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끝은 심히 창대하리라"
개업한 집에서 흔히 보게 되는 성경 구절이에요. 본래 전도(傳道)와 관계된 구절같은데, 개업한 집에서는 약간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듯 싶어요. 하나님이 잘 돌봐주실 터이니 용기를 갖고 사업에 매진하라는 의미로요. 개업은 망망대해에 떠있는 조각배와 같은 상황이죠. 그러나 누군가 나를 돌봐주고 있으며 결국은 잘 될거라는 확신이 있다면 결코 막막하지 않을 거예요. 논리적 귀결없는 구호(?)지만, 그렇기에 더 힘을 주는 구호 아닌가 싶어요.
사진은 '향광장엄(香光莊嚴)'이라고 읽어요. '빛과 향기로 에워싸다'란 의미예요. 능엄경(楞嚴經)에 나오는 한 글귀예요.
"저 부처님께서 저에게 염불삼매를 가르치시면서 ‘비유컨대 한 사람은 자나깨나 생각하지만 한 사람은 완전히 잊어버렸다면 이 두 사람은 만나도 서로 보지 못하고 보아도 알지 못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서로 기억하여 그 기억하는 생각이 깊어지면 이 생에서 저 생에 이르도록 형체에 그림자가 따르듯이 서로 어긋나거나 헤어지는 일이 없다. 시방의 여래가 중생을 불쌍하게 생각하는 것은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는 것과 같지만, 만약 자식이 도망친다면 어머니가 아무리 생각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자식이 만약 어머니 생각하기를, 어머니가 자식을 생각하듯이 한다면 그 모자는 여러 생이 바뀌어도 서로 어긋나거나 멀어지지 않을 것이다. 만약 중생이 마음으로 부처님을 기억하고 부처님을 생각하면 현전이나 내생에 틀림없이 부처님을 볼 것이며, 부처님께 갈 날이 멀지 않느니라. 방편을 빌리지 않아도 스스로 마음이 열리는 것이 마치 향기를 물들이는 사람이 몸에 향기가 배는 것과 같으니, 이것을 향광장엄 이라고 부른다‘고 하셨습니다."
향기를 물들인다는 말은 부처님을 간절히 희구한다는 의미이고, 향기가 몸에 밴다는 말은 부처님을 만나게 된다는 의미예요. 향광장엄은 부처님을 간절히 희구하여 만나게 된 상황을 향기를 물들이는 이가 절로 향기에 젖게 된 상황에 비견한 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사진은 어느 음식점에 갔다가 찍었어요. 오른 쪽에 신년대길(新年大吉)이라고 써있고 왼쪽엔 병신(丙申) 석(釋) 유각(惟覺) 제하(題賀)라고 써 있는 걸 보니, 작년(2016)에 유각이란 스님이 새해 사업이 잘되길 기원하며 써 준 휘호인 것 같아요. 여기서 향광장엄은 본래 의미와는 다르게 "간절히 열망하면 성취되리라"는 의미로 사용됐어요. 마치 "네 시작은…"과 같은 취지로 사용된 것이지요.
간절한 열망[의지]은 쇠를 끌어 당기는 자석과 같아 바라는 바를 성취시켜 주죠. 이건 과학적인 사실이에요. 간절한 열망[의지]을 견지하면 그렇지 않은 이에 비해 훨씬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고 그것은 곧 성취로 연결되기 때문이지요.
위 휘호를 건 음식점 주인은 원하던 바를 얻었을까요?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안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작년 휘호를 그대로 걸어놓은 것을 보면 아직 원하던 바를 얻지 못해서 그런 것 같고, 반대로 작년에 원하던 바를 얻었으니 올해 또 원하는 바를 성취하길 바래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한자의 뜻과 음을 자세히 살펴 볼까요?
香은 禾(黍의 약자, 기장 서)와 曰(甘의 약자, 달 감)의 합자예요. 오곡 중에서 기장 냄새가 가장 향기롭다는 의미예요. 曰은 음을 담당하면서(감→향)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향기로운 것은 아름답고 좋다는 의미로요. 향기 향. 香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香水(향수), 芳香(방향)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光은 火(불 화)와 人(사람 인)의 합자예요. 불을 머리 위로 높이 들고 멀리까지 비춰본다는 의미예요. 빛 광. 光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光明(광명), 閃光(섬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莊은 艹(풀 초)와 壯(장할 장)의 합자예요. 풀이 크고 무성하게 자랐다는 의미예요. 장중하다란 의미는 여기서 연역된 것이지요. 장중할 장. 莊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莊重(장중), 莊嚴(장엄)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嚴은 큰 소리로 급하게 명령한다[吅,부르짖을 훤]란 의미예요. 吅이외의 나머지 부분은 음을 담당하면서(염→엄)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吅이외의 나머지 부분은 '날카롭다'란 의미인데, 큰 소리로 급하게 명령하는 것은 (날카로워) 범접하기 힘들다는 의미로요. 엄할 엄. 嚴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嚴酷(엄혹), 嚴重(엄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香 향기 향 光 빛 광 莊 장중할 장 嚴 엄할 엄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芳( ) ( )酷 ( )明 ( )重
3. 간절한 바램이 성취된 경험을 하나 소개해 보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