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사람과 같아요."

 

팔레스타인에 사는 살마는 레몬 농장을 운영하는 과부예요. 아버지에게서 물려 받은 레몬 농장은 살마의 삶 그 자체예요. 생계 유지는 물론, 홀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레몬 나무는 부모이자 남편이고 자식이며 벗이기 때문이죠. 이런 살마의 레몬 농장에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이웃으로 오면서 문제가 발생해요. 살마의 레몬 농장이 국방장관 집과 경계 지점에 있기 때문에, 보안상의 이유로, 이스라엘 정보부에서 농장의 나무를 베어버리려 했기 때문이죠. 보상금을 준다고는 하지만 살마에게 레몬 나무는 단순한 나무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수용할 수 없어요. 살마는 여러 어려움을 무릅쓰고 변호사를 찾아 레몬 나무를 지키기 위해 법정 투쟁을 시작해요.

 

'레몬 트리'란 영화 내용 일부예요. 사진의 한자를 보노라니 문득 이 영화가 생각나더군요. 위 한자는 해(海)라고 읽고(다 아시죠? ^ ^), 아래 한자는 영(柠)이라고 읽어요. 해는 바다란 뜻이고, 영은 레몬이란 뜻이에요. 레몬을 한자어로 '영몽(檸檬)'이라고 쓰는데 '영'하나로 사용하기도 해요. 檸(영)은 번체자이고, 柠(영)운 간체자예요. 두 한자를 접하니 사해(死海)와 레몬이 생각나고, 생각은 자연스럽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을 그린 '레몬 트리'란 영화로 확장되더군요. 레몬 트리는 여러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영화인데, 저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갈등을 레몬 나무 소송으로 빗대어 그린 영화로 봤어요.

 

1948년 뜬금없이 이스라엘이란 나라가 팔레스타인에 세워지면서 중동의 갈등은 시작됐죠. 물론 여기에는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팔레스타인을 탈취했던 영국의 지지와 유태인들의 시온주의 그리고 1940년 대 초 히틀러의 탄압을 피해 대량 이주한 유태인들의 정착이 큰 배경으로 작용했죠. 결정적인 것은 국제연합의 팔레스타인 분리 결정이었고, 여기에는 미국의 강력한 입김이 작용했죠. 영국이나 미국이 이스라엘 건국의 후견인 노릇을 한 것은 이들 나라가 2차 대전시 유태인들에게 경제적으로 큰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죠.

 

오랜 세월 살아온 자신의 터전을 졸지에 빼앗긴 팔레스타인의 아랍인들은 당연히 이스라엘에 적대감을 가질 수 밖에 없죠. 그러나 이스라엘을 제거하기 위해 벌인 중동전쟁에서 아랍국가들은 패전했고, 이스라엘은 외려 영토를 더 확장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죠. 이제 아랍인 특히 팔레스타인에 거주하는 아랍인들은 이스라엘을 현실적으로 인정하고 그들과 공존을 모색하고 있어요. 분할된 팔레스타인 지역에 그들의 국가를 정식으로 수립한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죠. 문제는 이스라엘의 태도예요. 경계 지역에 분리 장벽을 세우고 철저히 팔레스타인 지역의 아랍인들과 소통하지 않으려하기 때문이죠. 국제연합이 결정한 이스라엘 점령 지역(가자 지구, 웨스트뱅크, 골란고원)의 반환도 50년 째 거부하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죠.

 

평화롭던 살마의 레몬농장에 이스라엘 국방 장관이 이사오고 갈등이 생기는 상황은 팔레스타인에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 갈등이 발생한 상황과 흡사해요. 살마가 법정 투쟁을 벌이는 것은 중동의 아랍국가들이 이스라엘과 벌인 중동전쟁과 흡사하고요. 살마는 법정 투쟁을 통해 이런 판결을 받아요: "경계 지역에 장벽을 세우고 레몬 농장의 나무도 일부 벨 것." 이는 이스라엘과 공존하려는 팔레스타인들의 바램을 저버리고 700Km에 달하는 분리 장벽을 세우고 적대 관계를 지속하려는 이스라엘의 현 모습과 흡사해요.

 

바다는 수용의 미덕을 상징하고 레몬은 변화와 개혁의 미덕을 상징하죠.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이 두 덕목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관계인 것 같아요. 물론 이 덕목이 이스라엘에게 더 필요함은 두 말할 나위가 없겠죠.

 

만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柠은 레몬이란 뜻이에요. 木(나무 목)으로 뜻을 표현했고, 宁(편안할 녕)으로 음을 표현했어요. 영몽 영. '레몬 영'이라고 읽기도 해요. 柠이 들어간 예는 柠檬(영몽, 레몬) 외에는 들만한 예가 없네요.

 

여담. 사진은 프랑스에 가 있는 딸 아이가 찍어 보냈어요. 치약갑이라고 하더군요. 왼쪽의 영문은 회사명이고, 오른쪽의 영문은 천연 추출물이란 의미예요. 아시아 마트에서 샀다고 하던데, 아시아인들을 겨냥해서 한자 표기를 추가한 듯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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