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舜)임금이 말씀하셨다. “기(夔)여, 그대에게 명하노니 음악을 맡아 태자와 공경대부들의 맏아들들을 가르치되 강직하면서도 온화하고, 너그러우면서도 위엄을 잃지 않으며, 굳세면서도 거칠지 않고, 간략하면서도 오만하지 않은 이가 되도록 가르치시오. 시란 마음속에 있는 뜻을 말한 것이고, 노래란 시를 길게 읊조린 것이며, 음계란 노래에 의거해 만들어진 것이며, 가락이란 음계를 조화시킨 것이오. 팔음이 충분히 조화를 이루어 서로의 음계를 빼앗지 않아야 신과 사람들이 화평하게 될 것이오(帝曰, 夔, 命汝典樂敎胄子, 直而溫, 寬而栗, 剛而無虐, 簡而無傲. 詩言志, 歌永言, 聲依永, 律和聲. 八音克諧, 無相奪倫, 神人以和)."
『상서(尙書)』「순전(舜典)」에 실려있는 내용이에요. 시와 노래와 음악의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흔히 시와 노래의 기원(혹은 성격)을 언급할 때 많이 인용되는 대목이지요. 위 인용문을 보면, 시와 노래는 음악에서 기원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어요. 따라서 시와 노래는 음악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지요. 각각의 영역이 독립된 예술로 전문화된 오늘날에도 여전히 그 흔적은 남아 있지요. 좋은 대중가요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심금을 울리는 가사 그것은 곧 시이며, 그 가사를 소리내어 부르는 것 그것이 곧 노래이며, 그 노래를 7음으로 표현한 것 그것이 곧 음계이며, 그 음계를 적절히 조화시킨 것 그것이 곧 가락이지요. 작년도 노벨 문학상을 대중가수 밥 딜런에게 수여하여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상서』「순전」의 논리에 의하면 부질없는 논란이었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반자 도지동(返者 道之動)'이란 말처럼 그간 분화되었던 영역이 다시 합쳐지는 예후를 보여준 시상이 아니었나 생각돼요. 앞으로도 적지 않은 음악인들이 노벨 문학상을 받을 것 같아요.
위『상서』「순전」의 음악 이론이 갖는 특징은 음악을 정치와 관련짓고 있다는 점이에요. 음악을 단순히 개인의 정서를 표현한 예술로 보지 않고 통치의 수단으로 보고 있는 점이지요. 조선왕조 초기 세종대왕이 박연 등을 등용하여 음악을 정리한 것은 바로 이런 관점을 반영한 것이지요. 음악이 정치와 관련이 있기에 음악과 관련있는 시 -- 넓게는 문학 -- 와 노래도 당연히 정치와 관련을 맺을 수 밖에 없지요. 과거에 시교(詩敎)라 하여 시를 가르침의 수단으로 여긴 것이나 민간의 가요를 채집하여 정치의 득실을 살핀 것은 이런 관점에서 기인한 것이지요. 한 때 참여 문학과 순수 문학 그리고 대중가요와 고전음악의 논쟁이 있었는데, 『상서』「순전」의 논리에 의하면 부질없는 논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정치(사회)를 떠난 문학과 음악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모든 문학은 참여 문학이며 모든 노래는 대중 가요(음악)인 것이지요. 참여나 순수 혹은 대중과 고전의 논쟁도, 밥 딜런의 노벨 문학상 수상처럼, 그간 분화되었던 것이 다시 합쳐지는 예후를 보여준 논쟁이 아니었나 생각돼요. 실제 그런 논쟁이후 문학과 가요를 이분법으로 대하는 의식은 많이 완화된 것 같아요. 지금 그런 이분법으로 문학과 가요를 대하는 사람은 '촌스럽다'는 평가를 받잖아요?
사진은 어느 자동차의 트렁크 외면에 있는 한자를 찍은 거예요. '영(詠)'이라고 읽어요. '읊다'란 뜻이에요. 보다 정확하게는 '노래한다'란 의미예요. 『상서』「순전」에 나온 "노래란 시를 길게 읊조린 것이며(歌永言)"의 의미가 바로 '영(詠)'이기 때문이에요. '영(詠)'과 '가(歌)'는 이음동의어(異音同意語)라고 할 수 있어요.
사진을 찍으면서 문득 '차는 곧 시이며 노래이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일반적으로 차를 말[馬]에 비유하지만 시와 노래에 비유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차는 대개 긴 거리를 이동할 때 사용하고 운행 모습을 보면 운전자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으니, '노래란 시를 길게 읆조린 것이며, 시란 마음의 뜻을 표현한 것'이란 『상서』「순전」의 내용과 잘 부합하잖아요? 사진의 차 주인도 저와 같은 생각을 했을까요? 그럴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분명한 건 차에 부착하는 글씨치고는 꽤 신선하다는 점이에요. '낯설게 보기'를 통해 '생각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詠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읆조린다'란 의미로 言(말씀 언)과 永(길 영)의 합자예요. 읊을 영. 詠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吟詠(음영), 詠歌(영가)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는 필요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