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우탁(禹倬,1203 - 1342)의 시조예요. 늙음에 대한 공포를 해학적으로 그렸죠. 재미있는 것은 우탁이 역학(易學)에 정통한 학자였다는 거예요. 역학에 정통한 이라면 늙는 것에 웬지 초연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평범한 이들에게 늙는다는 것은 더할나위없이 공포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어요.
그래도 과거 사회에서는 늙는 것이 지금처럼 공포스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자식들이 자신을 버리지 않으리라는 것을 믿는 기풍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자식들이 자신을 돌보지 않으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기에 정말 공포스럽죠. 가장 가까운 자식도 자신을 돌보지 않는데 그 누가 자신을 돌봐주겠어요? 오늘 날 늙는다는 것은 '공포' 그 자체라고도 할 수 있을 거예요. 그 공포에 대비하기 위해 어떤 이는 열심히 건강을 챙기고 돈도 저축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 구석은 허전할 거예요. 가장 가까운 자식한테마저 버림받은 삶이니까요.
한 사회의 성숙도를 나타내는 지표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의 하나가 노인 복지 아닐까 싶어요. 우리 사회의 노인 복지 수준은 어떠할까요? 굳이 통계치를 들먹일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우리 주변에서 접하는 노인 분들의 모습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으니까요.
사진은 수현경로당(秀峴敬老堂)이라고 읽어요. 수현은 동네 이름인 듯 싶어요. 혹 '깔딱 고개'를 한자로 표기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경로당의 뜻은 아시죠? ^ ^
퇴근 무렵에 이곳에서 하루 일과(?)를 보낸 노인 분들이 나오는 모습을 종종 봐요. 할머니들에게서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할아버지들에게서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이 보여 목례를 하면서 지나가죠. 그러면서 노인 분들의 표정을 슬며시 살펴 봐요. 대부분 무심한 표정이에요. 나이 탓도 있겠지만 그 보다는 삶이 행복하지 않은데서 오는 무심한 표정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드물게 찾아오는 자식들, 힘겹게 견뎌야 하는 질병, 특별한 일없이 시간을 때워야 하는 지루함, 경제적 빈곤 등이 빚어낸 표정이란 생각이 들어요. 우리 사회의 성숙도는, 적어도 노인 복지 차원으로 보면, 아직은 갈 길이 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자를 좀 자세히 살펴 볼까요?
秀는 禾(벼 화)와 乃(仍의 약자, 당길 잉)의 합자예요. 벼에서 끌려 나온 것, 즉 이삭이란 의미예요. 이삭 수. '끌려 나왔다'란 본뜻에서 '빼어나다'란 의미가 연역되어, 빼어나다란 의미로도 사용하죠. 빼어날 수. 秀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俊秀(준수), 秀作(수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峴은 山(뫼 산)과 見(볼 견)의 합자예요. 고개라는 의미예요. 山으로 의미를 표현했어요. 見은 음을 담당하면서(견→현)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고개에서는 아래에 있는 것들이 잘 보인다는 의미로요. 고개 현. 峴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阿峴洞(아현동), 泥峴(이현, 진고개) 등을 들 수 있겠네요.
敬은 艹(羊의 줄임 글자, 양 양)과 勹(包의 줄임 글자, 쌀 포)와 口(입 구)와 攵(칠 복)의 합자예요. 양이 입을 다물고 조용히 하듯이 엄숙하고 진중한 태도로 일에 임할 것을 스스로 채찍질한다는 의미예요. 공경 경. 敬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恭敬(공경), 敬虔(경건) 등을 들 수 있겠네요.
老는 人(사람 인)과 毛(털 모)와 匕(化의 약자, 화할 화)의 합자예요. 검은 머리에서 흰 머리로 변화한 사람이란 의미예요. 이런 사람을 늙은 이라고 하고, 이런 상태를 늙었다라고 하죠. 늙을 로. 老가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老人(노인), 老衰(노쇠) 등을 들 수 있겠네요.
堂은 土(흙 토)와 尙(숭상할 상)의 합자예요. 높은 토석 축대 위에 지은 집이란 의미예요. 土로 의미를 표현했지요. 尙은 음을 담당하면서(상→당) 뜻도 일부분 담당해요. 높은 토석 축대 위에 지은 집은 집안의 중심이 되는 건물이란 의미로요. 집 당. 堂이 들어간 예는 무엇이 있을까요? 堂號(당호, 집 이름), 神堂(신당, 신령을 모신 집) 등을 들 수 있겠네요.
정리 문제를 풀어 볼까요?
1. 다음 한자를 허벅지에 열심히 연습하시오.
秀 빼어날 수 峴 고개 현 敬 공경할 경 老 늙을 로 堂 집 당
2. ( )안에 들어갈 알맞은 한자를 손바닥에 써 보시오.
( )衰 ( )作 恭( ) ( )峴洞 ( )號
3. 다음 지문을 참고하여 '노인 복지'에서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시오.
맹자가 말했다. " 백이가 주임금을 피하여 북해 가에 숨어 지내다 문왕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는 말을 듣고 이렇게 말했다. '내 어찌 저에게 가지 않겠는가! 들으니 서백[문왕]은 노인을 잘 모신다고 하더라.' 주임금을 피하여 동해 가에 숨어 지내던 태공도 똑같은 말을 했다. 두 노인은 천하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노인들이었다. 그들이 서백에게 귀의한 것은 곧 천하 모든 노인들이 서백에게 귀의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이었다. 천하의 모든 노인들이 서백에게 귀의했는데, 그들의 자식들이 서백에게 귀의하지 않고 누구에게 귀의하겠는가! 만일 제후들 중에 문왕과 같이 노인을 잘 모시는 자가 있다면 그는 7년 이내에 천하를 다스리는 위치에 있게 될 것이다." (<맹자> '이루')