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이 초읽기에 들어갔죠? 검찰 수사에 의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300억이 넘는 돈을 비자금으로 사용했고, 그의 소유였던 영포빌딩은 다스의 비자금과 각종 불법 자금의 저수지였다더군요.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 대부분을 부인했다죠? 인정한 정도는 처 김윤옥 씨의 국정원 특수 활동비 10만 달러 수수 정도라는데, 이마저도 용처를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 영장을 청구했는데, 검찰의 수사를 모두 부인하는 사람이니, 검찰로선 당연히 구속 영장을 청구할 수 밖에 없었을 거에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위 사실은 이젠 공공연한 사실인데, 본인 혼자만 부인하고 있어요.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토록 자신의 비위 사실을 부인하게 만드는지 궁금해요. 전하는 말에 의하면 비위 사실을 하나라도 인정하는 순간 모든 비위가 다 드러나기에 부인으로 일관하는 거라고 하더군요. 연쇄고리처럼 연결돼있기 때문이라는 거죠.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앞으로도 계속 자신의 비위 사실을 부정할 것 같아요. 설령 구속되어 재판을 받고 형을 살더라도 말이죠.
사진은 수도선부(水到船浮)라고 읽어요. 물이 차오르면 배는 뜨기 마련이다, 란 뜻이에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수사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발표할 때 함께 찍혔던 사진이에요. 그런데 이 사진이 언론에 공개됐을 때 본뜻과는 다르게 해석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어요. 이 글의 원 의미는 "꾸준히 노력하고 공을 들이면 자연스럽게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다."예요. 조급한 성과를 경계하고 진득한 노력을 강조하는 의미이죠. 그런데 이것을 이명박 대통령의 비위와 견줘서는 이렇게들 해석했어요. 그간 이명박 전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비위 조사가 성과를 내자 드디어 그 비위의 몸통인 이 전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부상하게 되었다!
한 때 샐러리맨의 신화를 만들어냈던 그가 애호했다는 이 문구는 그 자신이 살아온 삶과 부합되는 바 있어요. 잘 알려진 것처럼 그는 적수공권의 일개 월급쟁이에서 현대건설 사장이라는 기업 최고의 자리에까지 올랐죠. 그 과정에서 그가 들인 공력이 어떠했으리라는 건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어요. 마침내 사장 자리에 오르던 날 그는 이 말의 진가를 온몸으로 느꼈을 거에요. "그래, 수도선부지!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아!" 이렇게 외치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이제 이 말은 그간 그가 숨겨온 비위의 적폐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는 증언이 되고 말았어요. 아울러 이로 인해 그에게 따라 붙었던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에도 고운 눈길만 보내기 어렵게 됐구요. 과연 그의 성공이 올바른 노력의 결과였을까, 라는 의구심을 갖게된 것이죠.
수도선부, 왠지 진득한 노력의 성과를 말하는 긍정적 면모보다는 성공의 추악한 이면(裏面)을 말해주는 부정적 면모로 오래 기억될 것 같아요.
낯선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到는 至(이를 지)와 刂(刀의 변형, 칼 도)의 합자예요. 이르다란 뜻이에요. 至로 뜻을 표현했어요. 刂는 음을 담당해요. 到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到達(도달), 到着(도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船은 舟(배 주)와 㕣(沿의 약자, 물따라 내려 갈 연)의 합자예요. 배라는 뜻이에요. 舟로 뜻을 표현했어요. 㕣은 음을 담당하면서(연→선)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물을 따라 내려가기 위해 만든 것이 배란 의미로요. 배 선. 船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船舶(선박), 艦船(함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浮는 氵(水의 변형, 물 수)와 孚(孵의 약자, 알깔 부)의 합자예요. 떠있다란 뜻이에요. 氵로 뜻을 표현했어요. 孚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새가 알을 부화시키기 위해 알 위에 올라 앉듯 물 위에 떠있다 ,란 의미로요. 뜰 부. 浮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浮流(부유), 浮草(부초)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인터넷을 찾아보니 수도선부는 주희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용한 문구로, 학문적 성취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랜 적공이 필요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나오더군요. 후일 이 의미가 연역되어 세속적 성공과 관련한 의미로 사용하게 되었다고 해요.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적폐의 노출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되게 될 것 같은데, 주희는 자신이 사용한 말의 의미 변천을 보면서 쓴 웃움을 지을 것 같아요. 허허, 거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