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진실되게 구하면 비록 적중하지 못한다 해도 본래의 목표에서 그리 멀어지지는 않는다. 자식을 길러본 뒤에 시집가는 사람은 없다(心誠求之 雖不中 不遠矣 未有學養子而后嫁者也)."

 

『대학(大學)』「제가치국(齊家治國)」장에 나오는 한 대목이에요. 평범한 말이지만 비범한 뜻을 담고 있어요.

 

사람은 대개 미지의 미래에 공포를 느끼죠. 이는 첨단 기술이 세상을 지배하는 오늘 날도 마찬가지예요. 과거에 비해 예측 가능성이 높아 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공포감이 잔존하죠. 현재도 이러하니 과거는 오죽했겠어요?

 

미지의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과거의 인간이 찾아낸 방법 중에 '성(誠)'이란 가치가 있어요. 외부적 대책이 아닌 내부적 대책이죠. 『대학』의 저 구절은 이 내부적 대책을 비근한 예로 설명한 거예요. 자식을 낳고 기른다는 것은 미증유의 경험이에요. 공포감이 엄습하죠. 그러나 보통 결혼한 여성이라면 이 미증유의 사태를 별 탈 없이 해결해내요.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걸까요? 『대학』의 화자는 그것을 성으로 보고 있어요. 진실된 마음이 출산과 양육이란 공포스런 문제에 해답을 제시해 주기에 별탈없이 사태를 해결한다고 본 것이지요.

 

나아가 이 성은 집안과 국가를 경영하는데도 적용될 수 있다고『대학』의 화자는 말하고 있어요. 집안과 국가에 닥치는 미지의 공포도 저 어머니의 성과 같은 자세만 있으면 능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거지요. 비근한 사례를 들어 치가 치국의 요체를 말하고 있는 인용구가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겠지요?

 

사진은 '오늘도 성실(誠實)'이라고 읽어요(벌교에 갔다가 찍었어요). 성실은 『대학』에 나온 성과 대차 없어요. 비석은 꼬막 정식을 파는 집 앞에 세워져 있는데, 처음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음식점과 성실이 무슨 상관이 있나 싶어서요.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니 이해가 될 듯 싶더군요. 음식점도 미래를 낙관하기 어려운 사업 중의 하나이죠. 이 음식점 주인은 그간의 어려움을 성실로 해결하지 않았나 싶어요. 하여 이 비석을 세워놓고 앞으로도 문제가 생기면 성실로써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거예요.

 

오늘도 성실, 이 음식점 주인에게 성실은 신의 지혜를 빌어오는 주문이 아닐까요? 

 

한자를 공부해 볼까요?

 

誠은 言(말씀 언)과 成(이룰 성)의 합자예요. 언행이 일치하여 진실하단 의미예요. 言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成은 음을 담당해요. 정성 성. 誠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誠心(성심), 誠意(성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實은 宀(집 면)과 貫(꿸 관)의 합자예요. 집에 돈꾸러미[貫]가 가득하다란 의미예요. 실할 실. 實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充實(충실), 實證(실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성실이란 가치는 요즘 왠지 빛바랜 가치처럼 느껴져요. 모든 것이 기계화 속도화 되다보니, 인내와 노력을 요구하는 듯한 성실은 시대와 안맞는 가치 같다는 생각이 드는거죠. 하지만 이는 피상적인 느낌이나 생각이에요. 성실은 여전의 우리의 마음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아니 점해야 하는 가치라고 생각해요. 첨단 기술이 빚는 초대형 사고가 성실과 반대되는 안일과 방심에서 비롯되는 것을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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