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생각해 보면, 호남은 나라의 울타리이므로 만약 호남이 없다면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湖南國家之保障  若無湖南  是無國家). 그래서 어제 한산도로 진을 옮겨서 치고 바닷길을 가로막을 계획을 하였습니다. " (인용 출처: http://blog.naver.com/ikdominia/40164027461)

 

 이순신이 지평(指平) 현덕승(玄德升)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이에요. 임진왜란 초기 파죽지세로 조선을 유린한 왜에게 아직 범접하지 못한 지역이 있었으니, 바로 호남이었죠. 만일 호남마저 왜에게 빼앗기면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할 수 없었기에,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죠. 바꿔 말하면, 호남을 지켜야 나라를 유지할 원동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이죠이순신의 편지는 저간의 사정을 말해주고 있어요. 이순신이 한산도로 본영을 옮긴 것은, 당시 일부의 오해처럼 작당(作黨)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효율적인 전쟁 수행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여기 “만약 호남이 없다면 나라도 없을 것입니다가 원의와 다르게 왜곡 사용되는 경우가 있어요. 호남이 최고이며, 유일한 희망이다란 의미로요. 이번 19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그랬죠. 문재인 후보 광주 유세시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란 펼침막이 등장했는데, 바로 그런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죠. 그리고 여기에는 문재인 후보에게 호남을 잊지 말고 호남에게 각별한 예우를 해달라는 바램도 담겨있었구요. (이낙연 총리 지명에는 이런 바램을 수용한 거겠죠.)

 

이 왜곡의 원조는, 인터넷을 찾아보니, 김대중 대통령이더군요. 2006년 전남도청 방문시 방명록에 무호남 무국가(無湖南 無國家,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란 문구를 남겼어요. 위에서 말한대로, 호남이 최고이며 유일한 희망이다란 메시지를 담았던 것이죠. 그런데 방명록을 다시 가져오라고 하여 이 문구 앞에 충무공왈(忠武公曰)”을 추가했다고 해요. 자신의 말이 아니고 충무공의 말이란 것을 밝힌거죠. 그러나 이 속에는 이미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이 생각했던 호남에 대한 의미와는 다른 김대중 대통령이 생각하는 호남에 대한 의미가 깔려있었다고 보는 게 옳을 거예요. 이후 이 문구에서 충무공왈은 묻히고 무호남 무국가만 알려져 호남의 자긍심을 나타낸 글귀로 널리 회자되었다고 해요.

 

사진은 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고 읽어요. ‘만약 호남이 없으면 이는 국가가 없게되는 것이'란  뜻이에요. 위에 소개한 것처럼, 이순신 장군이 남겼던 말이죠. 김대중 대통령은 원문에서 '약(若)'과 ()’를 빼고 인용했구요.

 

흔히 단장취의는 원의를 왜곡하는 일로, 많은 지탄을 받죠. 하지만 경우에 따라선 원의를 뛰어넘는 좋은 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상대에게 좋은 효과를 준다면 말이죠. '약무호남 시무국가'는 호남에 더할수 없는 자긍심을 안겨주는 문구죠. 우리 현대사에서 호남만큼 차별과 억압을 받으면서도 줄기차게 민주주의의 싹을 키워낸 지역이 없죠. 이런 호남에게 '약무호남 시무국가'만큼 정신적 보상을 해주는 문구는 없을 것 같아요. 이 문구의 사용에 대해 원의 왜곡 운운하며 질타하는 것은 속좁은 견해가 아닐까 싶어요.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데, '약무호남 시무국가'란 단장취의로 호남에 대한 천 냥의 부채를 갚을수 있다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왜곡이겠어요! 안그런가요?

 

사진은 http://blog.naver.com/mbus9709/220709305564 에서 인용했어요. 한자를 두어 자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두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는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손을 위로 받든 모습을 그린 것으로 순종하는 자세를 그린 것으로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艹(풀 초)와 右(손의 모양을 그린 것)의 합자로 풀(채소)을(를) 솎아내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보는 거예요. '만약'이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순종하는 자세를 그린 것으로 볼 때는, '만약' 위에서 명령을 내린다면, 순종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란 의미로 연역된 것이고, 풀(채소)을(를) 솎아내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볼 때는, '만약' 채소가 무성하다면, 솎아내야 한다는 의미로 연역된 거예요. 만약 약. 若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若使(약사, 만약), 若干(약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두 가지로 설명해요. 하나는 양손에 깃털을 들고 춤추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大(큰 대)와 十十十十(사십, 많은 수의 의미)과 林(수풀 림)의 합자로 숲에 큰 나무들이 우거져 있는 것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하는 거예요. '없다'란 의미는 본뜻에서 연역된 거예요. 춤춘다는 의미일 때는, 손이나 팔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는 의미로 연역되었고, 나무가 우거져 있다는 의미일 때는, 나무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우거져 있다란 의미로 연역되었어요. 無는 현재 연역된 의미인 춤추다란 의미로만 사용하고, 본뜻인 충추다와 우거지다는 표기형태가 바뀌어 舞(춤출 무)와 蕪(우거질 무)로 표기해요.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 거죠. 無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無線(무선), 有無(유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는 氵(물 수)와 胡(턱밑 살 호)의 합자예요. 소의 턱밑 살처럼 평평하게 늘어진 물이란 의미예요. 이런 형태의 물을 호수라고 하지요. 호수 호. 湖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湖畔(호반), 湖水(호수)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본래 목탁과 비슷한 악기를 그린 것인데, 후에 남쪽이란 뜻으로 차용되었어요. 南(남)은 暖(따뜻할 난)과 음이 유사하여 따뜻하다란 뜻으로도 사용되었는데, 사방(四方)중에서 가장 따뜻한 곳이 남쪽이기에 '남녘'이란 뜻으로 사용되다가 후일 이 의미로 고정되었지요. 남녘 남. 南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南方(남방), 南極(남극)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若 만약 약   無 없을 무   湖 호수 호   南 남녘 남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畔   (   )使   有(   )   (   )方

 

3. '만약 호남이 없다면 이는 국가가 없게되는 것이다'를 한문으로 써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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