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출처: http://ushg.co.kr/board/bbs/board.php?bo_table=qna&wr_id=614

 

 

척벽비보 촌음시경(尺璧非寶 寸陰是競). 지름 한 자의 구슬, 결코 보배가 아니라네. 토끼 꽁지같은 시간, 이것이 진정 보배일세.

 

 

'천자문'의 한 구절이에요(의역 했어요). 초등학교 시절 이 구절을 읽고 무슨 의미인지 이해가 안됐어요. 그 때는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었으니까요. '나도 과연 어른이 될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이 의미를 조금 이해할 듯 싶어요.

 

 

옛 글을 읽다보면 '시간을 소중히 하라'는 내용을 많이 만나요. 왜 시간을 소중히 하라고 했을까요? 기본적으로 수명이 짧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아요. 조선조만 해도 평균 수명이 50을 넘기 힘들었다고 하니 그 이전 시대는 더 짧았겠지요. 이 짧은 삶에서 사회적 성취까지 이뤄야 하니 '시간을 소중히 하라'는 말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평균 수명 70을 상회하는 지금은 시간을 함부로 대해도 될까요? 그렇지는 않겠지요. 다만 시간의 의미를 강조하는 연령대가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옛날에는 유소년기의 시간을 소중히 다뤄야 했지만 지금은 노년기의 시간을 소중히 다뤄야 하는.

 

 

소중히 다뤄야 할 노년기의 시간에 가장 유의미한 행위는 무엇일까요? 공부 아닐까 싶어요. 젊은 날의 공부는 생존을 위해 어쩔수 없이 해야하는 고역이었지만 노년의 공부는 생존과 무관하게 그 자체로 즐기며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공자는 "공부가 즐거워 세월가는 줄 몰랐다"고 고백한 적이 있어요.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노년의 즐거운 행위 중 공부가 으뜸일 수 있다는 주장은 그리 무리한 주장은 아니예요. ^ ^

 

 

사진은 '백천동도해 하시부서귀 소장불노력 노대도상비(百川東到海 何時復西歸 少壯不努力 老大徒傷悲)'라고 읽어요. '모든 물줄기 동으로 동으로 바다에 이르나니/ 어느 때 제자리로 온단 말가/ 젊은 날 노력하지 않으면/ 나이들어 후회감만 남으리'라는 뜻이에요(의역했어요). '다시 오지 않을 시간, 소중히 아껴 열심히 노력하라'는 의미지요. 젊은 이들에게 주는 교훈이겠죠? 이 글을 지금 상황에 맞춘다면 이렇게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백천집도해 하기유장귀 소장불식취 노대경흠상(百川集到海 何其悠長歸 少壯不識趣 老大竟欽賞). 모든 물줄기 모여 모여 바다에 이르나니/ 어찌도 그리 유장하게 귀착되는지/ 젊은 날엔 그 맛을 느끼지 못했나니/ 노년에사 그 맛을 느끼네. (운과 평측은 맞추지 못했네요 ㅠ ㅠ)

 

 

낯선 서너 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到는 至(이를 지)와 刂(刀의 변형, 칼 도)의 합자예요. 이르다란 뜻에요. 至로 뜻을 표현했어요. 刂는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칼이 예리하여 조금만 접촉해도 그 흔적이 남을 수 있듯, 그같이 가고자 하는 곳에 틀림없이 이르렀다란 의미로요. 이를 도. 到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到着(도착), 到達(도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歸는 시집가다란 의미예요. 止(그칠 지)와 帚(婦의 약자, 아내 부)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여인이 시집가면 아내가 되기에 帚를, 또 시집을 가면 안정된 처소를 얻기에 이 뜻을 지닌 止로 '시집가다'란 의미를 표현했어요. 나머지는 음을 담당해요. 이 글자의 일반적 의미인 '돌아가다(돌아오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의미예요. 돌아갈(올) 귀. 歸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歸鄕(귀향), 歸國(귀국)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壯은 士(선비 사)와 爿(조각 장)의 합자예요. 몸과 마음이 장대하다란 의미예요. 士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爿은 음을 담당해요. 장할 장. 壯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壯士(장사), 壯大(장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傷은 人(사람 인)과 昜(볕 양)의 합자예요. 남에게 받거나 남에게 입힌 상처란 의미예요. 人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昜은 음을 담당하면서(양→상)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양은 겉으로 드러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데, 상처는 겉으로 잘 드러나 보인다는 의미로 본뜻을 보충해 주고 있는 것이지요. 상처 상. 傷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傷痕(상흔), 外傷(외상)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悲는 心(마음 심)과 非(아닐 비)의 합자예요. 생각하던 것과 어긋나거나 이치에 맞지 않아 마음이 상했다는 의미예요. 슬플 비. 悲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悲慘(비참), 悲哀(비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여담.  노년기의 가장 보람있는 일이 공부라고 했지만, 젊은 날 공부와 담을 쌓고 지내던 분들에겐 분명 쉽지 않은 일일 거예요. 이렇게 보면 노년기의 가장 보람있는 일이 공부라는 주장은 분명 한계가 있어요. 그러나 또 분명한 건 노년의 공부가 돈도 별반 들지 않고 의미있는 일이란 거예요. 젊은 날 공부와 담을 쌓고 지내던 분들이 공부의 즐거움을 느끼려면 본인도 노력을 해야 겠지만 뭔가 정책적으로도 배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냥 평생 학습관 같은 곳에 강좌 개설하고 듣고 싶은 사람 듣게 하는 것만으로는 미흡하지 않은가 싶은거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