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비어천가 제 2장의 내용이에요. 용비어천가는, 잘 알려진 것 처럼, 조선 개국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편 서사시지요. 총 125장의 장편인데 유독 제 2장이 널리 알려진 것은 학교에서 많이 다루는 부분이자 보편적 교훈을 담은 내용이라 그런 것 아닌가 싶어요.

 

 

용비어천가를 보면 한글 가사 옆에 한문 번역을 달아 놓았어요. 위 대목은 다음과 같이 번역되어 있지요: "根深之木 風亦不扤 有灼其華 有蕡其實 源遠之水 旱亦不竭 流斯爲川 于海必達(근심지목 풍역불올 유작기화 유분기실 원원지수 한역불갈 유사위천 우해필달)" 사진의 내용은 바로 제 2장 둘째 단락의 한역 내용이에요. 어느 폐교에 우연히 들렸다가 찍었어요. 학교에 이 액자를 걸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심원한 인격과 지식을 쌓으라는 무언의 가르침이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뿌리가 깊고 샘이 깊으면 바람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고, 가뭄에 쉬이 마르지 않는다'는 말은 선악시비 어느 경우든 적용될 수 있는 비유같아요. 무엇이든 연원이 깊고 오래되면 바뀌기 힘들잖아요? 최근 자유한국당을 보면 이런 생각에 더욱 확신을 갖게 되죠. 금방이라도 괴멸될 것 같은데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뿌리가 깊고 샘이 깊으면…' 하는 생각을 아니할 수 없거든요. 게다가 저들도 또 다시, 언젠가는,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으며 바다로 나갈 것이라는 점이에요. 끔직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섭리지요.

 

 

저 액자를 보고 학교 생활을 했을 폐교의 졸업생들. 그들은 선악시비 어느 쪽으로 더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바다로 나갔을까요?

 

 

 

두어 자만 좀 자세히 알아 볼까요?

 

 

은 氵(水의 변형, 물 수)와 原(근원 원)의 합자예요. 수원지란 뜻이에요.  氵로 뜻을 표현했어요. 原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본래 샘[泉]이 처음 시작된 곳이란 의미거든요. 이 의미로 본뜻을 보완해주고 있는 것이지요. 근원 원. 源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水源地(수원지), 根源(근원)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辶(辵의 변형, 걸을 착)과 袁(옷길 원)의 합자예요. 거리가 멀다란 뜻이에요.  辶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袁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옷이 길듯이 거리가 멀다란 의미로 본뜻을 보완해주고 있는 것이지요. 遠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遠近(원근), 遠距離(원거리)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日(날 일)과 干(범할 간)의 합자예요. 가물다란 뜻이에요. 日로 뜻을 표현했어요. 干은 음을 담당하면서(간→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상대를 범하려면 기세가 등등해야 하는데, 가물다는 것은 그같이 비가 오지 않고 햇볕이 기세등등한 상태란 의미로요. 가물 한. 旱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旱害(한해), 旱魃(한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立(설 립)과 曷(渴의 약자, 다할 갈)의 합자예요. 무거운 물건을 등에 져 올린다는 뜻이에요. 立으로 뜻을 표현했어요. 曷은 음을 담당하면서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무거운 물건을 짊어들 때는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로요. 올릴 갈. 지금은 '다하다' '마르다'란 뜻으로 많이 사용해요. 모두 본뜻에서 연역된 뜻이에요. 다할 갈. 마를 갈. 竭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竭力盡忠(갈력진충, 있는 힘을 다해 충성을 바침), 竭涸(갈학, 말라 붙음)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源 근원 원   遠 멀 원   旱 가물 한   竭 다할(마를) 갈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害   (   )力盡忠   (   )近   根(   )

 

 

3. 다음을 한문으로 표현해 보시오.

 

 

   근원이 깊은 물은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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