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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녀전기 9 - In Omnia paratus, Novel Engine
카를로 젠 지음, 한신남 옮김, 시노츠키 시노부 그림 / 데이즈엔터(주) / 2018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유능의 반대말은 무얼까. 무능? no~ no~ 필자는 사축이라 정의합니다. 사축이란, 회사에서 개처럼 일하는 직장인을 일컫는 신조어죠. '타냐'는 열심히 일해서 노후에 좀 편하게 살아볼까해서 있는 머리 없는 머리 다 동원하고 어떻게든 사장님에게 잘 보이려 개같이 일을 했더랬습니다. 그래서 덕분에 회사는 날로 번창해서 지금은 글로벌하게 컸어요. 적대적 M&A를 통해서 몇 개의 회사도 먹어 버렸죠. 그런데 모난 돌이 정 맞고, 튀어나온 못이 망치 맞는다잖아요. 위기를 느낀 경쟁사들은 대대적인 반격을 시작하였고 타냐의 회사는 열심히 가드를 하였죠. 처음엔 타냐도 열심히 뛰며 선방하며 잘 막았지만 갈수록 쪼들리더니 급기야 총알이 다 떨어졌네요?
배가 침몰 중입니다. 그러면 선원들이나 손님들이 해야 할 일은? 배를 갈아타거나 구명정을 띄워야겠죠. 이게 당연한 수순입니다. 하지만 타냐의 회사는 물 밑에서 발로 볼썽 사납고 허벌라게 헤엄치는 우아한 오리처럼 구멍 난 배 밑바닥을 메워가며 개헤엄을 치는 중입니다. 타냐는 일이 이지경까지 심각해진 줄 몰랐어요. 그녀는 동부전선이라는 새로운 거래처를 뚫기 위해 출장 중에 어느 정도 밑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회사가 곧 도산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품었긴 했어요. 그래도 긴가민가하며 휴가차 회사로 돌아오니 그야말로 개헤엄치는 오리가 목까지 잠수하고도 여전히 개 헤엄치는 실정을 보게 되었죠.
이젠 현실을 직시해야 할 때, 제국은 동부전선이라는 진흙탕에 빠져 밑빠진 독에 물을 들이붓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두꺼비라도 있으면 동화처럼 집어넣고 구멍을 막기나 한다지만 개구리조차 구경 할 수가 없어요. 전격전으로 연방(소련)을 몰아붙인 건 좋은데 첫 끗발이 개 끗발로 끝나게 생겼습니다. 광대한 땅을 얻은 건 좋으나 그걸 커버하기 위한 전선은 엷어질 때로 엷어져 버렸고 이젠 악으로 어떻게든 현상 유지만 해도 용한 수준이지만 인간이라는 물량으로 몰아붙이는 연방(소련) 앞에선 장사가 없습니다. 전선은 자꾸만 후퇴 중이고 보다 못해 제투아 중장이 나서서 전선을 호령하지만 호랭이가 와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눈에 띄는 자원이란 자원은 몽땅 빨아먹는 동부전선 때문에 제국은 식량을 필두로 해서 모든 물자의 상태는 개판 5분 직전이 된지가 오래고요. 그럼에도 쥐어짜서 물자를 만들어 동부로 보내지만 현장은 변변한 양말조차 배급받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군요. 왜 이렇게 되었을까. 때를 놓친 거죠. 조금만 더 하면 이길 수 있어! 하는 장밋빛 타성에 젖은 정치권과 군 상층부의 안일한 대응으로 이젠 빼도 박도 못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현실은 간신히 전선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할 수 있어!를 외치고 급기야 새로운 전장까지 만들려는 모습에서 타냐는 어서 빨리 침몰하는 배를 버리고 이직을 생각하게 되죠.
가라앉는 배를 보고도 손 내밀어 주는 이 없네, 제국은 여기저기 찝쩍거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입니다. 세상 온통 적 밖에 없어요. 동맹국이었던 남부 어디의 나라는 중립으로 돌아 서버렸고, 연방에 이어 연합왕국(영국)은 나날이 공세를 더해 갑니다. 적대적 M&A를 당한 회사들도 다시 분가하기 위해 꿈틀 거리고 있지만 이번엔 그렇게 다루진 않네요. 이제 망하는 건 시간문제, 수도로 돌아와 모든 게 다 작살 나버린 기간산업과 철저하게 통제된 언론과 시민들을 보며 타냐는 정말로 진지하게 망명을 고려하기 시작해요. 이게 다 자기가 유능해서 이렇게 판이 커져 버렸는데 이거에 대해선 일말의 반성조차 없는 거 보니 진성 소시오패스답다 싶었습니다.
이젠 말짱히 돌아다니는 부대라곤 타냐의 부대 밖에 없는 현실, 급조된 소년병조차 제대로 훈련을 못하고 전선으로 떠나는 현실, 이젠 급조할 신병조차 없는 현실, 그럼에도 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고집스럽게 종전을 하지 않으려는 정치권을 바라보는 군 참모부는 진심으로 타냐에게 자신들의 나라 수도를 공격 시키려 합니다. 쿠데타는 아니지만 이미 부풀어 오를 대로 올라버린 풍선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려지만 뭐 모가지 날아갈지도 모를 일을 쉽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군요. 이제 어떻게 종전을 맞이해야 할까. 물 밑에서 종전을 위해 움직여 주었던 남부 어떤 나라가 갑자기 중립으로 돌아 서버리는 바람에 제국은 낙동강 오리 알이 이런 건가를 느껴가는 중...
맺으며, 필자의 머리가 나빠진 건지 독해력을 요구하는 레벨이 올라간 듯한 느낌입니다. 반도 이해 못했군요. 이전에는 그래도 1/3 정도만 못 알아 들었는데... 좌우지간 이번 에피소드는 이대로 가다간 전범이 되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전에 도망가고자 하는 전초전의 성격이 강합니다. 이게 다 그녀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정작 그녀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어요. 사축이 정작 자신이 사축이란걸 모르고 있는 아이러니, 그저 노년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꾸민 일인데 죽 쒀서 개 줘버린 상황이 딱 이런 걸까 싶습니다. 전장의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불가능에 가까웠던 전략을 보란 듯이 성공 시켜버리니 상층부가 기고만장 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거죠. 이번 표지는 그런 타냐의 고심을 잘 표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