데 이것도 심어진 알고리즘에 반응하는 것일 뿐, 그 이상은 아니죠.
요컨대 이 유저가 특정 NPC를 도와줬을 때 서버에 그 데이터를 저장해두고 다시 그 NPC에 간다면 이전 데이터를 불러와 반응하는 수준, 그러나 작가는 여기서 몇 단계 더 나아가 프로그래머가 심어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반응하는 것이 아닌 NPC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을 하고,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를 판단해서 최적의 답을 도출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것입니다. 태생은 틀리지만 22층에서 출몰하는 '유이'의 전초전 같은 성격이랄까요. 데이터 쪼가리일 뿐인 유이가 인간과 똑같이 사고하고 감정도 가진, 작가는 본편에서 NPC 범주에서 벗어난 유이라는 비이상적인 상황을 리얼리티 있게 풀어 놓으려는 듯 아주 작정하고 진화하는 AI를 다루고 있어요.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유저는 NPC라고 머리는 이해해도 어느 순간 인간으로 취급해버리는 일이 벌어지죠. 아스나는 3층부터 같이 행동하는 다크 엘프 키즈멜(NPC)에게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고, 이번에 신캐릭터 '미이아'는 키즈멜 보다 한층 더 진화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당근 아스나는 덥석 물어 버리죠. 인간과 AI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예전에 어떤 만화에서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인간과 똑같이 감정을 가지고 사고하는 로봇과 사는 사람들은 결혼을 하지 않아 인류는 곧 멸망할 거라는, 판타지로 치면 엘프와도 같은 거려나요. 언제 죽을지도 모를 방대한 시간을 살아가는 엘프는 자손 보존 욕구가 희미하다는 설정.
아무튼 간에 1층부터였나 집요한 PK 집단의 괴롭힘을 받아왔던 키리토, 이번에도 PK 집단의 암약으로 인해 키즈멜이 소속된 다크 엘프 진영은 졸지에 폴른 엘프들의 공격을 받아 궤멸이라는 원래 시스템에는 없는 재앙을 맞이해가고 키리토와 아스나는 친구 키즈멜이 속한 다크 엘프 진영에서 필사적으로 폴른 엘프들을 막아 가요. 사실 PK 집단의 난입으로 퀘스트가 꼬여버리긴 했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3층부터 시작된 시스템적 퀘스트의 일부에 지나지 않아요. 공격하는 무리가 있으면 방어하는 무리도 있고 정의의 편에 서서 도와주는 착한 주인공과 히로인이라는 클리셰에 해당되어서 사실 큰 이야깃거리는 없습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긴장감은 과연 레키 작가답다 할 정도로 매우 수준급인데요. 가령 키리토가 다크 엘프 진영에서 적이 생각도 못한 곳에서 쳐들어오지 않을까 요새를 살피며 추리하는 부분은 알고 보면 별거 아닌데 이걸 긴장감 높이며 읽게 하는 작가의 능력이 좋다 할 수 있어요. 필자는 말주변이 없어서 이 느낌을 제대로 전달할 수는 없지만 점수를 준다면 10점 만점에 10점을 줄 수 있습니다. 뒤로 가면서 PK 집단의 암약과 폴론 엘프의 할약으로 궁지에 몰려버린 키즈멜이라던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에피소드를 읽는데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읽으면서 페이지가 줄어드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긴 참 오랜만이었다고 할까요.
그리고 중반을 넘어서면서 PK 집단의 난입으로 꼬일 대로 꼬여버린 퀘스트를 풀어가던 중 사고하는 NPC 미이아를 만난 키리토와 아스나의 이야기는 저 위에서 언급한 사고하는 AI 부분이라 할 수 있어요. NPC임에도 인간과 똑같이 행동하고 자신이 위치하는 구역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미이아의 행동에서 프로그램과 인간이라는 경계를 애매하게 하죠. 본편에서는 거의 없었던 이런 흐름, 작가는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위해 이런 사고하는 AI를 넣었을까. 유이의 출연에 대한 이질감을 줄이고 납득 시키려는 사전 포석치곤 본편하고 시간적 괴리감이 장난 아닌지라 이건 아닌 거 같고...
맺으며, 최대한 스포일러 없이라고는 했지만 사실 그렇게 큰 이야기는 없어요. 인간처럼 진화하는 NPC와 PK 집단의 암약 그리고 퀘스트를 위해 연을 맺었지만 정이 들어버린 키즈멜을 도와주는 주인공과 히로인, 이렇게 요약할 수 있죠. 그 과정에서 로봇이라도 인간과 친구가 될 수 있고 만들어진 존재라도 함부로 죽이는 건 죄악이라는 의미를 찾기도 했습니다. 친구라는 기준은 탄생의 기준이 아니라 얼마만큼 서로를 이해하고 있느냐가 아닐까 하는 의미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기도 했군요. 작가의 필력이 이번 6권을 위해 1~5권은 버린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별 아닌 내용임에도 작가의 필력으로 질을 수준급으로 올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죠. 뜬구름 잡는 이야기인 건 알고 있어요. 필자의 저주스러운 필력이 이러니 어쩌겠습니까. 종합적으로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9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