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평야지대 한 가운데 9층 석탑이 있었어요. 1년에 한 차례 학생들이 단체로 가서 탑 주변의 잡초를 뽑았지요. 안내판에는 과거 이 곳에 큰 절이 있었다란 내용이 있었어요. 어린 마음에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어른이 되면 이 주변을 발굴해 봐야지!" 중년을 넘어선 지금, 그 때의 생각은 생각에 그쳤어요.

 

화려했던 과거 흔적을 살펴보려는 마음은 누구나 있을 것 같아요. 특히 현재의 위상이 미미할적엔 더더욱. 과거의 화려함을 통해 현재의 부족함을 보상받고 싶은 심리에서 그럴거에요. 개인만 그런 것이 아니고 지역도 그렇고 나라도 그렇지 않을까 싶어요. 어쩌면 '역사'나 '고고(考古)'는 이런 심리를 만족시키기 위해 탄생한 학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봐요.

 

사진은 '서고성(西古城)'이라고 읽어요. 서쪽에 있는 옛 성이란 뜻이에요. 옛 발해의 수도 중 한 곳이었던 중경 현덕부(中京 顯德府)에 있던 성이에요. 외성의 둘레 길이가 2.7㎞에 달하고 내성의 둘레 길이는 1㎞에 달하는 장대한 성이었어요. 발해의 2대 왕인 문왕(文王) 대흠무(大欽武)가 동모성(東牟城)에서 천도한 후 쌓은 성이라고 해요. 지금은 폐허가 되어있죠. 아내가 딸 아이와 2000년대 초반 중국에 갔다가 찍은 사진이에요. 며칠 전 아내가 사진 을 정리하다 발견(?)했어요.

 

서고성 한자 밑에 중국어 설명이 있어요. 번역해 볼까요? "서고성은 화룡시 평강 평원 중부에 위치한다. 발해(A.D 698 - 926)의 중경 현덕부 유적지로, 발해의 오경(五京) 중 한 곳이었다. 발해는 5경 15부 62주의 행정체계를 갖고 있었다. 이곳은 발해가 수도를 다른 곳으로 옮긴 이후에도 정치 경제 문화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했다." (의역했어요.) 간략한 개요예요.

 

한 때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에 온 나라가 떠들썩한 적이 있었죠. 지금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잠잠해요. 중국이 동북공정을 멈췄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언론이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가뭇해진 것 아닌가 싶어요. 중국은 아마도 계속 동북공정을 하고 있겠지요. 중국이 동북공정을 하는 것은, 주지하는 것 처럼, 후일 있을지 모를 한 중간의 영토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자국의 영토 영역을 분명히 하고자 하는 것이죠.

 

그런데 중국이 동북공정을 하여 동북아 영역에 쐐기를 박는다해도 그렇게 얻어진 영토에 애정은 별반 없을 것 같아요. 자국의 역사가 서린 곳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다르죠. 그곳엔 우리 선조의 역사가 깃들여 있기에 고구려와 발해의 영역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죠. (이상은 생각은 도올 김용옥 선생이 출연한 '나의 살던 고향은'에서 차용했어요.)

 

서고성을 관광하는 한국인들은 이곳을 관광하는 중국인들에 비해 다른 느낌이 들 거에요. 비록 현재는 남의 땅이지만 과거에는 우리 조상들이 소유했던 땅이고, 우리의 옛 땅에 이런 장대한 건축 - 비록 현재는 폐허일지언정 - 이 있었다는 것에 가슴 뭉클함을 느낄 거에요. 이런 마음은 제가 어렸을 때 마을에 있던 9층탑 주변을 발굴해 보고 싶었던 그 마음과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마음을 단순 보상 심리로 치부하고 말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어요. 이 보상 심리는 자긍심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죠. 자긍심은 삶을 향상시키는 주요 원동력이죠. 나라를 발전시키는 주요 원동력이기도 하구요. 비록 현재는 미미한 위치에 있을지라도 언젠가는 화려했던 과거를 회복하리라는 남다른 열망을 지닌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나라에 비해 훨씬 더 향상될 가능성이 많잖아요? 이런 점에서 '역사'나 '고고'는 결코 단순한 호고(好古) 취향의 학문이 아니라 현실에 투철한 학문이라고 할 수 있을 거에요.

 

서고성은 원래의 명칭이 아니라 동고성에 대비하여 붙여진 명칭이라고 해요. 동고성은 요(遼)와 금(金)의 고성들이 있는 성지(城址)예요.

 

한자를 자세히 살펴 볼까요?

 

西는 새가 둥우리에 앉아 있는 모습을 그린 거예요. '서쪽'이란 뜻은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새가 둥우리를 찾게 되는 때는 해질녘이며, 해가 지는 곳은 방위상 서쪽이란 의미로요. 서녘 서. 西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東西(동서), 西方(서방)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十(열 십)과 口(입 구)의 합자예요. 오랫동안[十] 전해져 온 말[口]이란 의미예요. 줄여서 오래되었다란 의미의 '옛'이란 뜻으로 사용해요. 옛 고. 古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古代(고대), 自古(자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土(흙 토)와 成(이룰 성)의 합자예요. 흙을 돌을 쌓아 올려 만든 건축물이란 의미예요. 성 성. 城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土城(토성), 石城(석성)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西 서녘 서   古 옛 고   城 성 성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代   (   )方   石(   )

 

 

3. 서고성을 찾았던 경험이 있으면 당시의 소회를 말해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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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2019-03-01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제가 태여난 곳입니다.. 그립습니다.

찔레꽃 2019-03-01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시군요. 좋은 성취 이루시고 금의환향하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