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는 한 방을 가질 수 있었지! 자네 덕분에."

 

 

늦깎이 여자 복서와 늙다리 트레이너 겸 매니저와의 관계를 그린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 후반부에 나오는 대사예요. 매기를 훈련생으로 맞이하고 싶지 않았던 -- 다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 -- 프랭키는 매기의 간절한 소망과 집념 그리고 열정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매기를 지도하게 돼죠. 일취월장 승승장구하는 매기는 드디어 세계 챔피언 경기에 나가지만, 끝내, 프랭키가 우려했던 사고를 당해 -- 상대 선수의 반칙으로 목뼈가 부러져 몸을 운신할 수 없게 되죠 -- 사경을 헤매죠. 프랭키는 매기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이런 불상사가 없었을 거라며 자책하죠. 이 때 친구인 에디가 해주는 말 중에 위 대사가 나와요. 매기는 비록 죽게 되더라도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고 죽기 때문에 여한이 없을 거라는 말이에요. 그리고 그것을 도와준게 자네이니 너무 자책하지 말라는 위로의 말이죠.

 

 

영화에서 매기와 프랭키는 사제 관계이자 연인 관계이며 부녀 관계예요. 복싱 지도에서는 사제 관계이고,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려는 면에서는 연인 관계이며, 어떻게든 매기를 다치지 않게 보호하고 부상이후에 가족조차 무관심한 매기를 살려보려 애쓰는 면에서는 부녀 관계이기도 해요. 이런 미묘한 관계에서 둘 사이를 잇는 가치는 '은혜'라고 할 수 있어요. 다소 프랭키가 매기에게 일방적으로 베푸는 듯한 면이 있지만, 사실은 메기가 프랭키에게 베푸는 면도 적지 않아요. 프랭키는 매기와 비슷한 또래의 딸이 있지만 별거하며 관계가 원만치 못한데, 여기서 느끼는 서글픔을 매기가 채워주고 있기 때문이죠.

 

 

사진의 한자는 '은율(恩汨)'이라고 읽어요. '은혜가 흐른다'는 뜻인데, 전고가 있는 말은 아니고 조어인 듯 싶어요. 집사람이 선물받은 홍삼 제품 상호예요. 은혜가 흐른다는 것은, 얼핏 생각하면, 시은(施恩)의 의미로 보이지만, 보은(報恩)의 의미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출발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겠지요. 처는 보은의 의미로 받았어요. ^ ^

 

 

한 세상 살면서 때로는 은혜를 베풀 처지에 놓이기도 하고, 때로는 은혜를 갚을 처지에 놓이기도 하겠죠. 은혜를 베풀 처지에 놓일 적에는 '시은물구보(施恩勿求報, 은혜를 베풀었거든 보답을 바라지 말라)'를 명심해야 하고, 은혜를 갚는 처지에 놓일 적에는 '결보보은(結草報恩, 죽어서도 잊지 않고 은혜를 갚음)'을 명심해야 할 것 같아요. 그래야 아름다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도 프랭키는 '시은물구보'의 자세를 보이고, 매기는 '결초보은'의 자세를 보이죠. 이런 자세와 두 사람 사이의 세 가지 복합적인 관계를 미묘하게 조율한 점이 이 영화의 주된 감동 요소가 아닌가 싶어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은 因(인할 인)과 心(마음 심)의 합자예요. 의지하고 친하게 지내려는 마음으로 서로 돕는다는 의미예요. 은혜 은. 恩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恩惠(은혜), 恩澤(은택)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은 氵(물 수)와 曰(말할 왈)의 합자예요. 유창한 말처럼 물이 잘 흐르도록 조치한다란 의미예요. 흐를 률. 율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汨流(율류,  물이 빨리 흐름 또는 빠른 흐름), 汨遙(율요, 빨리 걸음. 달림)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오늘은 정리 문제를 안내도 괜찮겠죠? ^ ^ 감사의 달인 오월이에요. '시은물구보'와 '결초보은'의 아름다운 관계를 맺는 오월이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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